올 가을 거리를 점령할 10개의 트렌드에 관한 친절하고 유쾌한 사용 설명서. “다 읽으신 분들, 이번 시즌에는 이걸로 갈게요. 다들 느낌 아니까.”
파자마 파티
캐릭터 잠자는 런웨이의 패피
매력 포인트 편안함 속에서 은근하게 빛나는 매혹적인 관능미. 가장 안락한 시공간에서만 허락되었던 잠옷을 밖에서 입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좋다. 몸을 조이는 코르셋 톱이나 두껍고 무거운 코트에 비하면 깃털처럼 가볍고 윤기가 흐르는 실크 소재는 몸을 부드럽고 포근하게 감싸준다. 이처럼 편한 옷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마디로 여성들에게 치유와 힐링을 선사하는 옷.
주의 사항 잠옷바람으로 나갈 거냐고 소리지르는 엄마의 잔소리와 사투를 벌여야 함. 혹자는 진짜 잠옷으로 오인할 수 있음.
스타일링 팁 침대에서 갓 빠져나온 듯한 슬립 드레스 위에 품이 큰 캐시미어 니트나 남성용 코트만 걸쳐도 이번 시즌 가장 트렌디한 룩이 완성된다. 로샤스의 마르코 지아니니가 제안한 것처럼 잿빛 파자마 수트와 대비되는 경쾌한 색상의 코트를 더하고, 클래식한 크리스털 주얼리를 두르면 탐미적인 룩을 즐길 수 있고, 좀 더 캐주얼한 감성을 원한다면 파자마 상의에 스키니 진을 레이어링하고 부티를 매치하면 된다.
진격의 펑크
캐릭터 이번 시즌의 ‘센캐’ 담당. 혹은 막돼먹은 펑크씨
매력 포인트 세상의 모든 근엄한 질서를 향해 사나운 무례함을 날린 극단적 반항아들의 후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나쁜 여자’ 스타일. 청순가련형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센 캐릭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펑크 전시, V&A의 데이비드 보위 전시와 함께 이번 시즌 빅 트렌드의 물결에 합류했다.
주의 사항 ‘남자가 싫어하는 여자 패션 베스트 3’ 안에 랭크. 소개팅 룩으로는 절대 금물.
스타일링 팁 안전핀, 스파이크 스터드, 강렬한 타탄체크, 피어싱, 모히칸 등 펑크를 상징하는 요소들을 선택한다면 의외로 쉽게 온몸으로 반항적인 기운을 뿜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요점은 하이패션과 결합한 쿠튀르 펑크. 거칠고 투박한 가운데서도 여성적인 감도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 아이템의 완급 조절이 포인트다. 샤넬처럼 간결하고 심플한 룩에 체인, 스터드 등의 액세서리를 매치하거나 지방시 쇼에서처럼 체크 셔츠에 가죽 스커트를 더하면 강렬하고 관능적인 펑크 룩을 완성할 수 있다.
뉴 뉴룩
캐릭터 누아르의 여주인공
매력 포인트 21세기 버전의 뉴룩.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성행한 밀리터리 룩의 단순하고 남성적인 라인에 지친 여성들에게 풍요로운 여성성을 일깨웠던 디올의 뉴룩처럼 남성적인 옷 입기에 싫증난 여성들에게 단비를 내려준다. 핏 & 플레어 라인의 풍성한 스커트 라인이 낭만적. 고전이 동시대적으로 변모한 완벽한 예.
주의 사항 우아하고 품격 있지만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딘가 음산하고 위태로운 분위기를 풍김.
스타일링 팁 새로운 버전의 뉴룩 스타일링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도발적이면서도 우아함을 유지하는 것. 방법은? 묵직하고 화려한 주얼리를 주렁주렁 겹쳐 로큰롤적인 분위기를 내거나, 히스테릭한 무드의 스모키 메이크업 혹은 비에 젖은 듯한 헤어스타일로 치명적인 매력을 더하는 것.
핑크빛 기류
캐릭터 상여자
매력 포인트 만물이 소생하는 봄, 긍정적인 에너지와 화사한 기운을 불어넣어주던 분홍빛 팔레트가
가을/겨울 시즌 런웨이까지 점령했다. 이번 시즌, 검은색을 대체할 색상으로 검은색만큼이나 도회적인 무드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 발그레한 복숭앗빛 뺨처럼 청순하고 풋풋함 그 자체. 스산한 겨울이 주는 칙칙하고 우울한 기운을 단숨에 날려버릴 부드럽고 따끈한 우유 같은 존재.
주의 사항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홍빛으로 무장하는 것은 금물.
스타일링 팁 이번 시즌에 두각을 드러내는 핑크색은 사랑스럽고 귀엽다기보다는 지극히 여성스럽고 모던하다. 기존의 분홍색이 주는 무드와는 이질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과감하고 커다랗게 부풀린 실루엣의 핑크빛 코트가 쏟아져 나왔는데, 셀린처럼 담백한 의상과 톤온톤으로 매치하는 것이 쿨하다.
나 오늘 한가해요
캐릭터 유혹의 신
매력 포인트 ‘목과 어깨, 가슴을 드러낸’이라는 의미를 지닌 데콜테는 이번 시즌 가장 핫한 부위다. 은근하게 때론 도발적으로 성적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라인이기 때문. 돌아온 스커트의 유행과 함께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데 투톱을 달리고 있음. 한마디로 우아한 도발의 결정체.
주의 사항 두둑하게 올라온 어깨 살부터 제거하는 고난의 과정이 필요함.
스타일링 팁 어깨를 드러내는 것에 매료된 디자이너들이 외치는 공통적인 단어는 바로 여성성. 이번 시즌 오프숄더 디자인은 대부분 페미닌한 원피스에 적용되었는데, 노출이 부담스럽다면 프라다처럼 안에 니트를 겹쳐 입거나 크리스토퍼 케인처럼 풍성한 모피가 둘러진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좋다. 관건은 액세서리를 더하지 않는 것이다. 목부터 어깨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라인을 오롯이 드러낼 것!
패션으로 말해요
캐릭터 신의 한 수
매력 포인트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한 돌직구 스타일. 자기 PR 시대에 최적화된 패션.
주의 사항 막말과 독설은 자제할 것.
스타일링 팁 이번 컬렉션을 통해 디자이너의 뇌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Happy’, ‘Love’, ‘Help’ 같은 단어를 이용해 화려한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를 쏟아낸 알버 엘바즈는 역시 긍정적이고 즐거운 사람임을, 스텔라 매카트니는 스케이트에 꽂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필립 림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중시한다는 것을, KTZ의 디자이너들은 연인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Love’ 목걸이를 하고 다니면 사랑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
체크리스트
캐릭터 스코틀랜드 스타일
매력 포인트 지난 시즌 줄무늬가 런웨이를 뒤덮었다면, 이번에는 스코틀랜드풍의 체크 패턴이 그 열기를 이어간다. 옷장을 뒤져보면 누구든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친근한 아이템. 어떤 옷과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폭풍 친화력.
주의 사항 싸구려 체크 비닐 백, 혹은 소파 위에 널부러진 체크 담요를 두른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스타일링 팁 이번 시즌 체크의 정석은 오버사이즈와 매니시 키워드를 유념하는 것. 스텔라 매카트니처럼 물이 빠진 듯한 말간 색감의 XL 사이즈 체크 코트에 남성적인 테일러링의 모직 팬츠를 매치하는 식.
더 가늘고 길게
캐릭터 직진 본능
매력 포인트 스타킹처럼 착 달라붙는 부츠로 허벅지를 감싸 다리를 길고 가늘어 보이게 만드는 착시 효과를 줌. 매끈하고 부드러운 각선미를 돋보이게 해줌. 자칫 부해 보일 수 있는 겨울 패션의 구세주.
주의 사항 무릎 위로 드러나는 다리가 60% 정도 보일 때 가장 예쁘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스타일링 팁 하의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싸이하이 부츠의 매력은 배가되지만, 셀린 런웨이에서 선보인 것처럼 커다란 코트와 매치해 가죽 레깅스의 효과를 주는 스타일링 또한 쿨하다.
너는 펫
캐릭터 패션 피플들의 애완견을 넘어 이제는 국민 가방.
매력 포인트 대한민국을 들끓게 한 ‘그랩’이란 단어 덕분에 한층 주가 상승. 이 가방을 한번 들어보면다른 백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편함.
주의 사항 아직도 ‘일수 가방’이라고 놀려대는 사람들이 종종 있음.
스타일링 팁 클러치를 드는 방법도 시즌마다 다르다. 이번 시즌 클러치를 드는 가장 쿨한 방법은 한 손으로 움켜쥐거나, 구겨서 가슴에 밀착시키는 것.
모피의 반란
캐릭터 광기 어린 돌+아이. 문제적 아이템.
매력 포인트 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다. 날개를 활짝 펼친 공작새를 연상케 할 정도로 찬란하고 탐스러운 색상과 전지현 머릿결 뺨치는,윤기가 좔좔 흐르는 긴 모피 헤어가 특징.
주의 사항 복부인 혹은 ‘바야바’라는 단어를 흔히 들을 수 있음. 탐욕과 죄책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펼쳐야 함.
스타일링 팁 장미 꽃잎 같은 분홍색, 진중한 남색, 부드러운 우윳빛 같은 차분한 톤이 대세지만, 이번 시즌 모피만큼은 고요한 밤하늘에 찬란한 폭죽이 터지듯 탐미적인 팔레트로 가득 차 있다. 펑크 트렌드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이번 시즌 모피는 길이가 긴 섀기 헤어와 각종 패치워크 공법에 주목해야 한다.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룩인 만큼 이너웨어로는 차분하고 간결한 아이템을 고를 것. 주위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코트가 부담스럽다면, 슈즈와 백 등 액세서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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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정진아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