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단계의 퀴즈부터! 카멜리아, 홀스빗, 하트, 팬더, 메두사, 열쇠… 이들 단어에서 연상되는 브랜드는? 이어지는 2단계 문제. 입술, 리본, 눈, 여우, 십자가 등을 봤을 때 떠오르는 브랜드는? 2단계까지 가뿐히 통과했다면 페이지를 넘겨도 좋다. 반대로 알쏭달쏭하다면? 이제부터 이어지는 아이콘들을 눈여겨볼 것. 2013년 동시대를 뜨겁게 달군 브랜드들의 네오 아이콘을 한자리에 모았다.
1 스파이크 펑크 룩의 기본 조미료인 스파이크와 캔버스 스니커가 만났을 때? 이탈리아 스니커 브랜드 지엔치(Gienchi)는 스파이크 장식으로 ‘도배’한 슈즈로 스타덤에 올랐다. 아기네스 딘, 마돈나, 카라 델레바인 등 내로라하는 셀렙들의 각별한 애정 공세 속에서.
2 책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패션 아이템은? 올림피아 르 탱(Olympia Le-Tan)의 북 클러치가 아닐까? 올림피아 르 탱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필립 라칸의 <질>, 조샙 콘래드의 <노스트로모> 등 책을 클러치로 표현한 브랜드다. 참고로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스타일링 팁은 서로 다른 크기의 북 클러치를 함께 들어 책 더미처럼 연출하는 것!
3 그레이하운드 날씬한 근육질 몸매로 질주하는 사냥개 그레이하운드. 얼마 전 한국에 상륙한 태국발 패션 브랜드 그레이하운드의 세컨드 브랜드 플레이하운드(PlayHound)는 그레이하운드의 실루엣을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삼았다. 경쾌하고 실험적인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 곳곳에서 이 근사한 견공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4 태양 밀라노 컬렉션에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파우스토 푸글리시(Fausto Puglisi)는 안나 델로 루소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21세기의 지아니 베르사체로 등극했다. 베르사체가 메두사를 상징으로 내세웠듯 그 역시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태양 모티프로 스트리트 룩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CL의 신곡 ‘나쁜 기집배’의 뮤직 비디오에 등장한 선다이얼 장식의 흰색 드레스 역시 그의 작품.
1 호랑이 호랑이는 2012 F/W 시즌 겐조(Kenzo) 컬렉션에서 데뷔한 이래 겐조의 아이콘 자리를 꿰찼다. 심지어 호랑이를 수놓은 스웨트 티셔츠는 출시된 지 2일 만에 완판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매퀸의 해골이 그랬던 것처럼 의상뿐 아니라 주얼리나 가방 같은 액세서리까지 점령한 호랑이는 명실공히 브랜드의 마스코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버클 흔하디흔한 것이 버클이지만 신발 위에 자리하면 얘기가 다르다. 전통의 프랑스 슈즈 브랜드 로저 비비에(Roger Vivier)의 슈즈 때문이다. 사각 프레임의 벨트 버클 모양 장식은 브랜드의 아이콘 그 자체니까. 평범한 버클이 로저 비비에 덕분에 신분 상승의 위업을 달성한 셈.
3 꽃 에르뎀(Erdem)의 디자이너 에르뎀 모랄리오글루는 매 시즌 식물학 도감을 펼쳐놓은 듯 갖가지 꽃으로 뒤덮인 컬렉션을 선보인다. 자수, 아플리케, 프린트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개한 플로럴 모티프는 에르뎀의 낭만적 감수성을 대변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4 토끼 누구든지 머리에 쓰는 순간, ‘귀요미’로 만들어버리는 마성의 모자, 번스톡 스피어스 (Bernstock Speirs). 일명 ‘버니캡’이라 불리는 기발한 디자인의 모자는 어린이가 아닌 다름 아닌 어른을 위한 키덜트 아이템이다. 기본적인 형태를 유지하되 색상, 프린트, 소재의 변주로 무한에 가까운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1 입술 도발적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롤링스톤즈의 두툼한 입술에 이어 슈퍼스타를 꿈꾸는 또 하나의 입술은? 런던 디자이너 마커스 루퍼(Markus Lupfer)는 슬며시 벌어진, 육감적인 입술을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삼았다. 시퀸이나 프린트로 표현한 마커스 루퍼의 니트 웨어와 티셔츠는 브랜드의 매출을 담당하는 일등공신.
2 정육면체 그래픽적인 패턴과 독창적인 컬러 매치의 신발과 가방으로 유명한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의 아이콘은 큐브(정육면체)를 반복적으로 배치한 패턴. 마치 일반적인 로고 플레이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 피에르 아르디의 큐브 프린트는 일찍이 뷰티 브랜드 나스와의 협업 제품에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낸 바 있다.
3 리본 ‘리본에 의한, 리본의, 리본을 위한!’ 오트 쿠튀르의 초신성, 알렉시스 마빌(Alexis Mabille)은 자신의 첫 번째 쿠튀르 컬렉션에선 무려 1500개의 리본을 장식할 만큼 리본에 광적인 애착을 드러낸다. 쿠튀르 데뷔 전, 보타이 라인 ‘TREIZEOR’를 론칭했을 정도. 현재 알렉시스 마빌의 로코코 스타일 리본 장식은 여성복과 남성복 모두를 아우른다.
4 해골 해골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내세운 브랜드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1994년 론칭 당시 ‘캐시미어의 왕’이라 불리며 명성을 쌓은 프랑스 브랜드, 루시앙 펠라 피네(Lucien Pellat Finet), 모델 출신 디자이너 파울라 토마스의 글래머러스한 패션 브랜드 토마스 와일드(Thomas Wylde) 그리고 화려하고 정교한 록시크 룩을 구사하는 독일 출신 디자이너 브랜드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이 그들이다. 이들 브랜드의 해골은 언뜻 비슷해 보여도 다른 모양이다. 이를테면 루시앙 펠라 피네의 해골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필립 플레인의 해골은 활짝 웃고 있다. 그런가 하면 토마스 와일드의 해골은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모습이 특징.
1 십자가 하이엔드 실버 주얼리의 시대를 연 패션 브랜드, 크롬하츠(CromeHearts). 칼 라거펠트를 비롯해 빅뱅과 2ne1 등 아이돌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등에 업고 최근 가장 뜨거운 브랜드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터사이클에 열광하던 창업주 리처드 스탁이 ‘애정’해 마지않는 아이콘은 고딕풍의 십자가. 묵직한 스털링 실버 주얼리부터 벨트, 재킷, 아이웨어, 심지어 가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약한다.
2 고양이 고양이 두 마리가 발등에서 빙긋 웃고 있는 플랫 슈즈를 본 적이 있는지? 알렉사 청의 간택을 받으면서 뜨거운 팬을 거느리게 된 슈즈 디자이너 브랜드 샬롯 올림피아(Charlotte Olympia)의 신발이다. 본디 브랜드의 아이콘은 신발 밑창에 자리한 거미줄이지만 일명 ‘키티 플랫’이 유명세를 떨치면서 오히려 고양이가 브랜드의 아이콘 자리를 꿰차는 결과를 낳았다.
3 옷핀 지구상에서 가장 값비싼 옷핀을 만드는 남자, 톰 빈스(Tom Binns). 형형색색의 크리스털과 옷핀이 뒤섞인 그의 주얼리로 펑키한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를 만드는 그는 옷핀이라는 값싼 물체를 하이엔드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1 눈 펜디가의 4대손인 주얼리 디자이너 델피나 델레트레즈는 살바도르 달리와 엘자 스키아파렐리 같은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들의 광팬이다. 기이함과 우아함이 중첩된 그녀의 주얼리를 구성하는 모티프 가운데 중심 축을 이루는 건 그로테스크한 눈이다. 마치 영혼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델레트레즈의 눈은 에나멜, 다이아몬드 스톤 등으로 그녀의 주얼리에 배치된다.
2 여우 말, 악어에 이어 우리들의 가슴팍을 노리는 차세대 동물은? 다름 아닌 여우다. 삼색의 여우 엠블럼으로 인기를 모으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의 아이콘이 바로 여우다. 참고로 키츠네는 일본어로 여우를 뜻한다. 엠블럼뿐 아니라 쫑긋 솟은 여우 귀를 프린트한 티셔츠와 동화적으로 재해석한 여우 프린트가 흐드러진 의상 등 ‘여우’를 주인공으로 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3 가위 디자이너에게 가위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네덜란드 출신의 데님 브랜드 덴함(Denham)은 아예 이 가위를 아이콘으로 삼았다. 창립자인 제이슨 덴함은 ‘우리에게 가위는 메타포다’라고 할 정도로 진의 패치부터 티셔츠의 프린트 그리고 매장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낡은 가위를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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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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