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으로 비벼도, 왼손으로 비벼도, 두 손으로 비벼도 맛있는 비빔밥이 있는 서울의 다섯 장소.
1. 고궁
우리가 ‘비빔밥’이란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 바로 고궁의 전주비빔밥 아닐까. 고운 유기그릇 안에 각종 나물과 오실과를 정성스럽게 얹고 달걀노른자와 전주 본점에서 직접 만든 고추장으로 완성한 전주 전통비빔밥이 고궁의 대표 메뉴. 돌솥비빔밥, 육회비빔밥, 나물비빔밥, 청국장비빔밥, 낙지비빔밥 등 비빔밥 자체도 다양하지만, 각종 전이나 궁중 떡볶이와 같은 비빔밥 이외의 메뉴는 물론 곁들여 나오는 백김치까지 단아하고 정갈한 맛이 인상적이다. 서울 중구 충무로2가 11-1
2. 충무집
제철 통영 음식을 선보이는 충무집. 특히 봄에만 나는 쑥을 넣어 끓인 향긋한 도다리쑥국을 내어 주는 봄이 되면, 따뜻한 남쪽 나라의 맛이 그리운 서울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사시사철 충무집을 지키는 진짜 별미는 바로 멍게비빔밥. 따뜻한 밥 위에 멍게젓, 무순, 김가루, 깨와 참기름을 얹은 게 전부지만 입에 넣는 순간 비릿하고 싱그러운 바다의 맛이 입안에 훅 끼친다. 도다리쑥국 또는 갈치조림 등의 주요 메뉴와 함께 주문하는 것만 가능하며, 곁들이는 멍게젓은 쑥스러워 말고 더 달라고 해도 좋다. 서울 중구 다동 140 지하 1층
3. 프로간장게장
따뜻한 밥 위에 통통한 게살과 고소한 게알을 올리고 김가루, 깨, 참기름을 뿌린 후 달걀노른자를 얹어 마무리한 게알비빔밥. 여기에 매운 소스를 추가로 곁들여 매콤하게 즐기는 매운 게알비빔밥.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미 마음으로는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때 짭조름한 간장게장과 매콤달콤한 간장게장이 속이 꽉 차고 양념이 충실하게 밴 프로간장게장의 것이라면? 곧 밥 한 그릇을 더 주문하게 될지도 모르니 주의할 것. 서울 서초구 잠원동 27-1 프로빌딩
4. 새벽집
원래 한우 꽃등심과 갈비 등을 선보이는 고깃집이지만, 점심때면 마치 정해놓은 듯 모든 식탁에 올라와 있는 새벽집의 대표 메뉴는 다름 아닌 육회비빔밥이다. 콩나물, 호박, 볶은 고기, 김 등을 소박하게 올린 후 신선한 육회를 한 줌 크게 넣어 비벼 먹으면 배가 두둑해지는데, 여기에 선지해장국까지 곁들여 내주니 뜨끈하고 시원하게 한 끼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24시간 운영하므로, 출출한 새벽녘을 위해 다음의 주소를 기억할 것. 서울 강남구 청담동 129-10
5. 된장 예술과 술
우선 개운한 북엇국으로 속을 정리하는 동시에 입맛을 돋운다. 고슬고슬 지은 밥 위에 각종 채소를 얹고, 두부는 부드럽게 고추는 아삭하게 씹히는 진한 된장을 넣고 석석 비빈다. 알타리무김치, 고사리, 도라지, 깻잎, 시금치 등의 정갈한 밑반찬을 더 얹어 씹는 맛을 즐겨도 좋고, 적당히 간간한 된장비빔밥에 조금씩 곁들여 먹어도 좋다. 마지막으론 구수한 숭늉으로 마무리. 이토록 뻔하지만 알고 보면 찾기 어려운 맛, 결코 과하지 않아 자꾸 생각나는 맛을 된장 예술과 술에서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12-7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MIN SU 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