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패션쇼에 등장한 액세서리 중 상당수는 동대문 야시장 출신이었다. 그만큼 패션쇼에서 액세서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는 이야길 터. 하지만 오늘날 이 땅의 디자이너들은 그간의 흑역사를 뒤로하고 액세서리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한다. 문제는 옷을 짓는 패션 디자이너에게 액세서리는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와의 전략적, 감성적 동맹이 최근 활발한 이유다.
KYE ● GEMMA YANG 카이 X 젬마 양
“이번 시즌 평소 알고 지내던 슈즈 디자이너 젬마양과 함께 신발과 백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사실 젬마양의 브랜드는 심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루지만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파격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던 분이라 그런지 호흡이 잘 맞았어요. 이번 컬렉션의 주제가 ‘학원 폭력’이라 밧줄이나 해골 등 억압을 상징하는 모티프를 이용한 타투 프린트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를 실용적인 쇼퍼백과 클래식한 백에 적용했죠. 또 해골 모티프의 굽이 매치된 슈즈는 젬마양과 함께했기에 가능한 아이템이라 생각해요. 쇼가 끝나고 기대한 것보다 액세서리 컬렉션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요. 카이 컬렉션이 아우르는디자인 세계가 넓어진 셈이죠.”
-계한희(디자이너)
JOHNNY HATES JAZZ ● MZUU 쟈니헤이츠재즈 X 엠주
“이번 2013 S/S 컬렉션의 테마가 알래스카 오딧세이예요. 50년대 알래스카행 크루즈 여행을 떠올리자 빙산, 빙하가 주는 이미지가 주얼리랑 꽤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엠주의 박민주 대표와 이번 시즌 콘셉트를 공유하고 기존의 엠주 주얼리에 쟈니헤이츠재즈의 그래픽적인 느낌을 가미한 헤어핀, 머리띠, 발찌 등을 런웨이에 선보이게 되었어요. 특히 컬러풀한 빙산 조각의 일부처럼 디자인된 발찌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슈즈에 매치하니까 꽤 어울리더라고요. 주얼리는 의상 디자이너인 내게는 미지의 세계인지라 이번 협업을 진행하면서 의상에 어떻게 하면 접목시킬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일단은 이번 엠주와의 협업 주얼리는 엠주에서만 판매할 예정인데 앞으로 쟈니헤이츠재즈 익스클루시브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일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더불어 주얼리뿐만 아니라 각 시즌의 콘셉트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다른 액세서리 브랜드와도 함께할 생각입니다.”
– 최지형(디자이너)
PUSH BUTTON ● GENTLE MONSTER 푸시버튼 X 젠틀 몬스터
“2010 S/S 시즌에 미노브라는 주얼리 브랜드와 협업을 했지만 푸시버튼은 액세서리를 독자적으로 선보이고 있어요. 그런데 안경은 경우가 달랐어요. 이번 시즌 룩에 어울리는 안경을 제작하고 싶은데 생각대로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찾을 수가 없었죠.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 몬스터의 대표를 만났는데 패기 넘치는 데다 생각도 잘 통했어요.더군다나 이 브랜드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클립 안경 자체가 이번 푸시버튼 컬렉션 곳곳에서 포진한 ‘변신(Transformation)’이라는 콘셉트와도 절묘하게 이어지고요. 이번 시즌 컬렉션의 주요 사조인 80년대풍의 캐츠 아이 선글라스는 프레임 위쪽을 떼어내면 베이식한 디자인으로 변신하거든요. 또한 투웨이 안경임에도 무게는 꽤 가벼워요. 사실 이것 외에도 호랑이가 뱀을 감싸고 있는 듯한 디자인도 시도했는데 결과가 흡족하지 않아 결국 이 디자인만 선보이게 되었죠. 다음엔 이를 타산지석 삼아서 대담한 장식을 안경에 접목해보고 싶어요.”
– 박승건(디자이너)
CY CHOI ● ROBERU, SLM 씨와이초이 X 로베루 X SLM
이번엔 슈즈와 백으로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슈즈 디자이너 오덕진 실장의 슈즈 by 런칭 엠의 프리미엄 라인인 SLM과 일본 가방 브랜드 레더 팩토리 로베루와 함께했습니다. CY Choi X SLM 슈즈는 모두 일본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것으로 품질이 매우 우수해요. 그저 패션쇼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만든 신발과는 다르죠. 또 이번에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로베루는 바게타 가죽을 사용하는 브랜드로 유명한데 이번 CY 초이 컬렉션에 등장한 가방에도 이 가죽이 사용되었죠. 독특한 점은 가죽의 겉면을 안으로, 안쪽을 바깥으로 썼다는 점이에요. 또 가죽을 일일이 깎아 무게가 가볍고 부드럽죠. 이들 브랜드와는 1회성이 짙은 협업의 관계라기보단 앞으로도 함께할 파트너라 여겨요. 그래야 서로의 브랜드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참, 내년 F/W 시즌부턴 아이웨어 디스트리뷰터인 지오 안경을 통해 데롬 브래너라는 프랑스 아이웨어 브랜드와 함께 핸드메이드 아이웨어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 최철용(디자이너)
- 에디터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 포토그래퍼
- 김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