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반드시 기억해야 할 패션 명제. “컬러를 지배하는 자, 스타일을 거머쥘 것이다.” 이번 시즌 아우터와 이너웨어의 현명한 컬러 매칭 전략.
STRONG CONTRAST
겨울은 유독 컬러에 인색해지는 계절이다. 집단 우울증에 빠진 듯 어두운 톤이 지배하는 계절일수록 산뜻한 색상의 희소가치는 더 높아지는 법. 그렇다고 봄/여름 시즌처럼 총천연색의 룩을 무턱대고 즐길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색상의 혹한기에 색상을 즐기는 방법은? 대조의 미학을 적용하는 것! 즉 모노톤의 색상과 대담한 색상의 조합은 칙칙한 겨울 패션에 활기를 더하는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컬러 콘트라스트 룩의 다양한 공식을 살펴보면 그중 테일러드 코트 아래로 색색의 미디스커트가 수줍게 얼굴을 내민 프레피 룩의 마크 by 마크 제이콥스, 날카로운 테일러링의 아우터에 푸크시아 핑크, 머린 블루 등의 강렬한 색상을 접목한 스텔라 매카트니, 밀리터리 코트에 새빨간 스키니 팬츠를 매치한 이자벨 마랑, 맥시 코트에 주얼 색상의 톱과 바텀을 더한 샤넬 등은 실전에 쉽게 응용할 수 있는 컬러 콘트라스트 룩을 선보였다. 이들 룩의 공통점은 베이식한 색상의 아우터에 컬러풀한 바텀과 톱 등의 이너웨어로 악센트를 주었다는 것. 한편 역으로 접근한 컬렉션도 있었는데 아크네와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블랙과 그레이 위주의 이너웨어에 대담한 컬러의 아우터를 매치해 보다 강렬한 컬러 콘트라스트 효과를 거뒀고, 블루마린과 알투자라처럼 흰색 이너웨어에 색색의 아우터를 더해 밝고 생동감 넘치는 룩을 표현한 경우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마르니와 마이클 코어스는 빨간색을 중심으로 블랙과 캐멀을 황금 비율로 배치해 세련된 룩을 제시했다.
SOFT HARMONY
대담한 컬러의 유희를 즐기는 디자이너가 있는 반면, 차분한 색상 조합으로 아우터와 이너웨어를 유기적으로 잇는 데 집중한 디자이너도 존재한다. 이번 시즌 강렬한 대조보다는 부드러운 조화에 더 큰 가치를 둔 디자이너들은 톤온톤 배색을 선택했다. 그러나 톤온톤 배색에 충실한 아우터와 이너웨어의 조합은 실패율이 적은 만큼 자칫 식상하게 비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이런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일까? 이번 시즌에 두드러진 톤온톤 룩은 농담의 차이뿐 아니라 전혀 다른 텍스처를 지닌 아우터와 이너웨어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하칸은 매니시한 카키색 코트에 비슷한 톤의 여우털 아우터를 레이어링했고, 버버리 프로섬은 갈색 크롭트 패딩 점퍼에 오트밀 색상의 트위드 소재 러플 스커트를 매치했으며, 구찌는 비슷한 색상이지만 벨벳, 자카드, 퍼 등 다채로운 소재의 아우터와 이너웨어를 레이어드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한편 소재와 색상은 비슷하되 서로 다른 프린트의 아이템을 조합한 마이클 코어스와 폴앤조 역시 전형성을 깬 톤온톤 룩을 제시했다. 물론 톤온톤 룩의 기능과 특징에 충실한 룩을 선보인 무리도 공존했다. 막스 마라, 루이 비통, 에르메스, 랄프 로렌,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로에베 등에선 비슷한 성질의 소재에 색상의 농담만으로 변화를 줌으로써 아우터와 이너웨어가 혼연일체를 이룬 톤온톤 룩이 대거 등장한 것. 특히 레트로 무드가 자욱한 루이 비통과 이번에도 미니멀한 클래식 룩을 고수한 막스 마라의 톤온톤 룩은 아우터가 재킷을 대신한 수트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벽한 한 벌을 이룬다.
- 에디터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 포토그래퍼
- jason Lloyd-Ev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