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에디터의 감식안에 포착된 뉴욕 패션 위크!

W

지난 9월 6일부터 10월 3일까지, 뉴욕을 시작으로 런던, 밀란, 파리로 이어지는 2013년 봄/여름 컬렉션 취재의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패션팀 에디터들의 명민한 감식안에 포착된 이슈들!

패션이든, 음식이든, 문화든. 세상만사 모든 것의 동향에 민감하며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뉴욕의 정수를 맛볼 수 있었던 컬렉션은? 놀랍게도 관록의 디자이너,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 쇼! 이날 캣워크의 모델들은 퓨처리스틱한 프레임의 안경을 쓰고 등장했는데, 이 안경은 구글과 DVF가 함께 개발한 것으로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시점을 녹화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피날레에는 다이앤 여사와 구글의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반 미스페레어가 함께 이 안경을 쓰고 객석을 한 바퀴 도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프런트에 앉았던 나도 아마 찍히지 않았을까?

샤넬은 늘 뉴욕 컬렉션 기간 중 5번가에 위치한 근사한 본사 쇼룸으로 소수의 에디터를 초대해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아침 8시 반, 이른 시각이지만 이 스케줄만은 빨간 동그라미를 쳐놓고 놓치지 않는다. 저 깃털과 카멜리아 장식! 뉴욕에서 느끼는 파리의 정취.

뉴욕에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피날레 세 가지. 먼저 흰 미니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자리 잡은 후 장내의 불을 끄자 의상이 모두 형광색으로 번쩍였던 알렉산더 왕, 일렬로 세운 문을 열자 모델들이 일렬횡대로 파워풀한 워킹을 선보였던 마크 제이콥스, 그리고 조안 스몰스를 필두로 톱 모델들이 거대 군중 쇼를 펼친 프라발 구룽.

‘악마’ 안나 윈투어는 이번 시즌 몇몇 주요 쇼를 제외하고는 컬렉션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패션 피플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다소 반감된 것이 사실. 알투자라 쇼에서 프라다의 최신 재킷을 입고 있는 ‘악마’를 발견한 순간, 반가워서 달려가 손을 잡을 뻔했다.

컬렉션 기간에 뉴욕을 방문한 한국 에디터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가장 반가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영향력 있는 편집숍, 오프닝 세레모니의 ‘한국 이슈’ 주간이었다. 뉴욕 곳곳의 오프닝 세레모니 매장에서는 ‘대박’이라고 쓰인 디스플레이를 내걸고 고엔제이, 스티브J&요니P, 헥사 바이 구호를 비롯한 한국 디자이너의 의상을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설적인 패션 대가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 컬렉션 직전, 대단한 포스를 과시하던 안나 피아지의 부고를 접한 까닭인지, 컬렉션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아직 정정하시구나’라고 안심하게 되는 이분은 바로 더블유와 인터뷰를 나눈 바 있는 패션 다큐멘터리 사진의 대가, 빌 커닝햄. 뉴욕을 상징하는 노란 수트를 입은 멋쟁이도 파란 점퍼의 노인 앞에서 열심히 폼을 잡고 있다. 이 광경, 너무나 뉴욕적이다.

실용적인 스트리트 웨어와 소재의 실험성이 돋보인 이번 뉴욕 컬렉션에서 에디터의 구매욕에 불을 당긴 건 바로 스트라이프. 프레피 룩과 리조트 웨어를 미국식으로 절묘하게 버무린 타미 힐피거 쇼가 그 시작이었다면, 굵직한 스트라이프가 돋보이는 스커트 수트를 대거내보낸 마크 제이콥스 쇼는 단연 스트라이프 트렌드를 만천하에 표명하는 백미였다.

더블유 커버를 두 번이나 장식했던 톱모델 칼리 클로스는 이제 자국에서는 거의 연예인급 스타가 되었다. 아주 중요한 쇼의 피날레를 제외하고는 거의 쇼에 서지 않을 정도인데, 노란 택시를 타면 화면마다 칼리를 주인공으로 한 패션 필름을 감상할 수 있고, DKNY 쇼에서는 칼리가 제공한 레시피를 가지고 밀크바에서 만든 쿠키를 선물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뉴욕 컬렉션의 화두 중 하나는 데뷔 10주년 만에 뉴욕의 ‘빅 네임’으로 자리매김한 프로엔자 스쿨러였다. 이들은 매디슨가 822번지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성공한 젊은 디자이너의 면모를 제대로 과시했고, 뉴욕 곳곳에 ‘신장개업’을 알리는 포스터를 붙여서 패션위크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소재와 실루엣, 커팅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준 이번 컬렉션 역시 이들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증거였다.

커머셜한 뉴욕 컬렉션에 지친 이들이여, 모두 톰 브라운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오라! 뉴욕에서는 드물게 스펙터클한 무대 장치를 선보이는 톰 브라운은 이번 시즌에도 서클 스커트를 입은 발레리나 ‘비 걸’들을 등장시킨 오프닝을 비롯한 독특한 무대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디터
패션 디렉터 / 최유경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