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피플들이 고백하는 음악과의 러브 스토리.
베이스를 연주하는 모델, 디제잉하는 디자이너, 드럼 치는 사진가…. 패션 못지않게, 패션만큼이나 심장을 두드리는 존재! 음악을 열정의 이음동의어로 삼은 패션 피플들이 고백하는 음악과의 풋풋하고 절절한 러브 스토리.
모델 지현정 BASE GUITAR
“이제 배운 지 6개월쯤 됐어요. 처음엔 포토그래퍼 구송이랑 이야기하다가 친구들 몇몇이 모여서 걸밴드를 결성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죠. 이런저런 사정으로 밴드 결성은 유야무야됐지만 지금도 꾸준히 배우고 있어요. 원래 악기 연주에 관심도 소질도 없는 편인데 베이스는 제 성향과도 잘 맞더라고요. 기타는 제스처도 많고 퍼포먼스도 화려해야 할 것 같잖아요. 근데 베이스는 뒤에서 묵묵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악기라 마음에 들었어요. 다른 악기보다 배우는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요. 또, 저음이라 연주하고 있으면귀보다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랄까? 베이스를 연주하는 제 모습이 그저 신기하고 좋아요. 처음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머리를 단발로 자른 때였는데 친구가 베이스를 연주하는 절 사진으로 찍었거든요. 근데 그 사진 속에서 어릴 때 동경하던 영화<나나>에서 록밴드를 하는 캐릭터인 나나의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실력이 슬슬 늘기 시작하니까 재미도 있고 욕심도 커져서 요즘엔 지산 록 페스티벌 같은 라이브 무대를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지금은 잠정적으로 중단되었지만 또 혹시 아나요? 언제가 밴드를 하게 될지. 가능성은 늘 열려 있죠.”
모델 도상우 VOCAL
“록 밴드 해밀턴 호텔의 보컬로 활동 중이에요. 원래 인디밴드 음악은 좋아했지만 록이란 장르에 크게 열광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친구 권유로 밴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열심히 하고 있죠. 그간 공연은 세 번 정도 했어요. 사실 첫 번째 공연을 마치고 나서 스스로에게 받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갔거든요. 아티스트 11인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만감>이라는 책에 멤버로 투입되는 통에 공연을 서두른 거예요. 지금도 공연 제의는 종종 들어오는데 일부러안 하고 곡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어요.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닌데 친구를 통해서 작사, 작곡을 조금씩 하고 있거든요. 기타도 배우는 중이고요. 작곡을 하려면 악기를 다뤄야 하니까. 그래도 첫 공연을 떠올리면 지금도 꽤 뭉클해요. 내가 부른 노래에 사람들이 호응해주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기뻤는지. 그리고 밴드 활동이 본업인 모델 일에 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좋기도 해요. 예전에는 포즈를 할 때 경직되고 멋있게 보이려고만 했는데 음악을 가까이하다 보니 더 자유로워졌다고 해야 할까? 덕분에 포즈나 감정 표현이 다채로워졌죠. 음악이 본업에 도움을 주고, 모델이기 때문에 밴드를 더 잘 알릴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아닐까요?”
디자이너 지일근 DRUM
“’몰츠(Malts)’라는 아마추어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어요. 한국인 2명, 미국인, 프랑스인으로 구성된 다국적 밴드죠. 가끔씩 찾던 LP바에서 만나게 된 친구랑 얘기하다가 ‘한번 다 같이 놀아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후로 홍대 근처에서 연습을 하는데 기존의 노래들을 커버하기도 하고 종종 자작곡도 연주해요. 몰츠 밴드 외에 회사 동료들을 모아놓고 공연하는 직장인 밴드에도 속해 있어요. 드럼은 고등학교때 잠시 스쿨 밴드 활동을 하면서 우연찮게 배우게 된 건데 벌써 10년 넘게 치고 있네요. 드럼의 매력요? 드럼은 리듬 악기인지라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아도 밴드의 뼈대 같은 역할을 하죠.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버팀목 같은 존재랄까? 그래서 드럼이 조금만 틀려도 금세 연주가 무너져요. 어설프게 기교를 부릴 수 없는 파트죠. 기교가 화려한 드러머보단 연주의 균형을 잘 맞춰주는 드러머가 좋은 연주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주할 때 굉장히 긴장하게 돼요. 참, 그러고 보니 패션 디자이너로서도 음악을 접하고 있네요. 우연찮게 록밴드 문샤이너스의 무대 의상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어떤 잡지에서 협찬 요청이 왔는데 문샤이너스가 입는다는 걸 알고 잡지사를 통해 의상을 디자인해주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정말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 이후로 새 앨범이 나오거나 공연할 때마다 의상을 만드는 덕분에 내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은 밴드의 연주를 즐기는 보람을 느끼고 있죠.”
디자이너 서상영 DJING
“사실 휘황 씨처럼 전문적인 디제이와는 거리가 멀고 친목도모에서 시작한 취미라고 보는 편에 가깝습니다. 하우스 파티 자리가 많아지면서 우연찮게 시작하게 됐거든요. 사실 디제잉도 엄연히 노동인데 한 사람이 계속 음악을 틀면 그 사람은 파티를 즐기지 못하니까 돌아가면서 맡다보니 하게 된 거죠. 요즘엔 매뉴얼이 잘 나와 있어서 간단한 믹싱 스킬 정도는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우스 파티와제 쇼의 애프터 파티 등에서 디제잉을 하면서 느끼는 건 패션이나 음악이나 모두 예측 불가하다는 점이에요. 같은 음악을 틀어도 장소, 시간,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 자리와 사람들에게 걸맞은 음악을 순발력있게 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패션쇼나 디제잉이나 모두 ‘선보인다’는 점에선 같은 맥락에 있다고 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내가 준비한 것을 보여주는 점에서 말이죠. 즉 제게 패션과 디제잉은 모두 나 혼자 즐기고 마는 게 아니라 내가 의도한 바를 누군가에게 선보이는 작업입니다. 좋은 반응이 오면 이는 내 생각이 공감을 샀다는 의미잖아요. 거기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죠. 그만큼 용기도 필요하지만요.”
모델 휘황 DJING
“예전에 일본에 있을 때 취미로 시작한 게 벌써 5~6년이 되었네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파티할 때 조금씩 해봤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주변에 파티 프로모션 하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라 꾸준히 디제잉을 하다 보니 어느새 취미를 넘어서 모델만큼이나 중요한 직업이 되었어요. 가장 신나는 파티요? 대규모 파티보단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소규모 파티에서 디제잉할 때가 더 흥이 나요. 아, 생각해보면 압구정동의 ‘그루브’라는 바에서 한 첫 번째 파티가 가장 재미있으면서 몹시 떨렸던 것 같네요. 그런데 지금이야 모델이나 연예인들이 디제잉을 많이 하지만 제가 시작할 당시엔 모델이 디제이를 한다고 하면 선입견부터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기존에 활동하던 디제이 선배들은 생각보다 저를 잘 가르쳐주고 파티에 초대도 해줘서 금세 성장할 수 있었죠. 요즘도 디제이 선배들에게 꾸준히 배우면서 장르를 넓혀가고 있어요. 처음엔 하우스 음악으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솔 디스코 쪽으로도 영역을 넓히면서 새로운 믹싱 방법을 발견해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고요. 어떻게 믹스하면 좋을까,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조차도 재미있어요.”
- 에디터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 포토그래퍼
- 김욱
- 스탭
- 헤어 / 이선영, 메이크업/류현정, 어시스턴트/송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