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 동화 속 주인공들의 시그너처 룩이 2012 S/S 컬렉션에 등장했다. 백설공주부터 피터팬까지, 동화 속 캐릭터와 패션의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과 분석.
빨간 모자
CHARACTER 독거노인으로 외롭게 사는 조모를 생각하는 효심만큼은 지극하지만 타고나기를 눈치와 눈썰미가 없다. 하마터면 할머니와 함께 요절할 뻔한 철부지 소녀.
LOOK 흔히 빨간 모자, 빨간 두건으로 부르지만 정확히는 후드가 달린 빨간 케이프다. 동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패셔너블한 아이템임에 틀림없지만 어두컴컴한 숲속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이 옷은 늑대의 표적이 되는 화를 불렀다.
니모를 찾아서
CHARACTER 아들 걱정에 24시간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는 아빠 물고기 말린은 8학군 고3엄마 못지않게 유난스러우며 아들 니모는 아빠 말 귓등으로 듣더니 결국 스쿠버다이버에게 납치되고 마는 개구쟁이다. 이 부자의 상봉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아줌마 물고기 도리는 심성은 착하지만 건망증과 오지랖으로 시련을 자초하는 캐릭터.
LOOK 형형색색의 열대어는 바닷속 최고의 패셔니스타다. 그중에서도 아들 니모와 아빠 말린은 레드와 화이트가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클라운피시 종이며, 멋진 유선형의 실루엣에 블루와 옐로로 치장한 도리는 블루탱 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CHARACTER 호기심이 말썽이라고 괜스레 흰토끼를 쫓아가 고생을 자처한 앨리스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주 담대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벌써 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법하지만 돼지의 다리와 꼬리를 지닌 거북이와 아라비안 식 담배를 피우는 벌레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LOOK 흰색과 파란색이 산뜻한 조화를 이룬 스커트 룩은 앨리스의 시그너처 룩. 신기한 건 거인과 소인으로 변하면서도 찢어지지 않는 앨리스 옷의 신축성과 복원력!
피터팬
CHARACTER 영원히 철들지 않는 아이, 피터팬. 부모 몰래 얌전한 웬디와 동생들의 가출을 조장하고 네버랜드로 데려간 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위태롭게 했다. 또 피터팬을 짝사랑하는 질투의 화신 팅커벨 역시 웬디와 동생들의 안전을 위협한 인물이다.
LOOK 하늘을 날 때도 거추장스럽지 않도록 간결한 디자인의 타이츠 룩을 즐기는 피터팬이 패션에 있어 가장 우선시하는 사항은 실용성. 또한 팅커벨은 날씬한 다리와 잘록한 허리선을 강조하는 보디수트로 하의 실종 룩을 몸소 실천한다.
눈의 여왕
CHARACTER 난방 시설이 전무한 북쪽 끝 얼음성의 소유주이자 외로움에 울부짖는 독신 여성. 또한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깨소금 커플, 카이와 겔다에게 이별의 아픔을 안긴, 말하자면 납치범이다. 악마의 거울 조각에 찔려 이성을 상실한 카이를 납치하는 것도 모자라 산전수전 끝에 얼음성을 찾은 겔다를 희롱하는 희대의 악녀.
LOOK 쿠튀르 룩의 선구자. 정교하고 호사로운 장식의 헤드 피스와 장인의 손으로 한땀 한땀 수놓은 드레스로 동화 속 캐릭터 중 가장 스펙터클한 쿠튀르 룩을 구사한다.
포카혼타스
CHARACTER 황금을 찾아 멀고 먼 신대륙까지 온 존 스미스와 추장인 아빠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뇌의 캐릭터. 아빠 포우하탄이 존을 죽이려는 찰나, 사랑하는 님을 감싸는 바람에 아빠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지만 결국 존을 따르지 않고 아빠 곁에 남은 그녀는 효심이 지극한 딸이었다.
LOOK 이국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초콜릿빛 피부를 지닌 에스닉 룩의 아이콘. 자연물을 뚝 떼어다 만든 듯 대담한 디자인의 주얼리 스타일링을 즐긴다.
신데렐라
CHARACTER 참는 자에게 복이 있음을 교훈으로 남겼지만 사실은 자신의 비참한 삶을 금세 체념하고 제3의 힘이 구제해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캐릭터. 그러나 한편으론 진짜 실수인지, 의도인지 모르게 유리구두를 흘림으로써 왕자님과의 다음 만남을 성사시킨, 어쩌면 몹시 영악한 여자다.
LOOK 재투성이 신데렐라는 옷이 날개임을 몸소 증명한 캐릭터. 360도로 펼쳐지는 이브닝드레스는 동화를 읽는 전 세계 여자아이들의 환상을 맹렬하게 자극했다. 또한 황금빛 찬란한 제복 패션을 즐기는 신데렐라의 부군 역시 지금껏 왕자님 룩의 모범답안으로 여겨진다.
백조의 호수
CHARACTER 마법사 로스트발트의 저주에 걸려 낮이면 백조로 살아가는 비운의 오데트 공주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왕자 지그프리트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오딜을 오데트로 착각할 만큼 눈썰미 없는 왕자 때문에 평생을 백조로 살게 된 오데트 공주는 당장에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할 만큼 성급하고 나약한 캐릭터. 만나자마자 사랑을 운운하며 미래를 약속하는 왕자도 무책임하고 철없긴 마찬가지다.
LOOK 독일의 동화지만 발레 공연으로 유명세를 얻은 만큼 우리의 기억 속 오데트는 늘 깃털로 이루어진 머리 장식과 새하얀 튀튀 차림이다. 여성미의 극치를 이루는 오데트의 로맨틱한 발레 의상은 여자라면 누구나 어릴 적부터 꿈꿔온 로망.
인어공주
CHARACTER 역대 동화 캐릭터 중 가장 청승맞고 미련한 인물. 그 모든 비극은 그녀가 자초한 일이다. 겨우 15살의 나이에 남자에게 한눈이 팔려 고향을 떠난 것도 모자라 잘생겼지만 안면 인식 장애를 지닌 왕자님에게 편지 한 장 쓰지 못하고 애꿎은 목숨을 버렸으니까.
LOOK 인어공주는 동화 속 캐릭터 중 가장 섹시하고 신비로운 패션을 즐기는 바다 속 패션 아이콘이다. 또한 먹다 버린 조가비와 산호초, 불가사리로 브라톱과 주얼리를 대신하는 재활용 패션의 1인자.
백설공주
CHARACTER 억세게 운 좋은 여자. 마음 약한 사냥꾼 덕에 목숨을 건지고 오지랖 넓고 살림 잘하는 일곱 난장이의 극진한 보필을 받는가 하면 마녀의 끈질긴 암살 시도도 피해가지 않나. 심지어 독사과를 삼킨 덕에 왕자님과 백년가약을 맺기에 이르렀으니, 그야말로 삶 전체가 전화위복의 과정에 다름없는 캐릭터다.
LOOK 백설공주는 봉선화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듯 봉긋한 퍼프 슬리브가 매치된 드레스로 공주님 패션의 전형을 완성했다. 더불어 짙은 메이크업을 고집하는 마녀는 전위적인 실루엣의 블랙 아이템으로 그로테스크한 룩을 연출하는 동화 속 패셔니스타.
- 에디터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송선민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
- 아트 디자이너
- 일러스트레이터/주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