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이 사는 세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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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문가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명예졸업을, 인간문화재에 항목이 추가된다면 당장 명인으로 선정될 거예요. 누군가에겐 생소할지 몰라도 그들만의 리그에선 전설이 되어버린 스페셜리스트 13인. 이만치나 속이 올차고 야무진 손을 보니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니모의 배달자●이상대

니모의 배달자라는 애칭이 정겹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본래 직업은 아쿠아리스트. 해수어&산호 직수입 업체인 ㈜아름다운물고기 소속으로 전국 라메르 매장의 수족관을 설치, 관리한다.

라메르 수족관에는 어떤 물고기들이 살고 있나?
있나? 보랏빛 몸통에 눈 주위 노란색이 특이한 옐로 아이탱, 잠을 자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측면에 하얀 줄이 나타나는 샛노란 옐로 탱, 짙은 오렌지색 보디에 머리 쪽에 흰색 띠가 있는 토마토 크라운, 옐로·오렌지·화이트·블랙 등 색상이 화려하고 무늬도 다양한 시클리트. ‘니모의 배달자’라 불리지만, 사실 니모 종인 크라운 피시는 없다.

매장 내 수족관을 관리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오픈 전 혹은 폐점 후의 백화점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때 무척이나 생소했던 기억이 난다. 백화점이란 늘 정갈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종이 박스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온갖 집기와 트레이, 청소도구들이 통로를 막고 있는 카오스 상태의 백화점은 사실 좀 재미있었다. 여기저기서 도시락이나 김밥을 파는 모습도 그렇고. 얼마 전 라메르 수족관 중 가장 규모가 큰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수족관을 설치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는?
일명 해초 청소부라 불리는 락 블레니와 바이칼라 블레니. 마스카라를 한 듯한 귀여운 눈과 빨빨거리며 헤엄치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디지털 필름 감독●전훈철

일반적인 TV 광고와 디지털 필름은 어떻게 다른가?
디지털 필름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나 웹사이트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그 특성상 시간 제약이 비교적 적으며, 디지털만의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디지털 필름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디지털 필름은 긴 호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투입된다. 준비 과정은 물론이고 촬영, 편집, 녹음 등의 후작업도 길어져 스태프나 연기자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 실례로 최근 유지태와 촬영한 SK-II MEN 디지털 필름은 총 3일 동안 18, 18, 24시간을 쉬지 않고 촬영했다.

그동안 했던 작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처음으로 TV 광고 연출을 맡았던 쌍용자동차 캠페인과 AXA 공익광고, 그리고 신예 라이징 스타들과 함께했던 SK-II 디지털 필름 ‘지금부터 시작이다’ 편.

최근에는 일반인도 디지털 영상을 많이 찍는다.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좋은 영상은 좋은 그림에서 출발한다. 먼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또 그만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 꼭 작업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앞서 말한 ‘지금부터 시작이다’ 편에 출연했던 김수현, 정소민, 서지혜, 윤승아, 이종석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 유지태. 전작과는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한 영상도 꼭 만들고 싶다.

스튜어디스 메이크업 강사●옥충길

지금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비디비치 by 이경민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2008년부터 시작된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들의 메이크업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갓 입사한 신입 스튜어디스들을 상대로 ‘아시아나 스타일’ 메이크업을 가르쳐주는 것부터 강사급 승무원을 위한 이미지 교육, 한 달에 두세 번가량 아시아나 본사에서 열리는 피드백 교육 등이 주요 업무다.

일반 메이크업과 스튜어디스 메이크업의 가장 큰 차이는?
스튜어디스, 특히 아시아나 승무원의 메이크업은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인상을 연출하는 데 주력한다. 기능적으로는 장시간 건조한 기내에서 머무는 만큼 절대 무겁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12시간 이상 번지거나 지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굴만 보고도 ‘아, 승무원이구나!’ 하고 구분할 수 있는 승무원룩의 필수 조건이 있다면?
1. 핑크와 브라운을 적절히 믹스한 단정한 메이크업. 2. 입술은 브라운 피치나 브라운 핑크. 3. 가지런히 감아 올린 헤어스타일.

승무원들의 비행 파우치 안에 들어 있는 메이크업 제품을 공개한다면?
아시아나 승무원에게 제공되는 제품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은 건 비디비치 스몰 키트다. 하이라이터, 치크, 셰이딩, 컨투어나 아이섀도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합해 하나에 담을 수 있고 크기도 작아 기내에서 많이 사용한다. 미니어처 사이즈의 미스트와 컨실러도 필수 아이템.

아이 마사지 전문가●신경숙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한다면?
15년 차 테라피스트. 라프레리 VIP 고객들로 이루어진 로열 스위트 클럽 멤버들의 스킨케어를 책임진다.

라프레리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테라피스트라고 들었다. 처음 입사하던 때를 기억하나?
기억한다. 사실 한 번 최종 면접까지갔다 떨어진 경험이 있다. 여드름이 원인이었다. 면접관으로부터 테라피스트의 피부가 나빠서는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없다는 평가를 들었다. 너무 속상해서 벼르고 별렀다가 두 번째 응시했을 때 ‘라프레리가 얼마나 좋은지 내 피부에 실험해 달라’고 말했다. 그 당돌함 덕분에 최종 합격이 되었고, 그 후로 12년째 근무 중이다. 물론 여드름은 깨끗이 사라졌다.

라프레리는 12가지나 되는 다양한 아이 제품과 그에 따른 마사지 테크닉을 보유한 브랜드이다. 그 가운데 일반인이 쉽게 응용할 수 있는 아이 케어 팁을 준다면?
눈가용 제품도 용도와 피부상태에 따라 세분화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얇고 처지기 쉬운 눈꺼풀에는 에센스 타입을 바르고, 무겁고 흡수가 느린 크림 제형은 눈썹뼈와 눈 밑 다크서클에 사용하는 식이다. 이때 반드시 전용 스패출러나 약지를 사용한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것은 클렌징. 아무리 간편한 클렌저가 있다 하더라도 눈가는 안과 테스트를 거친 전용 제품으로 단독 클렌징하는 것이 옳다(대부분의 화장품에 ‘눈가를 피해서 사용하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라프레리 라운지에서 한 달에 마사지를 위해 소비하는 제품의양은 얼마나 되나?
VIP 고객만 이용이 가능한 라운지의 특성상 타 부티크나 에스테틱처럼 많은 양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 아이 케어만 두고 따져볼 때, 한 달에 쓰는 아이 에센스와 아이 크림이 각각 20병 정도. 참고로 캐비아 럭스 아이 리프트 크림 한 병의 가격은 38만원이다.

퍼퓸 스타일리스트●서치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프레쉬 유일의 향수 스타일리스트로 카운슬링을 통해 고객 개개인에게 필요하거나 잘 어울리는 향수나 향의 조합을 제안한다.

향수 스타일리스트인 동시에 프레쉬 내 1등 뷰티 어드바이저라 들었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
보통 카운슬러라고 하면 말을 많이 할 거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고객들의 말에 귀 기울여 잘 듣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들의 말과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해답이 보이게 마련이다.

전문가로서 실패하지 않는 향수 쇼핑의 방법을 알려달라.
1. 첫 향을 보려면 시향지, 잔향을 느끼고 싶을 땐 옷이나 손등에 테스트한다. 시향지는 잔향이 많이 남지 않기 때문에 베이스 노트의 잔향까지 느끼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다. 2. 향수 쇼핑은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 최악의 경우는 식사를 마친 직후. 음식의 향과 섞여 향수 본연의 향을 맡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

매장에서 마음에 들어 사왔는데, 막상 집에 와서 뿌려보니 마음에 들지 않은 적이 있다. 이럴 때 응용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향수는 다른 뷰티 제품들과 달리 한 번이라도 사용하면 대부분 교환이나 환불이 어렵다. 때문에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시향지뿐 아니라 몸이나 옷에 뿌려보고 잔향까지 신중하게 느끼고 판단하라고 하는 것이다. 만약 이미 구입한 향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향이 있는 보디 로션이나 샤워젤을 사용해보디 제품의 잔향과 향수의 향이 레이어링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완전히 새로운 향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레쉬 향수는?
프레쉬 향수는 여느 브랜드의 제품과 달리 완벽한 레이어링이 가능하다. 천연 원료가 아닌 인공향을 사용한 향수는 함께 뿌리면 향조가 깨지거나 서로 대립해 불쾌감을 주거나 두통을 야기할 수 있는데, 프레쉬 향수는 그런 걱정이 없다. 최근 빠져 있는 건 캐너비스 샌탈과 시트론 드 빈의 레이어링. 샌탈에서 풍기는 나무 향이 스파클링한 시트론 드 빈과 어우러져 중후하면서도 달콤한, 센슈얼한 느낌을 준다.

고객 상담 스페셜리스트●임려규

하루의 일과는 어떻게 구성되나?
내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접수된 이니스프리 고객의 상담에 대응하는 것과 이를 사내에 전달해 불만사항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클레임 교육. 고객 상담이 시작되는 9시 전에는 전날 진행된 상담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9시 정각부터 본격적으로 고객 상담을 받는다. 상담이 끝나는 것은 오후 6시. 이때부터 오늘 있었던 상담 내용을 모든 직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친다.

재미난 일도 많았을 거 같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몇 가지는?
이니스프리 광고에 나오는 윤아머리를 보고 자신의 머리를 따라 했다며 노발대발했던 고객,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 1시간 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 고객, 엄청난 막말을 퍼붓고 나서 미안하다며 스파게티를 사줄 테니 친구하자던 고객, 목소리가 아름답다며 립스틱 뭐 발랐느냐고 물어보던 남성 고객, 감사의 표시로 커피와 장문의 편지를 보내준 고객 등. 지나고 나면 다 즐거운 추억이다. 업무적으로는 2007년 소비자의 날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고객 상담을 하면서 겪는 가장 곤란한 상황이 있다면?
보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는데도 막무가내로 과대 보상을 요구하거나 환불을 원했는데 제품을 받아보면 이미 사용(혹은 개봉)한 흔적이 역력한 경우. 또한 보이지 않는다고 욕설이나 기분 나쁜 반말을 하는 전화도 많은데, 제발 자제해주셨으면!

가장 컴플레인이 적은 이니스프리의 대표 아이템을 꼽자면?
그린티 라인과 올리브 라인. 여타 라인에 비해 만족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컴플레인이 적은 것은 물론 감사 인사도 많이 받게 해준 고마운 제품이다.

가발 장인●류영호

이 일을 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1968년, 당시 굴지의 가발 회사였던 한독산업 개발에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가발과 인연을 맺었으니까 올해로 44년째 된다. 크라운가발을 연 지는 37년쯤 되었다.

직접 가발 제작도 하나?
물론이다. 일반인을 위한 맞춤 가발과 대머리 커버용 가발, 헤어피스는 물론이고 500여 개의 미용 대학과 학원에서 의뢰하는 특수 가발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다. 이런 디자인 작업까지 가능한 곳은 대한민국에 ‘크라운가발’밖에 없다.

스태프들과 우스갯소리로 ‘크라운가발이 없으면 우린 촬영 못한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하루에 판매되는 가발의 수는 얼마나 되나?
매주 화요일에는 120~200명 정도가 다녀간다(미용인들은 대부분 화요일이 휴무다). 9월부터 12월까지는 미용 관련 대학과 학원에서 헤어쇼가 있어 그 숫자가 배가되고, 월초에는 방송이나 잡지사에서도 많이 찾는다. 일일이 갯수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가발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가발 전문가가 말하는 좋은 가발이란?
가발에서 ‘가’자가 거짓가(假)이다. 가짜 머리라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가발이라고 해봐야 제 머리만 하겠냐마는 그래도 자연스러운 게 최고다. 그다음은 품질. 섬세하게 만든 제품은 몇 년을 써도 올 빠짐이 없고 늘 한결같은 모양을 유지한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가발 전문가이다. 아직 못 이룬 꿈이 있다면?
가발&헤어 전문가를 배출하는 체계적인 교육 기관을 만들고 싶다. 우리나라의 헤어 시장은 너무 우후죽순으로 성장해왔다. 학원에서 3개월 일하고, 살롱에서 3년은 뼈 빠지게 일해야 겨우 가위를 잡을 수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다. 미용사관학교라 불릴 만한 기관을 설립하고, 외국처럼 정말 크리에이티브한 헤어쇼를 열어보는 것이 내 꿈이다. 지금 하고 있는 무료 교육 사업도 그러한 일환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김희진
포토그래퍼
신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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