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애정녀

W

안 지킨다고 쇠고랑 안 차요. 경찰차가 출동하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지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겁니다. 예뻐지기 위해 지켜야 할 애매한 뷰티 룰들.

Q. 나는 쿨톤일까 웜톤일까?
이영애나 이나영, 최정원은 누가 봐도 확실한 쿨톤. 그러나 송혜교는? 손예진, 이연희는? 단번에 대답하기 애매합니다. 테스트 들어갑니다. 먼저 손을 보세요. 손바닥이 꼭 귤 먹은 사람처럼 노르스름하다, 이거 웜톤입니다. 쿨톤은 핑크색이에요. 붉은색, 이것도 인정됩니다. 그래도 애매하다, 하면 머리를 봅니다. 두피가 노르스름하고 모발이 브라운 계열이라면 웜톤, 두피가 희고 푸른색을 띠면서 머리카락이 새까만 편이라면 쿨톤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딱 정한 겁니다. 얼굴이 아니에요. 지난여름에 태닝하고는 웜톤이라 우기는 건 반칙입니다. 또 하나. 웜톤은 골드와 오렌지, 쿨톤은 실버와 핑크만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핑크라도 차가운 핑크와 따뜻한 핑크가 있어요. 애매합니다. 이럴 땐 그냥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면 되는 거예요. 메이크업은 즐거워야 하니까요.
– 박지현(겔랑 교육부 수석 메이크업 트레이너)

Q. 남자 화장, 어디까지 괜찮은 걸까?
이거는, 그냥 안 되는 겁니다. 아주 간단해요. 남자가 얼굴을 꾸민다고 뭘 칠하고 입힌다는 거 자체가 곱게 보기 힘듭니다. 화장할 시간에 운동을 하세요. 단, 스킨케어는 무한정 허용됩니다. 귀찮다고 로션 하나 바르지 않는 거, ‘짐승남’이 아니라 ‘짐승’이나 하는 짓이에요. 요즘은 애완견들도 향수 뿌리고 로션 바릅디다. 단, 예외는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제.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선에서 눈감아줍니다. 눈썹 정리. 양쪽이 붙은 일자 눈썹이거나 삼자인 경우 필요합니다. 손발톱 무좀약, 겨울에 바르는 옅은 색 립밤, 다 괜찮아요. 색조 화장은 이마 정중앙, 코 끝 등 정말 애매한 부위에 지름5 mm 이상의 대왕 여드름이 났을 때만 가능합니다. 가리세요. 이런 거 가린다고 안 잡혀가요. 욕 안 먹습니다.
– 박태일 (<지큐> 패션 에디터)

Q. 보톡스를 맞고 싶은데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
이거 애매합니다. 딱 정해놔야 시술받는 사람도 불만이 없고 시술하는 의사도 마음이 편합니다. 사각턱이 일생에 콤플렉스라면 일단 지르는 겁니다. 단 개개인의 차이는 있어요. 뼈를 깎은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살 빠졌느냐고 하는데 얼굴은 여전히 크다고 컴플레인하는 거, 반칙이에요. 애매한 것 또 있습니다. 표정 주름 애매합니다. 짜증 낼 때 생기는 미간 주름, 웃을 때 눈 옆에 생기는 주름, 이거 보톡스로 치료 가능합니다. 잘 들으세요. ‘눈 옆’입니다. ‘눈 밑’ 가로주름은 안 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보톡스는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거예요. 얼굴 빵빵해진 연예인, 이거 대부분 ‘레스틸렌 필러’ 맞은 겁니다. 필러랑 보톡스랑 헷갈리면 안 되는 거예요.
– 서구일(모델로 피부과 원장)

Q. 오래된 화장품, 쓸까 말까?
일단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리는 겁니다. 이런 거 버린다고 쇠고랑 안 찹니다. 경찰차가 출동하지도 않아요. 토너, 로션, 크림 등 기초 제품은 뚜껑 따고 1년이 한계입니다. 본래 색이 바래거나 제형이 변했다면 날짜 셀 필요 없어요. 무조건 버립니다. 작년에 쓰던, 쭉 짜니까 기름부터 나온 자외선 차단제 말하는 거예요. 레스토랑에서 쩝쩝 음식 먹던 입술에 직접 발랐던 립스틱, 립글로스, 틴트는 반년이면 부식하기 시작합니다. 향이 가장 먼저 변할 거예요. 굳어서 빗질이 안 되는 마스카라, 딱딱해진 아이라이너, 걸쭉해진 네일 컬러, 표면이 갈라진 섀도와 블러셔, 모두 버립니다. 화장품이 장식품도 아니고, 컬렉팅할 필요 없는 겁니다. 단, 아직 개봉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면 2년까지는 안심해도 됩니다. 물론 찜질방 뺨치도록 보일러를 돌려댄 침대 밑 방바닥에서 발견한 거, 이런거까지 돌려쓰는 건 반칙이에요.
– 이윤경(크리스챤 디올 교육팀 부장)

Q. 저가 화장품 살까? 고가 화장품 살까?
화장품 종류가 중요합니다. 무작정 기초는 고가, 색조는 저가가 아니에요. 주름 개선, 미백 기능성 제품은 좋은 게 좋은 겁니다. 특허 성분, 안정화 기술, 보존 용기에 투자했기 때문이에요. 색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섀도, 블러셔, 하이라이터의 색감 개발, 안료, 다양한 고급 펄을 넣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해요. 고가일수록 색감이 더 고급스럽고 중후한 겁니다. 발색은 큰 문제가 아니에요. 저가로 구입해도 무리가 없는 것, 목록 나갑니다. 잘 들으세요. 일단 로션, 수분 에센스, 크림 등의 보습제. 가격 상관없이 여러 가지를 써보고 피부에 맞는 점도와 보습력을 찾으면 되는 겁니다. 클렌저, 저자극 성분과 적당한 세정력만 갖추면 그만입니다. 진짜 애매한 건 자외선 차단제예요. 알다시피 자외선 차단제는 많이, 자주 바르는 게 중요합니다. 차단 지수가 동일하다면 차단 효과는 거의 같으니 가격에 얽매이지 마세요.
이선배(<잇스타일> 저자 프리랜스 뷰티 에디터)

Q. 나는 건성 피부일까, 수분 부족형 지성 피부일까? 
앞으로 ‘수분 부족형 지성 피부’ 이런 거 없습니다. 수분이 부족하면 건성지성할거 없이 무조건 탈수 피부예요. 건성과 지성을 나누는 기준은 피지 분비량이지, 수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피지 분비가 많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늘 버짐 같은 미세한 각질이 끊이질 않는다, 탈수 증상이란 말이에요. 테스트 나갑니다. 세안 후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 2시간쯤 뒤에 기름종이를 붙여보세요. 만약 종이가 투명해지지 않는다면 건성 피부입니다. 반대로 겉으로 보기엔 전혀 번들거리지 않았는데 종이가 투명해 졌다, 그러면 탈수 피부인 거예요.
– 최광호(초이스피부과 원장)

Q. 유행하는 짧은 머리, 시도해도 될까? 
윤은혜, 나르샤, 써니…. 보고 있자면 자르고 싶은 맘이 드는 건 이해합니다. 그러나 자신과 걸그룹을 동일시하면 안 되는 거예요. 갑자기 애매해집니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요. 쇼트 헤어는 일단 앞턱이 뾰족한 V라인이라야 ‘미소년’ 느낌이라도 살릴 수 있습니다. ‘말상 얼굴, 긴 앞머리, 앞가르마’. 이건 정말 아니에요. 모발도 애매합니다. 뻣뻣한 직모 위험해요. 가늘고 힘 없는 머리가 짧게 잘랐을 때 적당히 볼륨감도 살고 무겁지 않아 좋아요. 광대가 발달했다? 이건 괜찮습니다. 단, 앞머리까지 자르면 안 되는 겁니다. 앞머리는 반드시 사선으로 길게 층을 내서 광대뼈를 보일락말락 가리세요.
– 이에녹(헤어 스타일리스트)

Q. 자꾸 거슬리는 왕여드름, 짤까 말까? 
일단 여드름 모양을 살펴봐야 합니다. 목표물이 빨갛게 변하고 있다면, 이거 건드리면 안 됩니다. 아직 아니에요. 단, 집에 스폿젤이 있으면 지금 바릅니다. 이때가 지나면 소용없어요. 며칠 뒤 여드름이 ‘통통~’하게 살이 오릅니다. 아직 아니에요. 하루쯤 더 지켜봅니다. 바늘로 콕 찌르면 ‘퐁!’ 하고 터질 것 같은 노란 고름이 ‘똥그랗게’ 잡혀야 짜는 겁니다. ‘똥그랗게’, 이거 애매합니다. 넙적한 거, 아직 아닌 겁니다. 노란 좁쌀이 빨간 통통이 위에 눈사람 머리처럼 얹혀 있는 거, 짜면 안 돼요. 덧날 확률 80%입니다. 물론 피부과에서 케어받는 거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몸을 맡기세요.
– 이나경(뷰티 칼럼니스트<동안피부레시피> 저자)

Q. 내 나이 서른, 이제 와 치아 교정을 시작해도 되는 걸까? 
이거 잘 판단해야 합니다. 일단 예뻐질 수 있습니다. 아주 중요하죠. 고른 치열은 입안 청결과 잇몸 건강에도 한몫합니다. 씹는 감도 좋아져요. 긍정적 효과예요. 단 부작용,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치아 법랑질이 벗겨져 이가 약해질 수 있어요. 종종 잇몸의 염증, 퇴축도 발생합니다. 최악의 경우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어요. 아리까리합니다. 나이? 10대 후반이나 40대나 죄다 ‘성인 교정’입니다. 꽃다운 18살이라고 ‘소아 교정’, 아니에요. 중요한 건 치아와 잇몸 나이입니다. 물만 마셔도 뼛속까지 이가 다 시린데 31살이라고 무턱대고 교정하기, 없습니다. 뿌리가 약하다면 잇몸 치료가 먼저예요. 교정하고 잇몸 치료하는 거 반칙입니다.
– 박노제(이오플러스치과 원장)

Q. 지금 방송 중인 홈쇼핑 화장품 사면 후회할까? 
쇼호스트 옆에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잡지랑 방송에서 이름 들어본 사람이면 믿고 사도 됩니다. 그 사람들 그거 자기 이름 걸고 꼼꼼하게 만드는 거 맞습니다. 방송 중에 전화 폭주한다고 호스트 목소리 다급해지고 상담원 자동주문 연결하라고 막 야단이 나죠? 절대 흥분해서 서두르면 안 됩니다. 인터넷에 접속해 차분히 자료 조사에 착수하세요. 21호 23호 중 본인 색상 매진 임박 벨소리 띵띵 나면 그때는 신속하게 움직여야 됩니다. 10개월 무이자 할부라고 무턱대고 주문하면 패가망신 못 면합니다. 전에 주문한 제품 할부가 아직 2개월 이상 남았으면 과감히 패스합니다. 이 상품 이 대박 구성 다시 없을 마지막 기회라고 목놓아 외치죠? 흔들릴 필요 없습니다. 2주 뒤에 고객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다시 돌아옵니다. 풀세트 구입하면 1+1 하나 더 주는 놀라운 구성, 좋아 보이죠? 요거에 혹하면 유통기한 끝날 때까지 다 못 쓰고 결국 버립니다. 마스크 시트 사면 아이 마스크 덤으로 껴주는 거, 요건 괜찮습니다. 주변 사람들한테 선심 쓰면서 나눠 줄 수 있으니까요.
– 황선우(<더블유> 피처 디렉터)

에디터
뷰티 에디터 / 김희진
포토그래퍼
엄삼철
아트 디자이너
illustration/ JOO JEONG MIN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