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타카시 쿠리바야시는 멀찍이 떨어져 감상하기보다는 다가가 체험해야 할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그의 개인전 〈인비트윈〉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경계를 넘어 또 다른 세계에 진입하고 새로운 시점을 경험하도록 한다.
일본의 설치작가 타카시 쿠리바야시의 개인전 〈인비트윈〉이 열리고 있는 청담동 비욘드 뮤지엄 전시관을 찾았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허리부터 굽혀야 했는데 엄청난 크기의 종이가 공간 전체에 낮게 드리워져 있었던 까닭이다. 몸을 펴기 위해선 머리 하나가 들어갈 크기로 곳곳에 뚫려 있는 구멍을 찾아야 했다. 그 틈으로 비집고 들자 눈 덮인 겨울 산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종이와 펄프로 재구성한 이 인공 숲에 작가는 ‘Wald aus Wald(숲으로부터의 숲)’란 이름을 붙였다. 관람객들로 하여금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고 싶었다는 게 쿠리바야시의 설명이다. ‘Unter dem Wasser(물 아래에서)’ 역시 계단을 타고 올라 천장에 난 구멍에 머리를 넣고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다. 주변을 두르고 있는 물, 그리고 그 너머의 고요한 숲은 목 아래와는 아예 이질적인 풍경이다. 이 젊은 예술가의 시선은 늘 경계를 탐색한다. 쿠리바야시는 하나의 세계에서 또 하나의 세계로 옮겨가는 찰나의 경험, 그리고 그에 따른 인식의 전환에 매료된 듯 보인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자연스레 환경 보호의 메시지로도 이어진다. 인간 중심의 이기적 사고야말로 지구의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난 3월의 일본 동북대지진과 그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해 다시 한 번 인간의 어리석음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경계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는 타카시 쿠리바야시의 전시는 10월 1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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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정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