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 효과. 이처럼 이웃나라 일본의 지진 피해를 도우려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날갯짓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본 ‘패션 채러티’가 전하는 희망이란 결국 물질을 넘어 재능과 시간, 그리고 마음의 무한한 나눔이었기에.
지난 4월 2일, 서울 패션위크의 마지막 밤은 특별했다. 일본 대지진 참사를 돕는 구호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61개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작품을 기부한 바자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내 디자인이 궁극적으로 작은 도움을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했어요. 패션 디자이너로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건 행복한 특권입니다. 나아가 패스트 패션이 주목받고 있는 요즘, 패션 디자이너라면 환경 보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에게 입지않는 옷을 기증하는 나눔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너레이션 넥스트(Generation Next) 쇼에 참가한 9명의 신진 디자이너들도 소셜 커머스 업체인 그루폰과 협업한 티셔츠를 통해 나눔에 동참했다. 즉, 4월 18일부터 29일까지(23, 24일 제외) 그루폰 사이트(www.groupon.kr)를 통해 ‘Collective minds of Hope’라는 디자인 콘셉트를 담은 티셔츠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 전액을 굿네이버스에 기부하는 것. 디자이너 지일근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그림자 놀이 형태의 그래픽으로 표현했고, 이지은은 빈칸을 넣어 각자가 생각하는 희망을 떠올리도록 했다. 그리고 이상현은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희망’이라는 균형 있는 시선을 갖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나아가 지난 4월 9일, 봄기운이 완연한 가로수길에 패션 칼럼니스트 홍석우가 신진 디자이너들과 함께 소규모 바자회를 열었다. 디자이너 고태용의 비욘드 클로짓, 이명신의 로우 클래식, 이상현의 레이등 8개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참여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불안을 함께 나누고 극복하자는 마음을 모았다. 그들의 아틀리에에서 방금 가져온 듯한 옷과 액세서리들을 살피다가 만난 모델 강승현 역시 뉴욕에서 론칭한 자신의 빈티지 브랜드 아이템을 들고 나와 이 도움의 손길에 힘을 더하고 있었다. 사실 패션 채러티는 디자이너에게 물건보다는 재능의 기부이고, 그 이상으로 시간과 마음의 나눔이기도 하다. 오늘날 모든 것이 넘쳐나고 빨리 사라지는 시대에 패션이 이런 나눔의 힘을 갖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 에디터
- 박연경
- 포토그래퍼
- 엄삼철, COURTESY OF GROUPO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