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총 80개에 달하는 레스토랑 리스트가 있다. 부지런한 발과 예민한 혀를 지닌 맛집 블로거만을 추려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서울 시내 레스토랑 10곳’을 추천해달라고 조른 결과물이다. 남의 입맛은 영 못 믿는 의심 많은 당신이라도, 2번 이상 꼽힌 식당이라면 속는 셈 치고 찾아가보는 게 어떨까. 운 좋으면 죽기 전에 궁극의 맛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코스모스(kosmose7)
Kosmose의 Gourmet Circle(blog.naver.com/kosmose7)
매년 발표하는‘ TheS.PellegrinoWorld’s 50 BestRestaurants’에 투표하는 한국의 여섯 패널 중 한 명. 국내외를 넘나들며, 파인 다이닝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 엘본 더 테이블▶ 최현석 셰프는 재미있는 창작 요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요리의 진가는 그 탄탄한 기본기에 있다. 아무리 재미있고 참신한 요리라도 최종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맛’이니까.
버거 프로젝트▶ 역시 최현석 셰프가 양질의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만든 명품 버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통 아귀살 버거, 고추 젤리 버거, 송이버섯 버거를 추천한다.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식사 한 끼에 40만원 정도라는 소문이 있지만 그건 디너 중에서도 최고급 메뉴를 선택했을 경우다. 그보다 짧은 코스는 20만원 선에, 특히 최근 출시한 런치 스페셜 코스는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해 6만원 선이다.
롯데호텔 ‘모모야마’▶ 서울에서 ‘스시’하면 신라호텔의 ‘아리아께’, 조선호텔의 ‘스시조’등의 절대 강자가 있지만, 스시와 가이세키 양쪽 부문 모두에서 수준급에 도달해 있는 곳은 모모야마가 유일하다 특히 주말 특선 코스는 평소보다 저렴하고 알찬 구성이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명품 일식을 즐길 수 있다.
★★★★스시효 청담점▶ 최근 서울에도 수준 높은 스시집이 많이 오픈했지만, 절대 지존은 역시 스시효다. 초밥을 쥐는 솜씨와 초반의 상태도 훌륭하지만, 거대 호텔 내 일식집이 아니면서도 제철 재료를 시의 적절하게 최고급 상태로 들여올 수 있는 능력 또한 눈에 띈다.
롯데호텔 ‘무궁화’▶ 우리나라 파인 다이닝 한식당의 새로운 지평을 연 곳이다. 기존의 회원제 메트로폴리탄 클럽을 과감히 닫고 완전히 새로 꾸몄다. 한식 본연의 맛을 유지하되, 다양한 요리가 몇번에 걸쳐 나오는 소반 형식의 차림이다. 여느 한정식집과는 달리 1인분씩 주문 가능한 것도 무궁화만의 큰 장점이다.
비앙 에트르▶ 인테리어와 집기, 그리고 가격은 비스트로지만 음식만큼은 파인 다이닝 세공 요리에 가깝다. 아름다운 비주얼과 훌륭한 맛. 이 모든 것을 오직 박민재 셰프 혼자서 만들어 내는 것도 놀랍지만, 이 정도 수준의 요리가 이토록 착한 가격에 제공된다는 것도 경이롭다. 한정된 좌석의 작은 비스트로이므로, 사전 예약은 필수.
줄라이▶ 리용 등 프랑스의 지방 향토 요리가, 컨템퍼러리하고 모던하게 서빙된다. 장시간 정성 들여 조리한 슬로 푸드와 세련된 서비스에 비해, 런치 및 디너 공히 꽤 괜찮은 가격이다. 특히 일요일 런치 코스는 가격이 매우 좋아서 단연코 인기.
신라호텔 ‘팔선’▶ 호텔 내 레스토랑들이 옛날의 명성에만 의존하고 실제 퀄리티는 다소 실망스러울 때가 많지만, 팔선은 예외다. 언제나 최상급의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여 명장의 손에 의해 빚어지는 명품 중국요리는, 중국 본토의 요리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 중식요리의 특성상 코스 요리가 2인분 이상부터 주문 가능한 것은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플라자호텔 ‘무라사키’▶ 플라자호텔의 리뉴얼과 함께, 일식당 고토부키가 교토식 가이세키 전문의 무라사키로 환골탈태했다. 현재 가이세키에 관한 한 거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서울에서, 난치 야마토야 출신의 일본인 셰프가 총괄하는 무라사키의 정통 일본식 가이세키 요리가 기여하는 바가 크리라 본다.
류크(luke_suh)
Luke’s Tasting Note(blog.naver.com/luke_suh)
국내에 흔치 않은 프렌치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식재료나 식당을 즐기는 법에 관한 친절한 조언도 구할 수 있다.
★★★ 줄라이▶ 줄라이의 요리는 언뜻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다. 제철 나물과 고흥 유자, 가평 잣, 완주 생강 같은 각 지역 특산물은 물론 흔히 맛보기 힘든 말이나 토끼 고기까지, 재료에서부터 한 접시를 위한 연구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팔레 드 고몽▶ 팔레 드 고몽은 단순히 맛, 서비스, 인테리어 세 가지로 레스토랑을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와인 셀렉션뿐만 아니라 식기, 음악, 고객의 동선, 심지어 테이블 위 꽃의 각도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루이쌍끄▶ 각각 프랑스와 일본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라스트렁스(L’astrance)와 칸테상스(Quinte-ssence)에서나 맛볼 수 있는, 오랜 시간 저온에서 구워 낸 오리 요리는 빼놓을 수 없는 추천 메뉴다.
더 스파이스▶ 에드워드 권이 유명해서가 아니라, 더 스파이스는 정말로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 레스토랑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요리를 표방하여 가격을 낮춘 덕분에 고급 식재료가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평범한 식재료의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곳곳에 사용된 여러 향신료를 느끼는 것도 큰 재미다. 단순히‘가격 대비’로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하다.
뚜또베네▶ 본격적인 하우스 음악, 총각무 피클, 티본스테이크, 라구 소스 등 최근에 유행하는 많은 것들이 이곳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힐튼호텔 ‘시즌즈’▶클래식한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레스토랑 중 하나다. 박효남 셰프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손맛은 푸근하면서도 묵직하다. 특히 1996년부터 1년에 네 번, 새로운 계절요리를 미리 선보이는‘구르메 서클’디너에선 장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신라호텔‘컨티네탈’▶ 눈에 띌 만한 거창한 특징은 없지만, 정갈하고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뛰어난 식자재 구매력을 지닌 신라호텔 덕분에 모든 식재료가 최상급이다. 계절마다 진행하는 아스파라거스, 푸아그라, 트뤼플, 바닷가재 등의 프로모션 코스도 훌륭하며, 3개월간 드라이에이징한 스테이크 역시 최고다.
레스쁘아▶ 거품, 무스, 젤리, 캐비아. 접시 위에 온갖 재미있고 가벼운 요리들이 뛰어노는 시대다. 하지만 임기학 셰프는 진하고 클래식한 비스트로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에서 브랜디 향이 물씬 풍기는 뜨끈한 양파수프와 푸짐한 오리 꽁피를 먹고 나면 실연도 극복할 수 있을 것같이 든든해진다.
그라노▶ 이탈리아 요리는 맛있다. 한국 땅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이탈리아 요리는 더 맛있다. 더군다나 그렇고 그런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쉽게 접하던 맛이 아니다. 제주 흑돼지, 상주 멧돼지 등 좋은 재료로 만든 정통 이탤리언 요리니까 말이다.
샤떼뉴▶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요리하는 최은용 셰프의 프렌치 요리엔 인삼, 더덕, 돼지감자 같은 우리 식재료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특히 내장을 포함한 애저(새끼 돼지) 한 마리 스페셜 코스는 별미 중의 별미.
비밀이야(mardukas)
먹자, 마시자, 놀러 다니자(blog.naver.com/mardukas)
서울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의 맛을 탐험하는 블로그.
벽제갈비▶ 자체 목장에서 사육하여 잘 숙성시킨 국내 최고의 설화 한우를 만날 수 있는 곳. 육질의 진한 맛과 섬세한 마블링에서 오는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리는 설화 생갈비와 꽃등심을 추천한다.
송강▶ 강화도 갯벌에서 자연 상태로 놓아 기른 갯벌 장어는 쫄깃한 육질과 고소한 기름기가 탁월하다. 봄이 되면 황복으로 만든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당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몰타참치▶ 참치의 정점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오직 큰 사이즈의 품질 좋은 참다랑어만 사용하여 제대로 해동하기 때문이라고.
신라호텔‘ 아리아께’▶ 맛뿐만 아니라 정중한 서비스부터 편안한 인테리어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춘 최고의 일식당.
이노시시▶ 익숙한 흰살 생선을 비롯해 참치, 등푸른 생선, 조개류, 해산물까지 그 어떤 고급 일식당에도 뒤지지 않는 맛을 선보여 작년 한 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설문 일식▶ 튀김으로 유명하던 일식당‘서린’의 조리장이었던 김설문 요리사가 북창동에 오픈한 작은 일식집. 혀에 닿으면 바삭하고, 입안에 넣으면 푹신한 튀김을 맛보고 있노라면,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라호텔 ‘팔선’▶ 요리의 차림새, 코스의 구성, 그리고 맛에 있어 고급스러운 정찬을 대접받는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중식당 팔선. 한올 한올 살아 있는 샤크스핀 찜과 그윽한 맛과 향이 일품인 불도장, 중국 현지보다 더 맛있는 북경오리 등 대표적인 메뉴를 맛보고 나면, 왜 이곳이 국내 최고의 중식당인지 바로 이해하게 된다.
부띠끄 블루밍▶ 비슷한 퀄리티를 선보이는 여타 레스토랑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다양한 코스 구성 덕분에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요리까지. 파인 다이닝을 처음 경험하거나, 천편일률적인 이탤리언 음식에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남베 101▶ 셰프 양지훈이 선보이는 프렌치와 분자요리가 결합된 독특한 스타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특히 디저트는 레스토랑 중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루이쌍끄▶ 가스트로 펍을 추구하는 이곳은, 식사는 물론 가벼운 술과 안주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젊은 셰프들이 선보이는 보케리아, 에트리 등의 흔치 않은 요리를 경험해볼 것.
블루마스(bluexmas)
The Note of Thirty Something(killjoys.egloos.com)
<에스콰이어>에 건축과 맛집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는 객원 필진으로, 맛에 관한 날카로운 비평을 기대할 수 있다.
라 꼼마▶ 싱싱한 해산물 카르파치오도 파스타도 물론 좋지만, 이탈리아 할머니 레시피의 티라미수는 그야말로 ‘진짜’다.
초록바구니▶ ‘분자요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현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레스토랑. 게다가 한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한식의 세계화’에 굉장히 설득력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 우래옥 본점▶ 평양냉면의 정통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맛과 공간을 고려했을 때 이곳이 한식 파인 다이닝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기계적인 서비스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 남베 101▶ 그저 ‘양지훈 스타일’일 뿐이라는 그의 요리가 카림 라시드의 손을 거쳐 현대적으로 디자인된 그릇에 담겨 나온다. ‘남베(Nambé)’는 그릇의 재료가 되는 알루미늄 합금의 명칭이다.
리스토란테 에오▶ 위치, 음식, 공간, 그리고 서비스까지, 우리나라에 미슐랭이 들어온다면 첫 번째 후보군에 들어갈 만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지는 디저트는 보완이 필요하다.
★★ 이노시시▶ 두 젊은이가 좋은 재료로 무장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변방 연남동의 사시미야일 뿐이지만, 좋은 재료와 오기라면, 사실 갖출 건 다 갖춘 셈이다. 그날그날 좋은 재료로 알아서 준비해주는 코스요리인 오마카세를 맛보려면 예약 필수.
더 스파이스▶ 학력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과 음식은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다. 셰프는 음식으로 말하고, 또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음식의 콘셉트를 읽기 어렵긴 하지만,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제대로 조리했으며, 가격도 합당하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칸티네타 아마노▶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 어딘가의 지중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전혜영 오너 셰프는 일반 요리와 디저트 분야 양쪽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녔다고 하니, 디저트 또한 놓쳐선 안 된다.
비 스위트 온▶ 홍대 앞의 비 스위트 온은 탄탄한 기본기와 기복 없는 솜씨를 자랑한다. 때로는 재료들의 유기적인 조합 여부에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앙트레형 디저트 카페로는 부족하지 않다.
교토푸▶ 뉴욕에서 시작한 교토푸는 바다를 건너오면서 탱자가 되지 않았다. 재료가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완성도 높고 균형 잘 잡힌 맛을 지닌 디저트가 있다. 단, 초콜렛 미소 케이크만 빼고.
★★★★ 각각의 레스토랑 이름 옆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별의 개수는, 동일한 레스토랑을 추천한 블로거의 수를 표시한다. 각 레스토랑에 매겨진 별점이 아니니 주의할 것!
- 에디터
-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이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