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생이야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사서 고생이야

2017-03-16T18:04:00+00:002011.01.03|FEATURE, LIVING & KIDS, 라이프, 리빙|

손가락만 까딱하면 원하는 모든 것을 취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 일부러 몸을 움직이는 수고로움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픽시 자전거와 캠핑이 그 주범이다

프레임, 타이어, 바퀴 등의 부품을 취향에 맞게 조립해 패션너블하게 즐길 수 있는 픽시 자전거는 스펠바운드 제품. 그릴, 쿠킹 세트, 머그, 램프, 의자 등 다양한 캠핑 용품은 콜맨 제품.

프레임, 타이어, 바퀴 등의 부품을 취향에 맞게 조립해 패션너블하게 즐길 수 있는 픽시 자전거는 스펠바운드 제품. 그릴, 쿠킹 세트, 머그, 램프, 의자 등 다양한 캠핑 용품은 콜맨 제품.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밥 먹을 때와 화장실 갈 때만 일어난다. 인터넷과 휴대폰,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론 가만히 앉아서 못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특별히 힘쓸 일도 없건만, 주변을 둘러보면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피로를 풀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주말은 시체처럼 누워 있다 끝나기 일쑤다.

그런데 요즈음 굳이 몸을 일으켜 고생스럽게 만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주범은 픽시 자전거와 캠핑. 먼저 픽시는 뒷바퀴와 체인이 고정되어 있는, 픽스드 기어 바이크( Fixed Gear Bike)의 줄임말이다. 기어나 프리휠, 그리고 브레이크 등이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각각의 부품을 내 마음대로 선택해 나만의 자전거를 만드는 ‘커스텀’ 때문에 주목받았다. 최근엔 ‘오리진 8’과 같은 해외의 유명 픽시브랜드를 독점수입해 한정적으로 공유하는 JIBE(www.jibefg.com)처럼, 단순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문화적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숍 또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픽시를 조립해 판매하며 자신 또한 마니아이기도 한 ‘스펠바운드’의 박익성 대표는 픽시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데 있다고 말한다. “픽시는 이곳에서 저곳까지 편하게 가기 위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프리휠이나 브레이크가 없어, 내 발로 페달을 밟으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멈춘다. 오직 자신이 힘든 만큼 앞으로 가는 것이다. 물론 힘들지만 기계에 끌려가지 않고, 몸과 자전거가 하나가 되는 쾌감이 좋다.” 정리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힘든 만큼 좋다는 이야기다.

캠핑 또한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부모님 말씀이 자꾸 생각날 만큼 수고스러운 경험이다. 지금의 캠핑장은 깨끗한 화장실과 따뜻한 물은 물론 전기까지 준비되어 있는데다 대부분 차로 이동한다지만, 우선 자연에 내던져지면 자고, 먹고, 입는 데 이렇게 많은 손이 가나 새삼 놀라게 된다. 여행을 떠났을 때 개와 함께 잘 곳이 없어 캠핑을 택했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올드독은 개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안 했을 것이라면서도, “산으로 여행을 가서 숙소에서 자면 그 거리만큼 산과 떨어져 있지 않나. 하지만 캠핑을 하면 산 한복판에서 잘 수 있다. 자연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는 기분이라 생동감이 있다”고 말한다.

점점 머리와 마음 쓸 곳은 늘어나고, 몸 쓸 일은 사라져간다. 그사이 몸 쓰는 재미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내 몸이 움직이는 만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정직한 즐거움은, 한번 맛들이면 끊기 어렵다. 게다가 몸을 괴롭히는 동안, 오히려 마음은 쉴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이, 고통스러울 때마다 땀 범벅이 되도록 운동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