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기억속에 있는 ‘불꽃놀이’를 주제로 한 <쏟아져 내리는 별>전. 다양한 나라의 아티스트들은 다양한 모양을 형성하는 불꽃처럼 각각 다르지만 매혹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10년 전쯤인가. 프랑스 국경일에 루아르 지방을 여행하다 현란한 불꽃놀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격렬하고 뜨겁게 빛나며, 반짝이는 빛을 쏟았다가 서서히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는 불꽃. 깜깜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이 황홀한 쇼는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어린 시절 바닷가 모래밭에 누워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처음 본 순간의 그 강렬하고 놀라운 기억처럼. 이렇듯 강한 여운과 애수를 남기는 불꽃놀이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어왔다. 155년 동안 예술과 조우해왔으며,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제이콥스가 아티스트들과 활발하게 컬래버레이션을 전개하고 있는 루이비통은 마카오의 루이 비통 메종 갤러리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Raising Star)’이라는 주제로 9월 10일부터 12월 5일까지 독특한 전시를 연다. 사실 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불꽃놀이는 위험한 화약에서 비롯된다. 화약 자체의 용도는 이중적이어서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이동하면 그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9세기 중국의 화약 발명은 중국의 지식과 권력의 저력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였고, 기존 사회질서에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방화용 가루부터 권총에 이르는 모든 것에 적용되었다. 그러나 14세기 중국의 화약 기술이 유럽으로 건너가서는 전통적인 봉건 질서가 무너지는 비극적 결과를 불러왔다. 반면 예술가들은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예술이라는 언어로 공통점을 찾아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쏟아져 내리는 별>전에서는 각기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살아온 예술가들이 축제에 화약을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만날 수 있다.
마카오에 위치한 루이 비통의 커다란 메종을 구경하며 한가로운 4층 갤러리에 이르자 가장 시선을 끄는 작품은 중국 작가 얀 레이의 ‘랜딩 상하이 B’였다. “어릴 적 천안문 광장에서 불꽃놀이를 처음 보았는데 오랫동안 뇌리에 강렬하게 맴돌았다. 또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불꽃놀이는 바로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역사적인 날 본 축제의 불꽃이었다”라며 자신의 영감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2006년 촬영한 불꽃놀이 사진을 토대로 그린 것으로 단순히 원본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수를 뽑아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얀 레이의 작품은 본래 불꽃의 다양한 컬러를 살려 여러 개의 컬러로 선보여졌는데 매우 모던했다. 팝아트를 연상시킨다는질문에 그는 “나의 작품은 팝아트보다 진보한 것이다. 더 개념적이고 콘셉추얼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반항아같은 모습의 세 친구들, 쩡 궈구, 첸 짜이얀, 썬 칭린으로 구성된 양장 그룹의 불꽃놀이 비디오와 사진도 인상적이었다. 제목은 ‘공격을 받고 조심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 “테이트 리버풀 전시회의 개회식 야간 행사로 머지강에서 열린 불꽃놀이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땅과 강과 하늘이 모두 보이는 그곳에서 육해공의 전쟁을 콘셉트로 했다.” 실제로 비디오를 보고 있노라면 음향과 레이저 쇼가 혼합되어 실제 전쟁 비디오 같은 느낌을 준다. 그들은 젊은 작가답게 ‘앞으로 닥칠 위험을 알았더라면 가까이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흥미로운 말로 마무리하는데 이는 중국 전통이 상품화되고 단지 오락으로 재포장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 것. 또 캐나다 아티스트인 데이비드 스프릭스는 아크릴 필름으로 묘한 불꽃 형상을 표현한 ‘이벤트’를 선보였는데 옆에서 보니 한장 한 장의 아크릴 필름에 에어 브러시로 원을 그린 후 이를 겹쳐놓은 것. 심플한 방법으로 이렇게 신비로운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마치 별의 창조로부터 허리케인의 위력까지 순간적인 효과를 포착, 긴장 속에 넣어두고 우리로 하여금 이를 느긋하게 바라보도록 시간의 고리 안에 담아낸 듯했다. 또 중국의 가장 유명한 현대 아티스트 중 한 명인 차이 궈 창이 선보인‘ 백합’은 이름만큼 우아한 방법으로 탄생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는 기발하게도 종이 위에 화약을 태워 강렬한 에너지에 종이가 그을리고 뚫어지게 만들었다. 거의 통제되지 않는 대혼란의 순간에 터져오르는 권력, 에너지 그리고 운명, 숙명의 개념을 구현한 것이라 한다. 그 밖에도 켄 키타노의 ‘흐름과 융합, 낮과 불꽃놀이, 토코로자와’는 묘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더니 밤하늘의 불꽃과 대낮의 도쿄 사진을 합성해놓은 작품이었다. 그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이상하게 불안하지만 매력적인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또 쟝 지는 불꽃놀이를 우주에 비유했고, 데미언 허스트는 무지개를 연상케했으며, 토마스 헤더웩은 민들레 씨앗이라는자연의 불꽃놀이를 생각해냈다. 다양한 나라의 아티스트들은 우리 모두가 경험한 ‘불꽃놀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전쟁부터 민들레까지 서로 다른 작품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각기 다른 문화의 사람들 간에 서로 다른 특징을 유지하고 보존하면서도 더 깊고 넓은 이해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문화의 교류야말로 이 전시의 큰 의의였으며, 이는 루이 비통의 큰 주제이기도 한 ‘여행’과도 맞닿아 있었다.
- 에디터
- 김석원
- 기타
- PHOTO | CORUTESY OF LOUIS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