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패션 아이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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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데자뷔 같다. 할머니가 입던 스웨터, 엄마가 들던 토트백, 언니가 입던 원피스가 런웨이에서 목격됐다. 그것은 한 장의 빛바랜 흑백 사진처럼 아름답다.

1. 2010 F/W 다시 돌아온 막스마라 캐멀 코트. 2. 1995년 막스마라 코트를 입은 우아한 크리스티 털링턴. 3. 1997년 막스마라 코트를 입은 린다. 4. 구찌의 홀스빗 모카신을 신은 조디 포스터의 젊은 시절 모습. 5. 2010 F/W 구찌의 홀스빗 모카신. 6. 2010 F/W ‘구찌1973 보스턴백’. 7. 구찌 웹백의 옛날광고 비주얼. 8. 2010 F/W 구찌 뉴 뱀부 백. 9. 잉그리드 버그먼이 들었던 뱀부 백. 10. 1975년 로드 스튜어트와 브릿이클랜드가 들었던 구찌 웹백. 11. 2010 F/W 새로 나온 구찌‘빈티지 웹백’. 12. 다시 여성스러워진 마크 제이콥스의 2010 F/W 룩. 13. 이번 컬렉션과 흡사한 마크 제이콥스의 2001 F/W 룩. 14. 루이 비통의스피디 백에서 영감 받은 2010 F/W 처비 백. 15. 루이 비통 스피디 백을 든 오드리 헵번.

1. 2010 F/W 다시 돌아온 막스마라 캐멀 코트. 2. 1995년 막스마라 코트를 입은 우아한 크리스티 털링턴. 3. 1997년 막스마라 코트를 입은 린다. 4. 구찌의 홀스빗 모카신을 신은 조디 포스터의 젊은 시절 모습. 5. 2010 F/W 구찌의 홀스빗 모카신. 6. 2010 F/W ‘구찌1973 보스턴백’. 7. 구찌 웹백의 옛날광고 비주얼. 8. 2010 F/W 구찌 뉴 뱀부 백. 9. 잉그리드 버그먼이 들었던 뱀부 백. 10. 1975년 로드 스튜어트와 브릿이클랜드가 들었던 구찌 웹백. 11. 2010 F/W 새로 나온 구찌‘빈티지 웹백’. 12. 다시 여성스러워진 마크 제이콥스의 2010 F/W 룩. 13. 이번 컬렉션과 흡사한 마크 제이콥스의 2001 F/W 룩. 14. 루이 비통의스피디 백에서 영감 받은 2010 F/W 처비 백. 15. 루이 비통 스피디 백을 든 오드리 헵번.

한 달 전 쯤인가 옷장을 뒤지다 언니가 대학교 때 입던 중앙에 버튼 장식이 있는 회색 맥시 스커트를 발견했다. 그것은 지금은 사라진 어느 내셔널 브랜드의 것이었는데 요즘 스커트에선 볼 수 없는 우아함을 옷장 한구석에서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순간 나는 집에서도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출처 불명의, 앞가슴 주머니에 필기체 로고가 수놓인 아이보리 컬러의 매니시한 셔츠 그리고 엄마가 아끼느라 꽁꽁 싸매 놓았던 악어백을 찾아냈다. 그것들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20년이 다 되어가는 아이템들인데 왜 새삼스레 예쁘게 느껴졌을까? 그것은 이번 시즌 런웨이에 빈티지풍 아이템들이 수없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물론 빈티지, 복고 트렌드는 늘 있는 것이어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 시즌의 아이템들은 엄마가 들던 것과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엄마가 들던 것과 똑같다는것이다. 이제 더 이상 비싼 옷을 구입하기보다는 빈티지 아이템을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빈티지, 복고 트렌드는 의상보다 액세서리에서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마치 데자뷔 같다.

16,17. 펜디 백에둘러싸인 소피아 로렌. 18,19. 2010 F/W 펜디‘클래시코’. 20. 2010 F/W 페라가모‘소피아 백’. 21. 패치워크가 아름다운 페라가모 아카이브 슈즈. 22. 캐서린 헵번이 신은 페라가모의 페치워크 슈즈. 23,24. 2010 F/W 페라가모의 코트는 90년대 그것과 흡사하다. 25,27. 프라다의 프린트 컬렉션. 26. 예전의프린트를 사용한 2010 F/W 프라다의 백. 28. 2004 S/S 컬렉션의 프린트 룩. 29,30,32. 예전 YSL의컬러에서 영감 받은 2010 F/W 컬렉션. 31,33. 2010 F/W YSL 목걸이는 70년대 실루엣에서 영감 받았다.

16,17. 펜디 백에둘러싸인 소피아 로렌. 18,19. 2010 F/W 펜디‘클래시코’. 20. 2010 F/W 페라가모‘소피아 백’. 21. 패치워크가 아름다운 페라가모 아카이브 슈즈. 22. 캐서린 헵번이 신은 페라가모의 페치워크 슈즈. 23,24. 2010 F/W 페라가모의 코트는 90년대 그것과 흡사하다. 25,27. 프라다의 프린트 컬렉션. 26. 예전의프린트를 사용한 2010 F/W 프라다의 백. 28. 2004 S/S 컬렉션의 프린트 룩. 29,30,32. 예전 YSL의컬러에서 영감 받은 2010 F/W 컬렉션. 31,33. 2010 F/W YSL 목걸이는 70년대 실루엣에서 영감 받았다.

얼마 전 펜디의 프레젠테이션에 가보니 이름하여 ‘클래시코(Classico)’라는 백들이 나를 맞이했다. 그 백들은 이름 그대로 클래식하면서도 빈티지스러운 터치가 가미되었는데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국내에 한 아이템당 100개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니 나는 어느새 주문 리스트에 내 이름을 1번으로 올려놓아버렸다. 그 매혹적인 백들은 옛날 여배우들이 들고 있는 추억의 사진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 사진들과 함께 보니 이 백들이 70년대 아카이브 백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클래시코 라인은 60년대의 호화로운 삶과 70년대 처음 등장한 젯셋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백으로 그 시대의 패션지뿐만 아니라 아이콘들의 모습까지 참조해 만들었다고 한다. 소피아 로렌, 다이애나 로스, 펠리니와 마시나 등이 펜디 로고로 뒤덮인 수트케이스에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 있었다.

또 내년 창립 90주년을 앞두고 있는 구찌는 그동안의 역사를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광고마저 이례적으로 1953년 장인들이 피렌체에 있는 구찌 아틀리에에서 작업하고 있는 비주얼을 사용했다. 돌체&가바나 컬렉션에서도 쇼가 끝난 후 장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영화처럼 상영했으니 브랜드들의 이러한 행보는 범상치 않은 현상임이 분명했다. 구찌 캠페인의 타이틀은 ‘포에버 나우(Foever Now)’였다. “디자인을 할 때나는 늘 구찌의 놀라운 90년 역사와 장인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훌륭한 제품들에서 영감을 받는다. 나는 내 컬렉션이 전통적인 가치들과 함께 동시대 패션을 반영한 관점이 조화를 이루기를 바란다. 과거, 현재, 미래의 결합이 바로 진정한 ‘포에버 나우’의 의미다.” 캠페인에 관한 구찌의 프리다 지아니니의 설명이다. 이 광고와 함께 구찌가 내놓은 아이템들을 살펴보자면 ‘빈티지 웹백’‘, 구찌 헤리티지 백’‘, 구찌 1973 보스턴백’등으로 이름에서부터 구찌의 역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빈티지 웹백’의 웹 장식은구찌오 구찌가 말의 안장을 고정시키는 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승마를 즐기는 부유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1950년대부터 선보인 것. 모카신에 달린 홀스빗 장식은 1950년 처음 소개되었고, 1953년 남성 모카신에 장식돼 클라크 케이블, 존 웨인 등에게 사랑을 받자 1968년 여성용으로도 선보여 로렌 바콜 같은 세련된 배우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또한 1947년 탄생해 지난 시즌 재탄생한‘ 더 뱀부’ 백은 물자가 부족한 전시에 일본에서 대나무만 유일하게 수입할 수 있어 탄생했으나 그 대나무 핸들은 현재 구찌의 상징이자 럭셔리의 상징이 되었다. 루이 비통은 이번 시즌 50년대 글래머레이디 트렌드와 함께 1백25년 역사상 가장 사랑받았던 액세서리들을 대거 선보였다.특히 우아했던 토트백인 ‘ 처비(Chubby) 백’은 바로 스피디 백을 변형한 형태. 1924년 선보인 키 폴 백의 인기에 힘입어 1930년 스피디 백이 탄생했는데 다시 2010년 이에 영감을 받은 처비 백이 탄생한 것이다. 그야말로 백 하나로 루이 비통의 유구한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셈. 이브 생 로랑은 무슈이브 생 로랑의 시그너처 컬러였던 선명하게 빛나는 핑크, 녹색, 노란색 등을 컬렉션에 사용했고, 룩의 포인트 역할을 했던 사람 모티프 목걸이는 흥미롭게도 이브 생 로랑의 70년대 실루엣을 본뜬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이번 시즌 이탈리아 배우 소피아 로렌의 이름과 같은‘소피아 백’을 선보였는데 페라가모의 상징이기도 한 패치워크로 장식되어 있다. 위에 언급된 하우스들보다는 역사가 짧지만 풍부한 아카이브를 만들어가고 있는 프라다도 특별한 프린트를 선보였다.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신소재와 프린트 개발에 강한 프라다는 예전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아름다운 프린트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 이는 60년대 복고적인 느낌의 미니 드레스, 핸드백, 그리고 플랫슈즈로 새롭게 태어났다. 또 90년대 트렌드와 함께 막스마라 코트에서 영감받은 캐멀코트들이 막스마라뿐만 아니라 클로에, 구찌, 알렉산더 왕 등의 컬렉션에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몇시즌째 획기적이고 신선한 것만 선보이던 마크 제이콥스도 놀랍게 차분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 쇼를 보는 순간 나는 1990년부터 2000대 초반까지 마크 제이콥스가 심플하고 모던하며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우리를 결코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차분하고 우아하며 복고적인 뉴트럴 컬러의 컬렉션에 대해 마크 제이콥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흑백 사진처럼 오래된 것들이 자아내는 노스탤지어를 사랑한다. 그리고 단지 옷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닌 친근함에서 오는 편안함을 사랑한다.”

그렇다면 왜 빈티지일까? 클래식, 90년대, 50년대 트렌드의 인기에도 기반하지만 불경기일수록 브랜드는 ‘헤리티지’를 강조한다. 구찌의 광고 캠페인 ‘포에버 나우’에 관한 구찌 CEO 파트리지오 디 마르코의 설명은 헤리티지가 얼마나 브랜드의 큰 파워이며 소비자들을 매혹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준다“. 오늘날까지도 구찌의 모든 제품에 생생하게 묻어나고 있는 바로 그 헤리티지가 구찌를 존속하게 한다는 것을보여주고자 한다.” 심지어 브랜드가 망해도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만이 부활을 약속받지 않나. 헤리티지가 있는 품질 좋은 아이템은 세월과 함께 무르익어 역사와 함께 독특한 기품과 아름다움을 풍겨낸다. 그래서 우리는 운이 좋게도 그 아름다운 아이템들을 다시 만날 수 있고 또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10명의 멋쟁이들이 건네온, 다시 꺼내 봐도 예쁜 향수 어린 사진들.

유예리 (제일모직 마케팅 부장)
1990년 여름. 의상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 서머스쿨 때문에 처음 파리에 온 나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 있다. 사진 속의 나는 맨투맨 티셔츠를 잘라내어 리폼하고 니트 스커트에 레오퍼드 벨트를하고 있다. 당시엔 수입 브랜드나 멀티숍이 없는데다 학생이라 너무 비싼 옷을 살 수 없었기에 베이식한 옷을 사서 리폼하곤 했다. 꼼데가르송을 좋아했지만 베이식하고 편한 옷을 주로 입었는데 나름 남들과 다르게 입고 싶어 옷을 싹둑싹둑 잘라내서 입곤 했다. 헤어는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로 웨이브 파마를 했고 스프레이로 앞머리를 세웠다. 또 90년도엔 진하고 완벽한 메이크업이 유행했지만 소신껏 내추럴한 화장을 고집했다. 오랜만에 사진을꺼내 보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민주 (10 꼬르소 꼬모 서울 차장)
1998년 일본으로 출장을 갔을 때다. 재킷과 팬츠는 내셔널 브랜드인 윈을 입었던 것 같다. 모자와 메신저백도 보인다. 당시엔 막 떠오른 알렉산더 매퀸, 창의적인 꼼데가르송, 섹슈얼하면서도 세련된 구찌-당시 구찌는 지금처럼 비싸지 않아 선호하는 브랜드였다-, 미니멀하면서도 미래적인 헬무트 랭, 정돈된 질 샌더, 모던한 코스튬 내셔널, 당시 뜨진 않았었지만 돋보였던 마르지엘라 등을 좋아했다. 또 남성복계의 에디 슬리먼이었던 라프 시몬스도 빼놓을 수 없다. 90년대엔 미니멀한 옷이 유행이었고 서울에서는 아르마니가 대유행을 했지만 나는 그 스타일을 너무 싫어했다. 스타일에 소화제를 먹인 것처럼 옷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스텔라 테넌트나 클로에세 비니가 나의 뮤즈였다.

임희선 (스타일리스트)
1996년, 패션 에디터였던 시절 디자이너 진태옥을 인터뷰를 할 때 포토그래퍼 조선희가 찍어준 사진이다. 헬무트 랭 재킷에, 타임 팬츠를 입은 기억이 난다. 헬무트 랭 재킷은 매우 비싼 가격임에도 큰맘 먹고 산, 아끼던 재킷이다. 나는 미니멀하고 중성적이며 캐주얼한 스타일을 좋아했기에 헬무트랭, 코스튬 내셔널, 구찌 등을 즐겨 입었다. 늘 노메이크업이었지만 입술만은 조커처럼 짙게 발랐다. 이 메이크업을 하면 얼굴이 참 하얘 보였는데 그것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화장이었다.

고원혜 (메이크업 아티스트)
1980년대 중반, 제주도 가는 배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블랙 배기팬츠에 셔츠를 넣어서 입고 어깨에 카디건을 두르는 것이 유행이었다. 멋진 선글라스는 엄마 것이다. 머리는 층을 내어 자른 파마 머리였고 가벼운 아이라인 정도를 했다. 80년대 초반에는 소머즈 룩과 미녀 삼총사 룩이 유행을 했고 80년대 후반엔 디자이너 이신우가 스판 소재 옷이나 굽 있는 운동화 등 혁신적인 아이템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나는 거금을 들여 이신우의 옷을 장만했는데 그것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내 스타일은 시대별로 달라졌는데 80년대 초반엔 챙이 넓은 모자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고 80년대 중반엔 티셔츠를 플레어 스커트 안에 넣어 입거나 흰 셔츠에 청바지와 하이힐을 매치하는 단정한 스타일을 좋아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시간이 흘러 다시 봐도 여전히 아름다운 클래식 스타일이 패션과 내 메이크업의 공통점인 것 같다.

이주연 (멀티숍 스수와 이사)
90년대 초반, 유럽 여행에서 전 국민이 입고 다닌 막스마라 코트를 입고 있다. 당시의 유행처럼 팬츠와 구두 그리고 모자까지 색깔을 맞춰 입었다. 이 사진처럼 클래식하고 단정하게 입을 때도 있지만 핑크색 망사 스타킹부터 시작해 온몸을 컬러풀하게 치장하거나 미친 듯이 풍성한 퍼를 입고 다니기도 했다. 히피 스타일부터 펑크 스타일까지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 샤넬, 비비안 웨스트우드, 돌체&가바나와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빈티지 의상을 섞어 입었다. 당시 나는 10년 동안 뉴욕에 있었기 때문에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되돌아 보면 1990년은 모든 스타일을 시도해보는 과도기였던 것 같다.

허미하 (대행사 나비컴 이사)
1986년, 22살에 떠난 첫 유럽 여행이었다. 당시 나는 핑크 셔츠, 옐로 스트라이프 티셔츠, 치노 팬츠 등 폴로를 안 입으면 죽을 것처럼 폴로를 좋아했고 또 그것이 대유행이었다. 그런데 파리에 처음가보니 파리지엔들은 폴로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입고 있어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선 마린 룩이 유행이었다. 그래서 당장 갤러리 라파예트로 달려가 예쁜 브로드리가 되어 있는 이탤리언 오버사이즈 니트를 하나 샀다. 한국에서 가져온 미니스커트를 매치하니 그럴 듯해 보였다.

이보현 (슈콤마보니 디자이너)
80년대 후반. 해운대의 파라다이스 호텔에 있는 나이트에 가려고 한껏 멋을 부린 사진이다. 당시 심플하면서도 섹시한 저지 소재 블랙 미니 드레스는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기에 L.A.에 간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가까스로 손에 넣은 미니 드레스를 입고 있다. 또 당시 유행인 파마를 하고 구릿빛으로 태닝을 한 후 스틸레토 힐을 신었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심플한 슈즈가 흔하지 않아 이대 앞의 밀라노라는 숍에서 구입해야만 했다. 나는 심플하면서도 섹시한 룩을 좋아했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슈즈의 취향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윤원정 (앤디&뎁 디자이너)
1993년 가을 업스테이트 뉴욕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 뉴욕은 유행이 60년대 레트로에서 70년대 그런지로 넘어가던 시점이었는데 사진 속내 모습은 이 두 가지 트렌드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70년대풍의 푸어 보이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60년대풍의 빈티지 헤링본 베스트를 믹스해 입은것이다. 또 A라인 코듀로이 미니스커트와 니하이삭스를 매치했는데 이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앤디가 매우 싫어하던 옷이었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
90년대 초반은 파워 수트에서 모던하고 편안한 캐주얼을 입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는 상하의를 모두 타이트하거나 박시하게 입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나는 상하의를 대비시키는 것을 좋아했다. 이 사진 속에서도 박시한 베네통 티셔츠에 타이트한 톰보이(아마도)의 미디 스커트, 그리고 최고 유행이었던 소다 슈즈를 신고 있다. 또 유행하던 핑클 파마를 앞머리에 살짝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선미 (모델 에이전시 DCM 원장)
96년이었던 것 같다. 에버랜드 놀이 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당시 나는 신인 모델이었기에 옷까지 디자이너 브랜드를 살 능력이 없어 중저가 브랜드로 멋을 내곤 했는데 리바이스 청바지와 보브의 부츠컷 청재킷을 입었던 것 같다. 지금은 데님을 입을 때 상하의의 컬러나 형태를 다르게 매치하지만 당시엔 이렇게 입는 것이 정말 유행이었다.

에디터
김석원
포토그래퍼
김범경, courtesy of Salvatore Feragamo, COURTESY of max mara, Courtesy of GUCCI, courtesy of Louis Vuitton, courtesy of FERRAGAMO, COURTESY OF PRADA, H&M, CHOP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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