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투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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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세상이 온통 붉게 물들어 버렸다.

RED LIP

우선 눈에 띄는 그림부터 보면서 얘기해보자. 안토니오 베라르디의 백스테이지 사진.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투명한 피부.그 위로 올려진 격렬하고, 선명한 피그먼트. 2009 F/W 메이크업 트렌드는 바로 이 짧은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강력한 효과를 내는 것, 이것이 바로 레드의 힘이다!

레드는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빈번하게 트렌드를 랭킹해온 피그먼트 중 하나다. 올 시즌 역시 백스테이지는 어김없이 붉게 물들었다. 그 가운데 크리스챤 라크로와의 백스테이지에는 사프란 향기까지 더해졌다.“ 10년 전 리얼 레드 립컬러를 만들기 위해 사프란에서 채취한 피그먼트를 사용했죠. 깊고 풍부한 색을 내는 데 이만한 게 또 없거든요. 얼굴 위에 액세서리를 착용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겠군 요.”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테판 마레는 본인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메이크업을 맡은 린다 칸텔로의 비밀 무기는 벨벳 질감의 립스틱.“ 아르마니의 14호 립스틱을 사용했어요. 매끄러운 질감을 내면서 동시에 격렬한 트루 레드를 발색해내죠.”피그먼트의 종류가 무엇이든 이번 시즌 레드 립은 어느때보다도 견고하고 선명해 보인다. 그 해답은 립라이너에 있다. 레드 립의 완성도를 높인 일등 공신이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함께 펜슬 라이너의 컴백이 조심스레 예견되는 순간이다.

EYE, NAIL & HAIR

이번 시즌 레드에‘중독’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던 건, 레드 립스틱의 부활 때문만은 아니었다. 레드 립이야 그렇다 치고, 손톱, 헤어, 심지어 눈꺼풀 위까지도 온통 레드로 점령됐으니 중독 말고는 딱히 표현할 단어도 없겠다.

우선 획기적으로 혹은 엽기적으로 보이는 눈꺼풀 위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레드 펜슬 하나로 야마모토의 백스테이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한쪽 눈꺼풀 아이홀을 따라 긴 곡선을 그려 넣었는데 이는 맨 피부를 드러낸 나머지 한쪽 눈꺼풀과 대비되면서 강렬한 효과를 냈다. 이외에도 레드 섀도의 활약은 이번 시즌 최고조에 달했다. 레드 스파클링 섀도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프라다, 실버 그레이와 믹스해 레드를 보다 차갑게 표현한 지암바티스타 발리, 레드 섀도로 스모키 메이크업을 실현한 구찌 등은 레드가 아이 메이크업으로도 매우 적절한 컬러임을 증명해 보였다. 한편 이 뜨거운 열기는 손톱 위까지도 붉게 물들였다. 짧은 스퀘어 네일에 오렌지 톤의 레드 에나멜을 매치해 클래식한 인상을 준 발렌티노, 트루 레드 컬러를 선택해 입술 색과 완벽한 매치를 이뤄낸 모스키노, 길게 손질된 손톱으로 여성성의 극치를 보여준 구찌 등은 한동안 파스텔 에나멜로 물들여져 있던 손톱 위를 여성성으로 재정비해냈다. 그런가 하면 탐스러운 오렌지 모발에서 엽기적인 트루 레드 염색에 이르기까지, 레드 중독은 헤어 컬러에서도 계속됐다.

에디터
이지나
포토그래퍼
KIM WESTERN ARNOLD
브랜드
구찌, 프라다, 디올, 폴 스미스, 조르지오 아르마니, 안토니오 베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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