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어떤 분위기의 어떤 곳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친절한 세 곳.
sushi chohi
꼭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만 ‘리얼’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100% 리얼’을 추구하는 건 스시계의 장인들에게도 요구되는 덕목이다. 스시 초희는 그 어떤 치장보다도 재료가 가지고 있는‘리얼한’맛과 색으로 충분히 멋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곳이다. 일단 메뉴부터 간소하다. 점심엔 나고야식 장어 덮밥과 도미 머리 조림 등이 있지만 저녁엔 사시미 코스와 스시 코스, 딱 두 가지뿐이다. 생선 고유의 색감과 고급스러운 기물이 화려한 기교의 데커레이션을 대신한다. 신라호텔 ‘아리아께’에서 14년 동안 스시 요리를 해온‘일식의 달인’최지훈 셰프가‘스시 초희’를 오픈하면서 세운 제 1원칙은 ‘가장 주목 받아야 하는 건 음식 그 자체’라는 거였다. 그 리얼한 맛을 위해 그날 공수한 생선은 그날 다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넘치지 않을 정도의 손님들만 받는다. 차가운 음식들과 대비되는 따뜻한 분위기의 실내는, 사케 한 잔하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기에 충분하다. 점심은 12시부터 2시 30분까지, 저녁은 6시부터 10시까지다. 도산공원 입구를 마주 보고 우회전, 10m 정도만 걸어가면 건물 2층.
osteria eo
이미 가로수길에서 이태리 음식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끌고 있는‘논나’의 2층에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파인 다이닝‘리스테란토 에오’의 꾸밈없고 소탈한 동생 격인‘오스테리아 에오’는 좀 더 캐주얼한 가격으로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요리들도 전부 다 꾸밈없이 소박하기만 한 건 아니다.쫄깃함이 눈으로 먼저 느껴지는 베네치아식 문어 테린, 저온에서 익힌 오리 가슴살과 쿠스쿠스, 한우 라구소스 라쟈니아 등 잠시 발음만 해도 입안에 침이 도는 풍성한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코스 메뉴는 오늘의 한 입 요리, 오늘의 전채 요리, 파스타와 디저트 등으로 즐길 수 있지만 원한다면 특별 주문 코스 메뉴도 예약이 가능하다. 점심은 오전 11시30분부터3시까지, 저녁은5시부터 10시까지 열어놓는다. 가로수길 메인 스트리트 가운데쯤에 위치한‘논나’에 들어가서2층으로 향하면 된다.
wasin
요즘 젊은이들이 꽤나 돌아다닌다는 거리를 걷다 보면 다섯 집 건너 한 집이 일본식‘이자카야’라는 사실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로바다야키’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압구정에 위치한 로바다야키‘와신’은 화로에서 직접 구운 맛깔스러운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쪼르륵 진열되어 있는 각종 해산물과 육류, 야채를 고르기만 하면 그 즉시일본에서 날아온 멋쟁이 셰프가 꼼꼼하게 구워준다. 긴타로 구이와 고구마, 아스파라거스, 살아 있는 문어를 직접 잡아 요리한 문어 튀김 등이 인기이다. 또, 광어를 다시마에 숙성시킨‘곤부지메’는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희귀 메뉴라고 하니 한번 도전해볼 것. 사케를 주문하면 여러 종류의 귀여운 사케 잔들이 잔뜩 놓여 있는 바구니에서 가장맘에 드는‘잇 잔’을 골라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와신’을 찾게 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압구정 로데오 골목 안쪽 아디다스 매장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와 왼쪽.
soop
말끔한 수트를 차려입은 비즈니스맨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공동의 한국은행 건물 사이에 예쁘게 자리 잡은 이곳은 이미 효자동에서 산책가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던‘숲’의 새로운 버전이다. 평소 스쿠터를 타고 지나 다니던 이 길에 ‘카페가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던 김현식 오너가, 본인의‘생각대로’커피와 꽃이 가득한 플라워 카페 ‘숲’의 두 번째 얼굴을 만들게 됐다. 효자동이 한적한 교외의 느낌이라면 소공동의‘숲’은 좀 더 도시적인 느낌이 짙다. 사람들이 와글와글한 도시 한복판에서 문득 커피 한 잔과 베이글이 간절할 때 언제든 들르고 싶어지는 곳이다. 높은 천장과 나무들, 그리고 꽃까지 가게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어서 과도한 업무로 지끈지끈 맹맹한 머리를 식히기에 좋다. 향긋한 아메리카노와 예쁜 꽃들의 조화가 결코 낯설지 않다. 아침8시부터 밤 11시까지, 쉬는 날도 없이 열어놓는다. 소공동 한국은행 길, 웨스틴 조선호텔 건너편.
demitasse
아마도 작은아씨들이 요즘의 서울에 살고 있었더라면 부암동에 생긴 이 작고 아늑한 다락방에 모여서 즐거운 티 타임을 가졌을 거다. 조그마한 에스프레소잔을 일컫는 ‘데미타스’는 원래50년 이상 된 멋스러운 빈티지 그릇 가게로 시작한 곳이다. 물론 지금도 그릇을 판매하긴 하지만, 소곤소곤 비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이 작고 예쁜 공간에서는 그레이프 주스, 유자와 매실, 모과 등의 홈메이드 음료와 커피 등을 맛볼 수 있다. 간단한 음료뿐 아니라 바로 코앞에서 만들어주는 치즈 베이글, 떡 구이, 연어 오차즈케, 떡볶이와 찹 스테이크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꼭 친한 친구 집에 놀러 온 기분이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가끔씩 오너의 어머니가 직접 구워주시는 맛있는 군밤을 대접받기도 한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서 재잘재잘 즐거운 수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손님들이 갈 때까지 닫지 않는다. 단, 워낙 조용하고 작은 공간이라 실명까지 거론하며 다른사람흉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부암동사무소 쪽 클럽 에스프레소 맞은편, 노란 옷 수선집 2층.
muimui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무이한 이곳은‘한국식 에지’를 온 몸으로 뿜어내고 있는‘무이무이’다. 단순히 아롱 사태 장조림 편채, 단호박과 칠리 소스 닭튀김 같은 한국식 메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만은 아니다. 1층과 2층을 아우르는 널찍한 공간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그릇과 식기들이 전부 장인 정신이 담긴‘메이드 인 코리아’인 것은 물론이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숙성시켜 준비한 각종 장과 묵은지들도 한국이 아니라면접하기 힘든 것들이다. 1층은 두유를 넣은 고소한 소이라 떼를 비롯한 음료와 맛있는 먹거리들이 있는 카페고, 2층은 저녁 시간부터 뜨거운 화덕에서 갓 구워낸 황토가 마구이 고기와 과천에서 공수한 시원한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 포차다. 메뉴판을 꼼꼼하게 다 읽다 보면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괴로워질 지경이다. 1층은 오전 11 시부터 밤 12시까지, 2층은 오후6시부터 새벽4시까지 열어놓는다. 압구정동 락앤 롤에서 디자이너스 클럽 방향으로 우회전한 뒤 미니스톱 맞은편.
- 에디터
- 서동현
- 포토그래퍼
- 박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