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It Slow
애꿎은 물한잔을 홀짝이며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거운 코스 요리 세 접시.
{signatures} 윌 스미스는 스시가 생각나는 저녁이면 전용기를 타고 일본에 갔다지만, 우리는‘핸콕’이 아니기에 프랑스 요리가 생각날 때마다 파리로 날아갈 순 없다. 대신 프렌치 레스토랑 ‘시그니쳐스’에서 최대한 그 타협점을 찾아볼 수는 있다. 이곳에선 세계적인 요리 학교 르 코르동 블루의 총주방장이자 수석 컨설턴트로40년간 프랑스 요리를 해오신‘프랑스 맛의 달인’자크 드페르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음식 투정도 따뜻하게 받아줄 것처럼 넉넉하고 푸근한 인상의 자크 셰프가 매일 바꿔주는 점심 코스와 소믈리에 기욤 그랜딘이 엄선한40종류의 프랑스 와인리스트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파리에 온 기분이다. 런치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2시 30분까지, 디너는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한 접시 한 접시 프랑스의 문화와 정성을 양껏 담아 올리기 위해, 주말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여의도공원 옆CCMM(국민일보) 빌딩 20층.
{ sushi cho} 입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밥알을 씹으며 눈을 감으면 광활한 바다의 풍경이 펼쳐지는 느낌. 흔히 음식만화에서 음식 평론가들의 호들갑으로 표현되곤 하는 신선한 스시를 직접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곳이 생겼다. 일본 최고의 스시 레스토랑인 긴자‘스시 큐베이’와 조선호텔이 손잡고 오픈한‘스시조’다. 멀리서 봐도 달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이곳의 셰프 마츠모토 미츠호는 자타 공인 ‘초밥왕’이다.‘ 스시조’에서만 맛볼 수 있는 13종류의 사케도 눈에 띈다. 홀 직원과 주방직원을 사케 소믈리에인‘기키사케시’ 시험으로 선발, 스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케를 추천해준다. 그리고 <미스터 초밥왕> 마니아들이라면 한 번쯤 꼭 도전하고픈 ‘라이브 스시’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에 한 건 정도, 예약을 통해서 마츠모토 셰프가 오픈된 스시바가 아닌 별실에서 최상의 스시 만들기를 선사해준다고 하니 음식 만화가 과장만은 아닌 모양이다. 소공동 조선호텔20층.
{ pierre gagnaire} <라따뚜이>의 천재‘요리 쥐’레미가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오픈하자마자 버선발로 달려갔을지 모른다. 음식의 질감과 조직, 요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요리법인‘분자 요리’의 대가, 피에르 가니에르의 레스토랑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숨 쉴 틈 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감각적이고 흥미로운 요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애피타이저와 메인의 구분이 없다고 해서, 중간에 갑자기 달콤한 디저트가 나온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금세 대비되는 음식들의 조화와 강약 리듬에 적응하게 된다. 요리를 가지고 한 편의 재미난 아트를 완성해낸 피에르의 레스토랑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한 가지 있다면 ‘블로그용 사진 촬영 금지’뿐이다. 음식은 직접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입으로 음미해야 한다는 피에르의 음식 철학 때문이다. 사진을 통해 보는 음식이오감을 자극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면, 그리고 이 감각적인 밥상에 숟가락을 놓을 준비가 됐다면 분자 요리의 세계에 입문해보자.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35층.
Wish Good Speed
친구 손 꼭 잡고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음식 세 접시.
{spiegel} 가로수길의 세컨드 스트리트에서 하염없이 쭉 걸어 올라가다‘과연 내가 지금 맞게 찾아가고 있는 건가’하는 의심이 들 때쯤 ‘슈피겔’이 나타난다. 와인바도 아니고 비스트로도 아닌 소박한‘살롱’인 ‘슈피겔’은 독일어로 거울, 유리라는 뜻이다. 괴팍한 어감이 마음에 들어 가게 이름을 정했다는 오너의 말을 들어보면 알겠지만,이곳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공간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술도 마시고 음식도 먹고 하다 보면 어느 틈엔가 옆 자리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매력말이다. 스페인식 오믈렛 토르티야와 올리브유에 마늘과 함께 볶은 새우 요리 프라운 소티스, 스파이시한 파에야 등 메뉴도 인상적이다. 점심 때는 파스타와 커피 세트를 먹을수 있고, 밤에는 이런저런 와인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평일엔 낮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 주말엔 새벽 2시까지 문을 열어놓지만 원한다면 더 머물러도 좋다. 미성아파트 건너편, 까사미아와 삼화관광호텔 사잇길로 직진하면 더 빠르다.
{unochubo} 청담동에 유명하다는 일식 집들이 주는 왠지 모를 높은 벽 때문에 매번 발길을 돌렸다면,그 발길 그대로 가로수길을 향해보자. 가로수길 두 번째 골목에 들어서면 커다란 간판의 ‘유노추보’가 한눈에 들어온다.‘유의 주방’이라는 가게 이름 그대로, 오너이자 셰프인 유희영이 젊고 캐주얼한 일본 음식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하얏트와 힐튼에서 정통 일식 요리를 선보이던 그의 주방에는 돈코츠 라멘, 미소 라멘, 따끈한 초밥에 올린 지라시 스시 등이 주요 메뉴로 올라온다. 유자 폰즈소스를 곁들인 아쿠아 돈가스와 돈코츠 라멘, 명란 주먹밥의 런치 세트는 여기서 더하고 뺄 것도 없이 만족스러운 훌륭한 구성이다.친절한 메뉴판 가득 나열된 메뉴 가운데 디저트로 나온 흑미 아이스크림과 생강 아이스크림이 눈에 띈다. 일본 음식을 먹기 전에 생강 절임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하듯, 달콤하진 않지만 시원한 느낌으로 마무리해준다. 그의 주방은 아침 11시부터 밤 11시까지 열려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다이너라이크 옆.
{makers} 하릴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길거리를 쏘다니게 되는 여유로운 주말, 가로수길 산책을 나온 당신이 ‘메이커스’를 발견했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이곳은‘이탤리언 재퍼니즈 스타일의 다이닝 앤 와인바’를 표방한다. 캐주얼한 일본 음식인 덮밥과 우동, 그리고 이탈리아 국민 음식 파스타가 매일매일 모습을 바꿔서 런치 세트로 올라온다. 저녁에는 데리야키 치킨 피자, 바질과 토마토 피자, 굴 소스볶음밥과 아시안 누들 등이 인기가 좋다‘. 메이커스’에 들어서자마자 음질 좋은 스피커에서 빵빵하게 흘러나오는 흥겨운 올드 팝은 이곳을 ‘발견’한 손님들을 위한 작은 환영의 인사처럼 느껴진다. 평일과 토요일엔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서 새벽 2시에 문을 닫고, 일요일만 오후6시부터 새벽2시까지 문을 열어둔다. 가로수길 초입 안동찜닭 골목에서 좌회전 후 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