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겨울을 주도하는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 블랙이 자리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체크와 애니멀 패턴도 오랜만에 트렌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1970년대 이브 생 로랑이 턱시도 수트에 호피무늬 블라우스를 매치한 후, 호피무늬는 강렬하고 세련된 스타일에 가장 적절한 패턴으로 등극했다. 이후 애니멀 프린트의 애호가인 로베르토 카발리, 안나 몰리나리, 그리고 돌체&가바나(이들의 재킷 안감은 어김없이 호피 프린트 패브릭이 장식하고 있다)의 컬렉션을 통해서 이 관능적인 패턴은 꾸준히 여성들을 유혹해왔다. 이번 시즌 안나 몰리나리는 블루마린 컬렉션에서 다양한 호피무늬 코트와 이브닝 드레스를 선보였고, 로베르토 카발리는 호피무늬와 꽃무늬를 믹스하는 신선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발맹의 크리스토프 데카냉은 애니멀 프린트에 크리스털 장식을 더한 감각적인 이브닝 룩을 선보였고, 퍼를 비롯해 이그조틱한 동물 가죽을 총동원해 패션쇼를 준비한 장 폴 고티에 컬렉션에서는 당연히 다양한 애니멀 프린트 의상이 등장했다. 마이클 코어스와 피터 솜 컬렉션에서는 베이식한 디자인의 호피 코트가 등장했는데, 호피 코트는 유행을 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벌만으로‘스타일리시한 룩’을 연출할 수 있는 아주‘투자할 만한’매력적인 아이템이다(호피 코트를 입을 때에는 최대한 베이식한 스타일의 의상을 선택하는 것이 요령이다). 그래도 애니멀 프린트가 주는 강렬함이 부담스럽다면 DKNY나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 컬렉션처럼 모자나 가방 등 소품으로 룩에 포인트를 주는 방법이 있다.
Plaids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체크 패턴은 공식적인 패션 용어로는 격자무늬를 뜻하는 플레드(Plaids)라고 한다. 대표적인 체크 패턴인 타탄이나 글렌 체크, 그리고 트위드 소재는 모두 산업혁명기 방직산업의 대명사였던 스코틀랜드에서 탄생했다. 체크 패턴은 최근 몇 시즌째 트렌드의 중심에서 멀리 있었는데,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하게 변주한 체크 패턴의 의상을 내놓으면서 오랜만에 부활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를 들 수 있는데, 그들은 돌체&가바나와 D&G 컬렉션을 통해서 체크의 향연을 펼쳐 시선을 끌었다. 길고 가는 실루엣의 다양한 체크 패턴의 의상을 서로 믹스했으며 자신들의 스타일리스트적인 감각을 십분 발휘했다. 체크 패턴을 볼륨감 있는 의상에 다루기로 유명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감성은 안토니오 베라르디나 알렉산더 매퀸 컬렉션에서 이어졌고, 존 갈리아노는 글렌 체크 패턴의 복고풍 스커트 수트와 코트를 선보였다.‘ 샤넬=트위드’의 전통은 이번 시즌 다양한 컬러의 트위드 의상으로 이어졌고, 마크 by 마크 제이콥스는 소녀를 위한 발랄한 실루엣의 체크 패턴 의상을 들고 나왔다. 반면 랄프 로렌 컬렉션의 초록색과 붉은색의 체크 패턴 재킷과 코트는 성숙한 숙녀들을 위한 체크로 손색이 없었다
- 에디터
- 황진영(Allure 편집장)
- 포토그래퍼
- jason Lloyd-Evans
- 브랜드
- 크리스찬 디올, 블루마린, 피터 솜, 로베르토 까발리, 도나 카란 뉴욕, 엠포리오 아르마니, 발맹, 샤넬, 알렉산더 맥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돌체 앤 가바나, 랄프로렌, 마르니, 안토니오 베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