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 클래식 헤어 두 가지가 시간을 초월해 이번 시즌에 당도했다.
1940’S, Hollywood
곱게 말아 돌돌 흘러내리는 세팅 헤어를 볼 때마다, 촌스러운 새색시 같다며 몸소리를 치던 게 언제였나 싶다. 참으로 간사하게도 촌스러운 새색시보다도 더욱 곱디고운 세팅 헤어가 이번 시즌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등극하자 그렇게 우아하고 클래식해 보일 수가 없다. 구찌, 발렌티노, 크리스찬 디올 등의 빅 쇼에 등장한 세팅 웨이브는 어느덧 스타일 닷컴이나 더블유 에디터들의 페이버릿 뷰티 리스트에 당당히 올라 있다.
특히 매트한 레드 립스틱과 하얀 피부, 길고 풍성하게 뻗은 까만 속눈썹 그리고 우아한 곡선의 눈썹와 함께 매치된 굵은 웨이브 헤어는 1940년대 여배우, 베로니카 레이크의 전형적인 룩을 떠올리게 했다. 헤어 디자이너 뤼기 무레누는 탄력 있게 물결치는 컬을 만들면서 설명했다.“ 글래머러스한 매력의 정점이죠. 40년대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발렌티노의 모델들 역시 레드립스틱과 세팅 컬을 만 채 베로니카로 변신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늘 1위 자리를 지켜온 느슨한 웨이브를 대신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번 시즌 1940년대 컬링 헤어의 열기는 대단합니다.”느슨한 웨이브에서 탈피해, 성숙한 느낌의 세팅 헤어를 연출하려면 컬링기부터 준비해야겠다. 디자이너 로렌트 필리폰은 이 완벽한 컬은 반드시 아이언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컬을 말기 전에 스타일링 로션을 바르면 컬이 훨씬 탱글탱글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유지되죠. 컬을 만 후에는 극도로 가벼운 질감의 에센스로 마무리하세요.”
BACK TO Nouveau
지난 3월, 컬렉션이 끝나자 미국판 <W>는 변화된 헤어 트렌드에 대해‘Say It Loud!’라는 제목(제목만으로도 대범한 뷰티 트렌드의 시대가 왔음을 알 수 있다!)의 기사를 실었다. 그중 헤어 쪽에서는‘look at me hair’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알렸다. 다시 말해 현란한 액세서리와 마치 쿠튀르의 백스테이지를 보는 듯 스케일이 큰 장치들, 즉 나 좀 봐달라는듯 요란한 헤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다는 분석.
<W Koera>의 백스테이지 포토그래퍼로부터 날아온 2007 F/W의 그림 파일들 역시 비슷한 광경을 담고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쪽 뻗은 깃털 장식, 우아하면서도 대범하기 그지없는 각종 형태의 모자, 크리스털이 가득 박힌 수공예품의 헤어핀과 밴드. 가장 눈에 띄는 건 도나 카란의 깃털 장식이었다. 블랙과 그레이, 피콕 색상들로 넘실댄 런웨이를 더욱 풍성하게 한 건 단연 귀 한쪽 끝에서 시작해 얼굴 전체를 뒤덮은 깃털 장식이었다. 몇 시즌째 크리스털 헤어 액세서리에 관심을 보여온 크리스찬 라크로와는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종류의 핀과 그 보다 좀 더 과한 깃털 장식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빈번하게 눈에 띈 것은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였다. 랄프 로렌은 매니시한 베레 형태의 모자로 테일러드 패션의 정수를 보여줬고, 프로엔자 슐러에서 레드 립스틱과 함께 등장한 클로슈는 20세기 초반폴푸아레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루이 비통의 백스테이지는 1600년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 시작됐다. 갖가지 색상의, 펄럭거릴 정도로 거대한 베레를 씌운 마크의 백스테이지는 클래식의 현대적 재해석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준 예였다.
- 에디터
- 이지나
- 브랜드
- 도나 카란 뉴욕, 폴 스미스, 발렌티노, 크리스찬 디올, 3.1 필립림, 구찌, 랄프로렌, 피터 젠슨, 크리스찬 라크르와(Christian Lacroix) , 루이비통, 안토니 앤 앨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