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너의 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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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사는 김완선은 이 새침하고도 다정한 족속의 변치 않는 매력에 마음을 뺏겼다.

시폰 톱과 프린지 장식 재킷, 실루엣이 멋스러운 플레어 팬츠는 모두 Zara, 반지는 모두 Viatory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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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일 때부터 더 이상 들일 계획은 없었어요. 동생이 기르던 아이를 이사하는 동안 잠시 맡아주었다가 예쁜 짓에 홀려서 어느새 정신 차려 보니 이렇게 늘어나 있었죠.” 여섯 마리 고양이가 뿜어내는 털 속에 지내고 있다며 김완선은, 웃으면서 거실 한쪽을 가리켰다. 거기서는 공기청정기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빛을 흩뿌리는 미러볼이 어울릴 법한 댄싱퀸의 집에서는 업소용 대형 공기청정기가 돌아가고, 앞뒤 베란다에는 창밖의 떨어지는 벚꽃이며 날아가는 까치를 내다보는 고양이들의 호기심 어린 뒤통수가 가지런했다. 여섯 마리 가운데는 다리가 불편해서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하반신을 못 써서 기저귀를 채우고 배를 마사지해 배변을 도와줘야 하는 고양이도 있다. 임시 보호를 하다가 맡아 키우게 된 이 아이들에 대해 그는 대단한 의무감이나 거창한 희생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저 ‘함께 지내다 보니 헤어지기 아쉬워서’ 키우고 있다고.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으로 깔끔하게 지키던 혼자만의 침대와 소파는 몇 년 사이에 곁을 내어놓으라고 야옹대는 털뭉치들에게 점령당했다. 이제 털투성이가 된 그의 삶에서 고양이가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캣츠아이 선글라스는 제레미 스콧 by 한독 트렌치 코트는 버버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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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마리라니 굉장한데, 고양이와의 생활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레이라는 스코티시 폴드가 우리 집에 온 첫 고양이다. 동생이 9년을 길렀는데, 이사 문제로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한 달 정도는 얼굴 볼 생각 하지 말라는 게 동생 얘기였다. 낯을 많이 가려서 자기 집에 처음 왔을 때도 3개월 정도는 밖에 나오질 않았다고. 그런데 나에게는 3일도 안 돼서 애교를 부리더라. 동생 SNS에 ‘배신자 레이’라는 제목으로 글과 사진이 올라 올 정도였다. 나를 너무 좋아하니 다시 보낼 수가 없었다. 4~5 년 전 컴백해서 한창 바빴을 때라, 아침 일찍 나갔다 밤늦게 들어오면 강아지처럼 현관에 나와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친구를 만들어줘야겠다 싶어서 보호소에서 두 마리를 더 데려왔다.

움직임을 보니 몸이 불편한 고양이도 있는 것 같다.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에서 임시 보호를 부탁한 아이를 맡았다. 하반신을 쓰지 못해서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고 사람이 똥을 뉘어줘야 해 아무도 입양을 안 해가더라. 맡고 있는 동안 정이 들기도 해서 내가 계속 기르게 됐다. 병원에서 “얘가 복이 많나 봐요” 하기에 이름이 복덩이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복덩이 때문에 울기도 했다. 기저귀가 너무 조여서 다리에 닿는 부분이 찢어져 있었다. 떼고 벗길 때 나도 모르게 훅 벗겼는데 피가 나고 있었던 거다. 너무 미안해서 약을 발라주며 울었다. 고양이들은 어지간하면 아파도 티를 내지 않기 때문에 눈여겨봐야 한다.

고양이라고 하면 무서워하거나 요물로 여기는 선입견도 강한데, 처음부터 좋아했나? 예전에는 오히려 관심이 없었다. 오랫 동안 여러 마리를 길러온 동생 집에 가면 지저분하다고 야단도 쳤다. 키우는 건 괜찮은데 같이 자는 것만은 하지 마라 너무 더럽지 않느냐고. 그러던 내가 지금은… (웃음) 침실 문은 닫아놨다가 밖에서 하도 울어대서 열어줬는데 지금은 고양이들 여섯마리와 다 같이 침대에서 어울려 잔다.

디테일이 돋보이는 트렌치 코트는 버버리, 그물 타이즈는 월포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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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생활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는 면이 있나? 관대해지는 것 같다. 좋은 면으로 무던해지고. 이전에는 결벽증에 가깝게 청결에 예민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동물이랑 생활하다 보면 아무래도 마음이 열리는 면이 있다. 사람만 보고 살 때 보다 시야가 넓어진다. 또 움직임이 유독 느리고 정적인 고양이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살아 있는 조각품, 움직이는 미술품이라고 할까. 감상하기에도 아름답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조용히 명상에 드는 느낌이다. 그런 것들이 정신적인 부분에 많은 영향을 주는 거 같다.

여섯 마리 중에 특히 더 마음이 가는 고양이가 있나? 나한테 와서 마음을 달라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간다. 아무 때나 옆에 와서 자길 보라고 손짓하고 야옹거리고 화장실까지 쫓아 오고 비벼대는 애들이 예쁘더라. 자기를 보아달라는, 아껴달라는 당당한 요구가 사랑스럽다.

3월에 나온 ‘강아지’라는 노래는 유기견의 스토리를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이야기인데, 그리움이나 이별이라는 게 사람의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림으로 간단하게 그린 뮤직비디오인데도 마음을 건드려 영향력이 있었던 것 같다. 개나 고양이를 버리려다가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고양이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사람만큼이나 나무도, 개도, 고양이도 하나의 생명으로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말을 하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고 해서 사람이 우월하다 여기며 다른 생명에게 잔인해지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학대하지 말고, 버리지 말고, 지나가는 애들 괴롭히지 말고 같이 이 세계에 잘 머무르다 떠나면 좋지 않을까.

그녀의 집에서 진행된 화보 메이킹 필름

에디터
황선우, 박연경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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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헤어 Jessie Lim, 메이크업 홍성희, 어시스턴트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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