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조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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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공, 그 참을 수 없는 함정에 대하여.

나보다 내 생얼을 자주 보는 남편이 언젠가부터 ‘다 예쁜데 코에 모공이 좀 큰 거 같아’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까? 통장에 찍힌 꽤 큰 액수의 돈과 함께 보낸 이의 이름이 ‘모공’인 걸 보고 ‘아, 이 사람이 진짜로 내 모공이 신경 쓰이는구나’ 싶었다. 주변에 모공에 효과적인 시술에 대해 수소문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돈 들인 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가 대부분이었고, 그때부터 새로 나온 모공 화장품과 요즘 핫한 모공 시술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모공에 대해 알아보자. 피지선에서 분비되는 유분이 피부 표면으로 배출되는, 지름 0.02~0.05mm의 작은 입구인 모공은 얼굴에만 약 2만 개가 있다. 모공이 커지는 원인은 크게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나뉜다. 전자는 유전적 요인이나 피부 노화, 호르몬 변화, 과도한 피지 분비 등을 들 수 있다. 후자는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과 잘못된 화장품 사용이나 습관, 모공 속 노폐물이다. 가령 같은 모공 크기를 지니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코에 보이는 피지를 면봉이나 손톱으로 짜는 ‘피르가즘’을 즐기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매일 밤잠을 설치는 생활습관을 지녔다면 원치 않는 ‘모공 맛집’이 되어버리고 만다. “잠을 잘 때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프로락틴(Prolactin)과 함께 성장 호르몬이 분비돼요. 이 성장 호르몬은 어린 시절에는 몸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성인이 되고 나면 피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20대 이후 신체상의 성장이 끝나면, 이 호르몬이 약 14%씩 감소하는데 이것이 피부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이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피부 신진대사가 저하되고 피부 탄력이 떨어진답니다.” 피부과 전문의 조재훈의 설명이다. 설상가상으로 수면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피지 분비량까지 늘어난다 하니, 밤을 새우거나 잠을 오래 못 잔 다음 날 모공이 부은 것처럼 늘어나거나 커 보이는 건 ‘느낌적인 느낌’이 아닌 ‘리얼’이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은 모공과 피지 케어 제품을 혼동하지 말라는 거다. 아스트린젠트나 알코올이 함유된 트러블성 혹은 지성 피부용 화장품은 피지 분비량을 줄이는 덴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미 늘어난 모공을 좁혀주기엔 역부족이다. 모공 관리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피지 관리는 물론 피부 탄력을 유지하거나 개선시킬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이렇듯 모공은 근육이 없고 크기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내외부 요인에 의해 사람마다, 또는 같은 얼굴에서도 부위별로 각양각색이다. 종류도 피지 분비량이 많은 곳에 생기는 동그란 형태의 피지 모공부터 피부 탄력이 저하되어 생기는 세로 모공으로 나뉘고, 그에 따라 관리법도 달라진다. 거울 속 자신의 모공 유형부터 파악한 후, 이어지는 기사를 읽어보길.

세로 모공, 탄력과 각질 제거의 이중 작용을 노려라

양 볼의 늘어진 모공 부위를 위로 쭉 당겼을 때 모공 도드라짐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면? 그게 바로 세로 모공이다. 이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합성이 저하되어 피부가 탄력을 잃고 처질 때 생기기 때문에, 세로 모공이 목격되었다면 피부 속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 경우 스킨케어 라인 중 하나를 콜라겐 합성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C나 비타민 E, EGF, 아시아티코사이드와 같은 피부 재생 인자가 들어간 제품으로 바꿀 것. 각질 제거와 수분 공급 기능이 함께 들어 있는 워터 에센스로 매일 5분씩 화장솜 팩을 하는 방법도 있다. 화장솜에 워터 에센스를 듬뿍 묻히고 그걸 3장으로 나눠 (여유가 있다면 화장솜 3장을 써도 좋다) 2장은 양쪽 볼에 붙여라. 콧방울 쪽에 화장솜의 모서리가 닿도록 댄 뒤 광대 쪽으로 쫙 끌어올리듯 밀착시킬 것. 남은 화장솜 1장은 코를 감싸고, 아래 남는 부분도 그냥 두지 말고 콧방울 옆에 꾸욱 눌러 붙이자. 이렇 게 5분 정도 두면 모공 주변의 각질이 부드럽게 정돈되고, 피붓결이 탱탱하게 차오른 듯한 느낌까지 든다. 기증전’시술’ 유형이라면 기존의 프락셀 레이저에서 업그레이드된 스타룩스 XD를 주 목하자. 1540nm의 파장을 이용해 표피는 남겨둔 채 진피의 조직만 응고시켜 콜라겐 리모델링을 해주는 원리라 기존 프락셀 시술에 비해 붉은 기와 부기가 훨씬 덜하다. 1회 시술 비용이 40만~50만원 선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모공 형태가 세로로 길게 늘어졌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1 Laneige 워터뱅크 셔벗 크림 어성초 자연 추출물이 늘어진 피부 탄력을 쫀쫀하게 가꾸는 데 도움을 준다. 50ml, 37천원.

2 Clinique 크리니크 iD (드라마티컬리 디퍼런트 오일-컨트롤 젤, 매끈 부스터) AHA 성분이 피부 표면의 죽은 각질을 정리해 모공을 작아 보이게 만든다. 가벼운 로션-젤 질감으로 지복합성 피부가 사용하기 좋다. 125ml, 55천원대.

3 Caudalie 비노쀠르 블레미쉬 컨트롤 인퓨전 그레이프 시드 폴리페놀과 페퍼민트, 제라늄, 라벤더 등 6가지 에센셜 오일로 이뤄진 특허 복합체 성분이 피지 산화를 방지하고 노루발풀 에서 추출한 살리실릭산이 모공 속 노폐물을 정화한다. 30ml, 5만원.

4 Dior 디올 프레스티지 라 마이크로-로션 드 로즈 미네랄과 오메가-3, 비타민 E 등이 피지가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조절해준다. 150ml145천원.

5 Nature Republic 포어 어웨이 클리어 토너 AHA, BHA, PHA 성분이 피부 표면의 노폐물과 각질 제거는 물론 산뜻한 수분감을 전달한다. 300ml, 18천원.

6 Cle de Peau Beaute 에센셜 리파이닝 에센스 일명 ‘포어마스터’라 불리는 트리트먼트 에센스. 서피스 리파이닝 콤플렉스 EX와 피토스테롤 유도체가 모공 내 죽은 세포 조각에 달라붙은 노폐물을 제거해준다. 170ml, 11만원.

피지 모공, 세안만이 정답

Hanskin 클렌징 폼 & 블랙헤드 PHA BHA와 PHA의 산 성분이 모공 속 피지와 각질을 부드럽게 녹여낸다. 120ml, 1만2천원.

Su:m 37° 워터-풀 워터 젤 클렌징 폼 구연산과 아시아티코사이드 성분이 배합된 특허받은 모공 수렴 콤플렉스™가 모공 속 딱딱하게 굳은 각질과 노폐물을 말끔히 제거해준다. 180ml, 3만8천원.

The History of Whoo 공진향 정화 마스크 연잎과 미세한 해금사가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며 각질 제거를 돕는다. 100ml, 5만원.

Eucerin 더모 퓨리파이어 오일컨트롤 스크럽 페트롤라툼 젤리와 다당류에서 추출한 왁스 재질의 미세 입자, 락틱산이 과도한 피지를 잡아주고 각질층의 턴오버를 촉진한다. 100ml, 1만5천원.

Valmont 퓨리파잉 팩 세안 후에도 모공 깊숙이 남아 있는 피지와 불순물을 흡착해준다. 50ml, 24만원.

La Prairie 슈프림 밤 클렌저 세안 시, 제품에 내장된 모슬린 천으로 각질이 신경 쓰이는 부위를 동글동글 문지르면 각질이 부드럽게 떨어져 나간다. 100ml, 19만4천원.

LG 프라엘 초음파 클렌저 초당 37만 회에 달하는 초음파 진동이 피부 각질층을 부드럽게 흔들어 균열을 내고, 분당 4,200회의 브러시 미세 진동이 노폐물을 피부 밖으로 끄집어낸다. 27만9천원.

Chanel 오 미셀라리 프로바이오틱 분자가 피부 pH를 유지하고 피부 장벽을 보호해, 민감성 피부가 사용하기 좋다. 150ml, 6만1천원.

‘또 클렌징? 지겹다, 지겨워’라 말해도 어쩔 수 없다. 피부 전문가들조차 피지 모공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클렌징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니까. “모공 관리의 기본은 꼼꼼한 세안이에요. 너무 피곤해서, 씻기엔 너무 취해서, ‘오늘은 크림만 바르고 외출했으니까’와 같은 핑계로 씻지 않고 잠들 경우 모공에 피지와 노폐물이 쌓여 늘어지기 마련이지요. 아주 미세하게 늘어나 눈에 띄지 않을 뿐,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모공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맙니다.” 타임톡스의원 윤지영 원장의 말이다. 조재훈 원장도 같은 의견이다. “세안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부에 노폐물이 쌓이고 각질이 쌓이면, 피지와 각질, 노폐물이 뒤섞여 단단해지면서 모공이 더 벌어져요. 특히 코와 볼 부위의 블랙헤드가 도드라지거나 피지가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온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무리한 자극을 줘서 빼내거나 코팩을 하지 말고 BHAPHA, 티트리, 살리실릭산, 비타민 A, 구연산 등이 함유된 클렌저로 각질 제거와 함께 딥 클렌징을 하는 게 좋답니다.” 여기서 잠깐! AHABHA는 많이 들어봤지만 PHA는 조금 낯설 테다. 폴리하이드록시애시드의 약자인 PHA는 피부 각질층을 유연하게 만들어 모공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고 표피 세포의 복구를 촉진 하는 성분이다. PHA 속 글루코노락톤은 AHA에 비해 입자가 크고 천천히 흡수돼 자극이 적을 뿐 아니라 피부 장벽을 탄탄하게 가꿔 건성이나 민감성 피부가 사용하기 좋다. 중요한 건 어떤 성분이 들어 있든 피부 타입에 따라 딥 클렌징 주기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드름성 피부나 지성 피부는 티트리나 벤조일퍼옥사이드 성분이 들어간 클렌징이나 스크럽 제품을 일주일에 3번 이상 사용해도 되지만, 피부가 예민한 이가 이런 제품을 매일 사용하면 피부가 자극을 받아 더 건조해지고 모공의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 피부가 매우 건조하거나 자극에 민감하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이런 성분의 클렌저나 스크럽을 사용해 피부가 적응할 시간을 주자. 극민 감성 피부라면 스크럽이 아닌 클레이 마스크로 피부 마찰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시술을 병행하고 싶다면 1540nm의 다이오드레이저로 피지 분비를 선택적으로 줄여주는 스무스빔이나 아큐어, 아트레이저, 네오빔이나 보툴리늄 성분을 모공 부위에 한땀 한땀 주사해 3~4개월 동안 과도하게 분비되는 피지를 잡아주고 피부 탄력을 강화하는 모공 주사, AHABHA 등의 성분이 각질과 피지를 제거하고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하이드로필을 눈여겨보길. 피부 상태에 따라 비용과 시술 기간이 달라지나 대개 3번 이상 시술을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뷰티 에디터
김선영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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