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튀르 등판 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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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S/S 쿠튀르 컬렉션에 새롭게 등장한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AREA 아레아

뉴욕의 힙한 에너지를 파리로! 피오트레크 판슈치크와 베켓 포그 듀오의 파리 쿠튀르 입성기.

현대적이고 힙한 뉴욕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당신이 쿠튀르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무척 놀랐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건가?

피오트레크 쿠튀르 컬렉션은 원래 파리에 뿌리를 두고있다. 본래대로라면 모든 사람이 파리로 이동해서 쇼를 본다. 그 역사와 전통으로 그들은 쿠튀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미지나 고정관념을 형성한다. 그런데 우리 브랜드가 쿠튀르와 연관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래전부터 몇 개 안 되는 옷 한 벌 한 벌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동안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보여주는 쇼들이 일관성이 있나, 우리가 쇼 하나에 쿠튀르를 방불케 하는 피스와 기성복을 섞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했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드니 이 모든 요소를 좀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고, 우리는 레디투 웨어와 쿠튀르 컬렉션을 나눔으로써 옷 하나하나를 더 완벽하게 구현해서 모든 것을 더 멋지게 만들기로 결정했다.

쿠튀르에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보니 어땠나?

피오트레크 이 새로운 시스템이 우리에게 잘 맞는 것 같다. 올해 초에 ‘레디투웨어 원’이라는 컬렉션을 먼저 선보이고 ‘레이오미 말도나도(Leiomy Maldonado)’라는 엄청난 보깅 댄스 안무가와 함께 비디오 작업을 했다. 우리 고객들은 이 비디오를 너무 좋아했고, 지금 본 그 의상을 바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만족해했다. 심지어 그들은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풀착장을 한 번에 사기 시작했다. 이 사례는 우리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신의 결정에 자신감을 갖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 브랜드에 관해 깊이 고찰하고 고객들이 어떻게 어떤 것을 원하는지에 따라서 자기 브랜드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아레아의 레디투웨어는 쿠튀르를 방불케 하는 수공예적 요소가 가득했다.

피오트레크 그렇다. 우리는 평소에도 크리스털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 크리스털을 이번 쿠튀르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활용할지, 자수나 몰딩으로 어떤 옷을 만들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쿠튀르의 세계는 더 깊고 오래된, 어쩌면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그런 심원한 세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원시 시대 우리 조상이 스스로를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또는 종교 의식을 위해 사회 구성원들 스스로가 단장했던 것들 말이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또는 세계 곳곳의 공예를 동원하여 아틀리에에서 작업한 듯한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에너지와 힘을 쏟았다.

준비 기간은 얼마나 되고, 얼마나 많은 인원이 얼마나 많은 피스의 옷을 함께 완성했는지 궁금하다.

피오트레크 준비 기간은 1년 정도고 실질적인 작업은 6 개월, 완성한 피스는 14가지 룩이었다. 스튜디오를 계획하고 우리의 쿠튀르 피스를 팔 줄 아는 세일즈 팀을 꾸리는 것, 그리고 이런 피스들을 원하는 클라이언트는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 팬데믹으로 한 공간에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느냐를 알아내는 것 등등 컬렉션을 준비하는 데 숱한 장애물이 있었지만 잘 넘어섰다고 자부한다.

베켓 솔직히 몇 명이 작업에 임했는지 세는 게 불가능하다. 이번 작업은 전 세계에 있는 모듈 식의 여러 팀이 함께하여 이루어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인도에 있는 자수 팀이 피스를 보내주고, 중국에 있는 팀이 크리스털 작업을 해서 보내주면 뉴욕에 있는 팀이 모아 옷을 탄생시키는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쿠튀르 쇼라 하면, 유서 깊은 브랜드가 레디투웨어에서 보여주지 못한 장인 정신과 창의성을 폭발시키는 장으로 여겨졌다. 아주 젊은 세대인 당신들이 쿠튀르에 참여해 보여주고 싶은 목표가 있었나?

피오트레크 나는 이번 작업에 참여한 모든 이들, 모든 도시와 지역, 그리고 그들의 예술성과 장인 정신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 패션은 오랫동안 비인간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정형화된 이미지를 가진 여성들만을 위해 만들어지고, 또 몇몇 특정 지역에서 활동해야만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베켓 아레아는 이 생각과 반대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배우고 싶었다. 왜 어느 지역의 사람들은 자수에 더 강한지, 어느 지역 사람들은 크리스털을 잘 다루는지 알고 싶었다. 미묘한 다름이 모여 우리의 작품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었다는 사실도 알리고 싶었다.

이번 쿠튀르 쇼의 가장 중요한 영감은 무엇이었나?

피오트레크 첫째로는 혼과 관련해 원시 문명부터 우리 조상이 가지고 있었던 스스로를 꾸미는 것, 그러한 감정들. 둘째로는 체형이 다른 다양한 여성에게 옷을 입히는 것. 그간의 쿠튀르는 손으로 모든 것을 만들면서도 기이하게 한 타입의 여성에만 집중했다. 우리는 그런 틀에서 벗어나, 우리의 테크닉을 십분 활용하여 옷을 짓기로 했다. 디자이너로서 우리의 역할은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야스민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에게 쿠튀르 컬렉션에 동참해달라고 했더니 너무 행복해했다. 우리는 그녀의 가슴과 커브에 맞는 옷을 짓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녀와 우리는 깊은 인연을 맺었다.

스와로브스키와의 오랜 파트너십을 기념해 거의 50만 개의 크리스털을 사용했다고 들었다. 크리스털을 다뤘다는 건 레디투웨어의 연장선처럼 보이는데, 크리스털이라는 소재의 어떤 부분이 당신을 매료시킨 건가?

피오트레크 빛과 반짝임, 크리스털 옷을 입고 어딘가에 들어가는 순간 방을 밝히는 것, 그리고 그런 것을 보는 사람들의 리액션, 감정들.

베켓 크리스털은 사람들을 매혹하고 연관성을 만들어준다. 크리스털은 모듈이다. 그 모듈을 맞춰 언제나 새롭게 만들 수 있고, 크고 화려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슬랙스 옆선을 따라 내려가는 작은 장식으로도 가능하다. 크리스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혁신적이고 변화무쌍하다.

레디투웨어와 쿠튀르를 진행하며 가장 달랐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피오트레크 일단 쿠튀르 작업은 단계가 훨씬 많다. 그리고 불안감이 더 크게 드러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중요하다. 레디투웨어야 기존에 있는 형태를 작업하는 것이기에 최종적인 모양이 어떨 것인지 예측할 수가 있다. 하지만 케이지 니트 를 예로 들자면 여기에 몇백개가 넘는 이음새가 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테이블 위에 늘어져 있어서 온전한 형태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했던 계산이 다 맞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번 옷 이야기를 해보자. 가장 센세이션했던 소용돌이 드레스, 몸을 둘러 소용돌이치는 본디지 드레스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피오트레크 궁극적으로는 코르셋 피스가 되었다. 이 드레스는 민속 장신구와 치장하는 전통과 의식이 풍부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은데벨레 여인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손재주가 많은 이들은 풀을 꼬아 만든 옷을 오랫동안 말리곤 하는데, 그들의 세계에서 이러한 장신구를 만드는 이들은 우리로 치면 변호사나 의사가 된 것 같은 존재로 여겨준다.

베켓 처음부터 립케이지 모양의 드레스가 몸을 소용돌이 모양으로 감싸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발포고무를 손으로 깎아서 그 위를 크리스털로 장식했다. 또 옹브레 컬러를 내기 위해 아주 진한색 크리스털부터 밝은 색까지 여러 색이 들어갔다.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시간과 손이 많이 필요한 고된 작업이었다. 크리스털을 붙이자 모양이 늘어졌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크리스털을 넣는 등 많은 계산을 해야 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크리스털 프린지 드레스에도 수백 개의 크리스털 장식이 들어갔을 것 같다.

베켓 락다운 동안에 머리를 무지개색으로 물들이고 싶었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림을 그린 듯한 옹브레 효과를 내고 싶었다.

피오트레크 이 디자인으로 드레스 버전과 반바지 버전이 있다. 우리는 거의 실크 가운으로 보일 정도인 플루이드 드레스를 만들고 싶었는데 원단으로 이 드레스를 잘 만드는 브랜드는 이미 많이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것은 만들 가치를 못 느낀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고 크리스털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따라 촤르륵 떨어지는 디자인이 프린지가 되어 폭포처럼 떨어지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마담 그레(Mme.Grès) 의 조각 같은 드레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프린지 니트 드레스는 레디투웨어에서 니트 연구를 많이한 당신들의 작품에서 확장된 버전 같다. 형태를 잡기 위해 어떤 방식을 취했고, 어떤 수공예적 작업이 추가되었나?

마크라메와 크로셰를 사용하여 올드 스쿨 프렌치 바구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일일이 수공예로 모든 가닥을 땋고 꼬며 크리스털로 장식했다. 이 드레스야말로 진정 수공예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달라 붙었다. 결과는? 정말 아름답다. 견고한 구조가 있지만 니트 같은 부드러움이 있다. 코지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코디언 드레스는 어떤 시술을 통해 상상이 실현된 건가?

피오트레크 쿠튀르의 꽃인 볼륨 드레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셰이프, 웅가로의 80년대 디자인, 이브 생 로랑의 커다란 리본 등 다양한 의상에서 영감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나타내며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낸 것이 아코디언 모양의 드레스였는데, 계단이나 사원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새틴을 어떻게 세울 수 있었나?

피오트레크 모형을 잡고 프레스로 눌러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완성했다.

쿠튀르적인 드레스에 클로그 슈즈를 매치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쿠튀르적이면서 동시에 현대적이었다. 이런 센스가 당신들의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베켓 이런 드레스에 뻔한 스틸레토 하이힐을 매치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원조 네덜란드의 나막신에서 영감을 받아 거기에 크리스털을 더했다.

이번 쿠튀르 작업을 통틀어 가장 만들기 까다로웠고 힘들었던 피스는 무엇인가?

피오트레크, 베켓 아코디언 드레스!

이번 쿠튀르 쇼 의상도 많은 팝스타들이 탐낼 것 같다. 어떤 사람들에게 의뢰가 들어올 것 같은지?

피오트레크 두려움을 모르고, 독립적이고 강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이 컬렉션을 만들었고, 그들이 입어주기를 바란다.

쿠튀르는 돈 많은 고객층이 찾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아레아의 쿠튀르는 다양한 세대에게 소비될 것 같다. 주 고객층은 누구일 것으로 예상되나?

피오트레크 신기한 질문이다. 사람들은 우리 옷들을 보고 블링블링한 것을 좋아하는 젊고 통통 튀는 파티 걸을 상상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고객 중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40~50대 커리어우먼이다.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열심히 일하고 쟁취하는 센 언니들이고 스스로를 그리고 스스로의 몸을 축복하기 위해 우리 브랜드의 옷을 입는다. 그들은 퍼스널 컬렉션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고 몇십 년 뒤에는 손자손녀에게 물려줄 것 같다.

베켓 스스로 열심히 살아온 것을 축복하고 싶어 하고, 마음속에 자신만의 ‘비욘세’를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들. 쿠튀르 컬렉션을 만들면서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피오트레크 아마 이 비욘세들은 상하이에도 있고 아부다비에 있을 거다. 그들은 전 세계에 있다.

서울의 비욘세들 몇 명 알고 있다.

피오트레크 그럼 우리에게 전화해달라고 해라. 기다리고 있겠다(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다음 쿠튀르 스케줄표에도 당신들의 이름이 오르길 기대해도 될까?

피오트레크 이 첫 쿠튀르 컬렉션을 계기로 우리는 언제나 쿠튀르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표현하게 할 것이다. 지켜봐달라.

패션 에디터
김신
사진
Courtesy of 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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