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도 영원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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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 수전 손택, 그리고 코코 샤넬. 그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인물 평전 세 권이 나왔다.

어떤 이름은 이름 자체가 곧 문화이자 상징이어서, 우리는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 채 그 이름을 경배한다. 소개할 책들은 전설이 된 인물의 존재감처럼 묵직하고 두툼하다. 그들의 면밀한 발자취와 그들을 관통한 시대상까지 담는다. 900페이지가 넘는 <더 컴플리트 데이비드 보위>(그책)는 보위에 대한 백과사전이라 불릴 만하 다. 록스타, 배우, 화가, 패션 아이콘이었던 보위를 말하기 위해 작가가 택한 방법은 보위의 각 커리어 분야를 나누고 각각에 대해 샅샅이 기록하는 것이다. 1958년부터 2016년까지 보위의 녹음, 촬영, 공연 일정 연대표, 보위가 참여한 모든 공연 세트리스트를 정리하는 집념은 지금 고향인 어느 우주별로 돌아갔을 보위가 봐 도 깜짝 놀랄 수준이다. 커버 속의 보위는 디자이너 간사이 야마모토가 만든 ‘우주 사무라이’ 스타일 의상을 입은 모습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 <몽상가들>에는 수전 손택의 저서들이 꽂힌 주인공들의 책꽂이를 클로즈업한 장면이 있다. 손택은 저서인 <해석에 반대한다>, <타인의 고통>, <사진에 관하여> 등을 통해 사진처럼 대량 복제된 이미지가 한 문화의 감수성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주장한 사람이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기점으로 자국인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미국과 유럽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글항아리)은 2004년 손택 사후 첫 출간된 손택의 평전이다. 어떤 이들에겐 ‘사진가 애니 리보비츠 의 오랜 연인인 지식인’으로 더 유명한 그녀를 시기별로 조망하는 과정에서, 정치 · 사회는 물론 문화 사조와도 관련된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져 흥미롭다. <코코 샤넬 세기의 아이콘>(을유문화사)에 대해서는 <워싱턴 포스트>의 서평이 가장 적절해 보여, 인용한다. “복잡한 한 여성의 세밀하지만 뒤틀린, 미묘한 초상화 같은 책. 독자는 인간이 지닌 아주 현실적인 정신과 마주함으로써 상당히 만족스러운 혼란에 빠질 것이다.” 샤넬의 성공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거치며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던 포부와 맞닿아 있다. ‘패션은 곧 연극’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여성들의 마음 속에 그녀를 모방하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 힘, 세계 대전을 기회 삼아 사업을 확장한 정치적 명민함과 기회주의적이기도한 면모까지, 이 책은 역동하는 역사 속에서의 샤넬을 조명한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김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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