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온몸으로 껴안는 남자 (베네딕트 컴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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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셜록 홈즈’와 ‘닥터 스트레인지’라고 불리는 이 남자. 지난 9월 16일, 예거 르쿨트르의 프렌즈인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화상으로 만났다. 배우로서 그 인생의 연륜만큼이나 빛나는 워치와 워치메이킹에 대한 이해, 나아가 시간에 대한 그의 흥미로운 관점은 내내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참여한 예거 르쿨트르 폴라리스 마리너 컬렉션의 광고 캠페인.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참여한 예거 르쿨트르 폴라리스 마리너 컬렉션의 광고 캠페인.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예거 르쿨트르와 함께한 최근 광고 캠페인 ‘In A Breath’를 흥미롭게 보았다.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 촬영은 매우 즐거웠다. 당시 나는 뉴질랜드에서 영화 <더 파워 오브 더 도그(The Power of the Dog)>를 촬영하는 중이었고, 그 캠페인 또한 뉴질랜드의 멋진 바다와 해안선을 지닌 어느 작은 섬에서 촬영했다. 사실 나는 스쿠버다이빙을 종종 즐기는데, 촬영팀은 내가 프리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바로 프리 다이빙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더불어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것이 멈춘 상황에서 이번 촬영은 ‘시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었다.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그 촬영 과정이 쉽진 않았을 듯하다. 뉴질랜드 역시 록다운에 들어간 시기였는데, 깊은 호흡을 하면서 자신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거나 미래에 대한 답을 섣불리 찾으려 하지 않고, 과거의 모든 일들로 마음이 심란해지지 않은 채 지금에 집중하는 것. 이러한 궁극의 메시지를 내가 먼저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소 다이빙을 하다보면 다이빙하는 동안 시간이 연장되어 더 길게 느껴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다이빙을 하면서 지금이 몇 시인지, 또 얼마나 오래 더 다이빙할 수 있는지를 시계를 통해 확인한다. 그것이 이번 예거 르쿨트르 캠페인 영상의 기본적인 아이디어였다.

예거 르쿨트르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에서 예거의 워치를 착용하며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영화에서 워치는 특별하고 소중한 소품이었다.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의 시간을 함께하며, 시간을 컨트롤하는 그런 역할이랄까. 영화 촬영을 마친 후 워치에 관심이 생겼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럭셔리 브랜드의 초청 행사에 참석하고 미사여구로 표현하는 상투적인 관계가 아니라, 1백여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최고의 시계를 만들며 훌륭한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장인 정신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예거 르쿨트르 아틀리에도 방문했는데, 우표 크기만큼 작은 워치에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놀라운 기계 메커니즘이 구현되는 과정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평생 이곳에서 워치메이킹 작업을 해온 장인들이 에나멜링, 페인팅 등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고도 감동적이었다.

예거 르쿨트르 폴라리스 컬렉션에서 새롭게 선보인 예거 르쿨트르 폴라리스 마리너 메모복스 워치. 스트라이킹 무브먼트를 다루는 매뉴팩처의 전문 기술이 집약되었으며, 30바 방수 기능을 갖췄다. 블루 그러데이션 다이얼의 핸즈와 인덱스, 숫자는 슈퍼-루미노바가 채워져 어두운 곳에서도 탁월한 가독성으로 다이버의 안전을 보장한다.

캠페인 영상에서 ‘폴라리스 마리너 메모복스(Polaris Mariner Memovox)’ 워치를 착용한 채, 다이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물속에서 이 워치의 어떠한 기능성을 직접 느끼고 만족했나? 다이빙 워치는 무엇보다 다이버의 안전 보장이 중요하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알려주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내 손목 위에 안심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 준다. 특히 폴라리스 워치는 슈퍼루미노바 처리된 핸즈 덕에 어둠 속에서도 놀라운 가독성을 발휘하며, 가볍고 견고하다. 또 오픈 케이스백 형태로 시계의 모든 움직임을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폴라리스는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매력적이고 날렵한 형태로 다이빙을 할 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휴대폰으로 언제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타임피스가 지닌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시간만 확인하고 싶어도 메시지, 알림, 경보, 뉴스, 친구가 포스팅한 내용 등을 다 보게 되니까. 게다가 그런 정보는 막연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정신을 흩트리기도 한다. 시간을 체크하려면 워치를 보는 게 훨씬 낫다. 무엇보다 특별하고 소중한 워치는 나의 일부이자 그날의 액세서리가 되고, 나의 이미지를 표현해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며, 시간을 소중히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배우로서 느끼는 ‘연기’와 ‘워치메이킹’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면? 우선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점에서 평행 이론이 성립된다. 영화에서 몇 초짜리 장면이라도 숱하게 리허설하고, 또 배경 지식을 공부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공통점은 둘 다 예술적 기교가 있다는 게 아닐까. 연기 역시 워치메이킹처럼 기술적인 능력이 필요하며, 액션이나 카메라 움직임에 대한 이해와 연습 등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매진해야 하는 대상이다. 다만 연기는 워치 제작만큼 과학적인 완벽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연기에는 배우의 자유로운 표현의 여지가 남아 있다.

워치메이킹 세계에 대한 당신의 지대한 관심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처럼 당신을 매료시킨 예거 르쿨트르를 통해 당신이 깨닫고 배운 것이 있다면? 워치가 아름답긴 하지만 나는 물질주의자는 아니다. 일단 이것이 왜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왜 나를 예거 르쿨트르 워치와 연관시키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었다. 워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에 관심을 가졌고, 덕분에 손을 통해 하나하나 구현하는 장인들의 대단한 작업을 옆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는데 그건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다. 시계 장인의 손길에는 마치 외과의사와 같은 차분하고 정교한 스킬이 담겨 있는데, 나 역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맡은 역할이 외과의사였기에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워치를 착용할 때면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가? 영국 신사들은 제대로 차려입는 편이지만, 난 좀 편하게 입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워치를 착용할 때도 흰색 팬츠나 진을 입고 티셔츠 혹은 셔츠 위에 재킷을 걸친 스타일을 선호한다. 나아가 지속 가능한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제품을 구매할 때면 동물 학대나 테스트를 하지 않는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영화 <어벤져스(Avengers)>에 함께 출연한 동료들에게 각각 특정 워치를 추천한다면? 우선 아이언맨은 투르비옹 기능을 갖춘 워치가 어울릴 것 같다.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하니 그 시계의 속성과 비슷하지 않을까. 반면 덩치 큰 토르는 다이얼이 큼직한 워치, 예를 들면 예거 르쿨트르의 폴라리스 마리너 메모복스 같은 다이빙 워치나 큰 메탈 체인이 달린 워치가 어울릴 것 같다.

지금까지의 활동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난 항상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촬영한 <더 파워 오브 더 도그>에서 지금까지의 배역과 비교해 가장 도전적인 역할을 맡았고, 환상적인 마을에서 촬영하며 경험한 그 모든 순간이 매우 그립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탐정 뿐 아니라 과학자, 의사, 예술가, 정치인 등 다양한 역할을 개성 넘치게 표현해냈다. 언젠가 꼭 도전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 흠, 외계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유는 내 눈이 그 역할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다. 언제나 난 내가 달성한 것을 돌이키는 것보다는 낯선 일에 도전하며 나아가고, 또 새로운 방향으로 나를 몰아넣고 싶다. 그것이 어떠한 접근 방식이나 콘셉트이건 간에 말이다. 특히 훌륭한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는 것, 나아가 나 자신을 증명하기보다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이야말로 나의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사진
COURTESY OF JAEGER-LECOUL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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