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명상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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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생활 속으로 다가오고 있다. 예전만큼 바깥으로 종횡무진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고요히 앉아 명상할 수는 있다. 달라진 이 세계를 통과하기 위한 처방전, 명상에 대하여.

‘코로나 블루’라는 증상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그게 남의 일이라고만 여기는 건 내 마음에 미안한 일일지도 모른다. 먹고사는 일에 타격을 입은 사람, 모두가 행동반경을 좁히는 와중에 바이러스라는 말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일해야 하는 사람, 사회 분위기에 맞춰 오히려 일을 더 벌여야 하는 사람(잡지인처럼), 집 안에 숨죽이며 머무는 사람까지, 정신에 전혀 영향받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어느 밤 결국 정신과 전문의를 찾은 것도 그 때문이다. 몸은 이 시절에 익숙해졌지만 마음과 정신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이전부터 젊은 직장인 상당수가 병원을 찾았어요. 이제는 청결 강박증이 있는 분, 외출하는 일 자체를 힘들어하는 분도 많이 봐요. 코로나19 현상을 과잉 해석하는 경우죠.”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원장의 말이다. 불안감과 답답함 속의 과로, 그로 인한 우울함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감정에 대해 두서없이 쏟아놓자 신재현 원장은 조언했다. “사회의 스탠더드가 바뀌었다는 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내 생활의 기본값이 그 스탠더드에 맞춰 조정될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생각의 틀이 좁아지기 쉬운데, 그럴 때 드는 생각이란 주로 좋지 않은 것들이거든요. 과거보다 기준을 좀 낮추더라도 현재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야 해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심리적인 면역력을 기르는 일이 필요하다는 논의와 맞물려 요즘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바로 ‘명상’이다. 케어와 명상을 바로 연결 짓는 게 조금 비약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혼란한 상황일수록 영적인 무언가를 바라보게 되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다. 구글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IT 회사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불교학부가 있는 동국대는 다양한 명상 체험 콘텐츠를 소개하는 ‘서울국제명상페스티벌’을 주최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과 명상 지도자, 뇌과학자 등이 모여 삶의 방향을 논하는 국제 콘퍼런스 ‘위즈덤 2.0’은 10월 16일과 17일 드디어 한국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펼쳐진다.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의 저자이기도 한 신재현 원장은 책에서 ‘마음의 평정을 위한 3분 명상’을 간단히 소개했다. “전전긍긍하는 마음이나 불편함은 어떻게 보면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은 거예요. 안 떠날 것 같지만, 언젠가 떠나가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의 습관과 행동의 습관이 있어서 어떤 상황이 닥치면 습관적으로 반응해버리죠. 마음챙김 명상은 외부 원인에 반응하는 내 상태,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차리자는 겁니다.” 명상은 종교, 심리학, 의학, 과학계에서 두루 논의된다. 명상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개념이나 이해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쉽게는 호흡을 제대로 하는 일부터 시작해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는 경험까지, 그 사이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관심을 키워가려면 ‘무엇을 위해서 명상을 하는지’ 명상의 목적을 분명히 해두는 게 좋다. 입문자를 위한 다음의 가이드 속에, 명상에 조금씩 다가가기 위한 길과 명상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두루 담았다.

초보 명상가를 위한 이정표

넓고도 깊은 명상 세계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정처 없이 헤매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위즈덤 2.0 코리아의 총괄 디렉터이자 2016년 마음챙김 명상 앱 ‘마보’를 설립한 유정은 대표가 명상을 둘러싼 대표적 궁금증에 답한다.

최근 국내에서 명상이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다양한 기관에서 온 · 오프라인 명상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명상은 목적과 방법이 다양하기로 알려져 있는데, 초심자가 명상에 입문할 때 짚고 넘어가면 좋은 점이 있는가? 흔히 명상이라 하면 잠깐 쉬면서 스트레스를 이완하는 훈련이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명상은 단순히 ‘힐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인지 훈련이다. 초심자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은 직후 명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시 사후적으로 아주 일시적인 이완 효과를 보는 것에 지나지 않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특정 상황을 거부하거나 그 상황을 인지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명상은 우리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적극적으로 알아차리는 데 핵심이 있다. 평소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면 기초 체력이 다져지듯, 명상을 통해 체계적으로 마음을 인지하는 훈련을 하면 마음의 근육이 자라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현재 상태를 재빠르게 인지하고 불필요하고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간혹 명상 후 속이 불편하거나 배가 당기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초심자가 명상 후 불쾌한 경험을 하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나? 제각각 원인이 다를 테지만, 흔히 호흡 명상 시 지나치게 호흡을 잘하려는 강박 때문에 과호흡이 빚어지며 몸이 긴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등을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명상 시 느껴지는 몸의 불편함은 대부분 잘못된 명상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통증이 많은데, 지속적으로 특정 부위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곳에 실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필 필요도 있다. 명상은 즉각적으로 몸의 감각을 느끼는 경험이기 때문에 평소 지나쳤던 몸의 문제를 명상 중에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명상을 수련해온 당신이 체감하기에 명상의 가장 큰 효용은 무엇인가? 명상의 효용은 이미 과학적으로 여럿 증명되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약물치료와 명상을 병행하면 재발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된 데 명상이 큰 역할을 했다. 오랜 시간 명상을 수련했지만 여전히 화를 잘 내고 매번 실수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사람이지’라며 나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주변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고, 타인 역시 불안정한 인간임을 인지하며 현실과 조금씩 친해질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여전히 불안정한 나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디지털 명상 앱을 통해 명상하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무엇보다 본인의 목적과 기대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 수많은 디지털 명상 앱이 출시되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ASMR과 같이 진행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심신 이완 도움에 초점을 맞춘 앱이 있고, 홈 트레이닝처럼 명상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스스로 명상하는 훈련을 하도록 돕는 앱이 있다.

명상에는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잘못된 명상이란 것도 있나? 우려하는 명상법은 있다. 명상은 첫째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어야 한다. 서구 사회에서 명상이 대중화된 것도 과학적이고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또 명상에서 특정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흔히 사이비 명상 단체라 불리는 것의 끝에는 교주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우주를 창시했다는 사상을 주입시킨다. 하지만 명상에선 결코 특정 명상 지도자만 옳거나 최고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마음챙김 명상이 불교적 전통에서 비롯해 발전됐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조언이 있나? 책 <죽음의 수용소>를 쓴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책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아닌, 현실에 두 발을 붙이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인지한 가운데서도 목적을 가지려는 사람이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고 증언한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마치 삶이 장밋빛처럼 새로이 펼쳐질 거라 착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갔을 때가 실은 코 로나19를 겪는 지금보다 훨씬 힘겨울 거라고 경제학자들은 전망한다. 코로나19가 우리의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나 혼자 겪는 고통이 아닌, 인류 모두가 겪는 고통이라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명상 앱과 함께한 5일

철저한 명상 ‘초짜’ 에디터가 집에서도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명상 앱으로 5일을 보냈다.

Day 1 앱을 구동하자 잠들기 직전의 순간을 위한 다양한 명상법이 나타났다. 그중 ‘478 호흡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4초 동안 코로 숨을 들이마신다. 7초 동안 숨을 멈춘다. 입으로 8초 동안 숨을 내쉰다. 진행자의 음성에 맞춰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며 호흡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이내 어딘가 불편함이 느껴졌다. “호흡을 잘하기 위해 너무 애쓰기보다는 호흡법이 주는 방법을 내 몸이 기억한다고 노력해보세요.” 9분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명상은 끝났지만, 몸이 이완됐다기보다 오히려 각성됐다는 기분이 들었다. 문제는 아마도 진행자가 지적한 ‘애씀’ 때문이었을 거다.

Day 2 하루 주고받은 업무 통화만 19통, 문자 메시지는 11통, 메일은 차마 셀 수 없다. 종일 업무에 시달리다 귀가했을 때 상태는 ‘그로기’에 가까웠다. 자정 뉴스를 마지막으로 텔레비전을 끈 늦은 밤, 거실에 가족과 듬성듬성 누워 ‘이완 보디 스캔’ 명상을 시도했다. 숨을 편히 들이쉬고 내쉬며 발부터 정수리 끝까지 온몸을 이완시키며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이 방법이다. 가장 처음 느껴진 감각은 ‘뜨거움’이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서서히 따뜻해지는 기분을 끝으로 20분 남짓한 명상이 종료됐다. 가족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고, 첫날보다는 어딘가 몽롱했으며 금세 잠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들었다.

Day 3 지난 이틀 동안 진행자가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는 ‘알아차리다’였다. 알아차리다는 것의 의미를 뚜렷이 알 수 없었다. 디지털 앱을 이용한 명상의 한계는 어쩌면 이런 사소한 궁금증을 즉각적으로 물을 수 없다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명상 관련 서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이해한 알아차린다는 것의 핵심은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판단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며 허용하는 태도다. 개념을 이해하자 명상은 한층 탄력을 받았다. 첫날의 478 호흡법을 다시 시도했다.

Day 4 출근하는 버스에서 명상을 시도했다. 지난날의 훈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언제 어디서든 집중이 필요한 순간 명상을 통해 즉각적으로 이를 해소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 하룻동안 처리해야 하는 일을 가만히 정리했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머릿속에선 명상을 하는 도중에도 수십 가지의 생각이 스치지만, 그대로 이를 지켜보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집중해보기로 했다. 늘 똑같은 출근길이었지만 조급했던 마음만큼은 저만치 멀어진 기분이었다.

Day 5 앱을 켜지 않은 하루였다. 한순간에 여러 생각이 마음을 헤집을 땐 걷다가도 호흡에 집중하며 계속해서 고개를 내미는 불편한 마음을 관찰하고,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것을 단지 지켜보고 알아차리기를 반복했다. 명상이란 실은 복잡한 연산으로 얽힌 수행법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며칠에 걸쳐 아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됐다. 명상을 처음 시도한 날엔 막연히 조용한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명상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로 하는 순간 짧게는 30초, 길게는 1시간에 걸쳐 이어갈 수 있다. 첫날 알아차렸던 그대로, 어쩌면 명상마저 지나치게 ‘애써야’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장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일지도 모른다.

지금 주목할 만한 명상 앱 4

미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화된 명상법인 ‘마음챙김’을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한다. 2016년 위즈덤 2.0 코리아 총괄 디렉터 유정은 대표가 론칭했으며, 크게 ‘마보 7일 기초훈련’, ‘주의력 집중훈련’, ‘기분별 마음보기’, ‘상황별 마음보기’, ‘마보에서 온 사연’ 총 5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코끼리 혜민 스님이 진행하는 명상 강연 ‘매일 명상’을 하루에 한 편씩 제공한다. 밤바다, 모닥불, 대나무숲 등 자연 소리를 포함해 오디오 소설, 불안과 우울감을 돌보는 심리 수업 등 총 500여 가지 콘텐츠를 소개한다.

헤드스페이스 전 세계 약 3000만 명의 유저를 보유하며 영어 명상 앱 1위를 달리고 있다. 유저의 명상 기록을 제공해 체계적으로 명상을 계획할 수 있게 도우며 창의성, 집중력 등 특정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특별 명상 세션도 마련됐다.

파도, 폭우, 모닥불 등 명상에 도움을 주는 30가지 이상의 자연의 소리, 매일 업데이트되는 10분 명상 프로그램인 ‘데일리 캄’, 성인들을 위한 베드타임 스토리인 ‘굿나잇 스토리’ 등을 제공한다. 마인드 캔디를 창립한 액턴 스미스가 개발했다.

명상 대신 ‘멍-상’

요가를 배우려면 학원이라는 개념보다 마음과 목적이 맞는 소수가 모인 커뮤니티를 찾아야 했던 시절이 있다. 요가와명 상은 뗄 수 없는 것이지만, 이젠 명상에 방점을 둔 커뮤니티도 우리 시야에 조금씩 들어온다. 남산 자락 아래 소월길에 자리한 ‘왈이의 마음단련 장’은 초록색 대문이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원래는 수업당 2시간씩 최대 8명 규모로 명상 수업을 운영했는데, 얼마 전부터 기존에 일부 진행하던 온라인 수업 형태로10 0% 전환했다. 이곳은 ‘밀레니얼의 마음 헬스장’이라고 스스로 소개한다. 이용자의 99%가 밀레니얼 세대다. 어렵게 느끼기 쉬운 명상에서 획 하나 덜어낸 만큼 가볍고 엉뚱한 ‘멍-상’을 제안하는 발상 이 유쾌하다. 최근 서울시가 주최한 <청년 마음건강 랜선 박람회> 참여를 비롯해 오디오 클립으로 가벼운 명상 콘텐츠를 제공 중이기도 한 왈이의 마음단 련장 노영은 공동대표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당신은 어떤 이력을 가진 사람인가? 2016년 조선일보 미디어전략팀에 입사했는데, 기대가 너무 컸는지 회사 생활이 전혀 즐겁지 않았다. 무 엇보다 출근길의 내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발견하고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재 왈이의 마음단련장 공동대표인 당시 회사 동료와 작당을 꾸렸다. 서로 책을 읽고 좋아하는 문장을 주고 받던 취미에서 착안해, 아침 8시마다 여러 사람에게 힘이 나는 문장을 배달하는 서비스 ‘왈’을 만들었다. 그 콘텐츠가 입소문 나며 퍼졌고, 본업보다 의미 있는 일로 자리 잡으면서 퇴사 후 준비 기간을 거쳐 왈 이의 마음단련장을 만들었다.

명상에 빠져들기까지, 어떤 계기와 변화를 겪었나? 일과 개인사 등 여러 힘든 상황을 거치면서 도저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정신과를 찾았다. 심리상담도 받기 시작했다. 차츰 ‘내가 내 마음을 너무 방치했구나, 마음이라는 건 정말 실재하는구나, 치료할 상황까지 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파지기 전에 운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처럼, 치료보다 예방 차원에서 마음 관리를 하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명상을 하면서 정신과나 심리상담은 결국 누군가에게 기대는 해결책이지만 명상은 내 두 다리로 자립하는 해결책이라고 느꼈다. 고통을 겪을 때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보다 먼저다.

‘멍상’을 위한 핵심적인 방법으로 무엇을 제안하나? ‘숨’을 바라보는 것. 생각보다 쉽다. 숨이 들어올 때 그걸 알아채고, 숨이 나갈 때도 나가는 걸 알고 쉬는 거다. 지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판단하지 말고 그저 바라보는 게 ‘마음챙김’의 기본이다. 주위가 흐트러졌다면 그걸 부드럽게 알아차리는 것 역시 명상의 일부다.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했구나’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우리 삶이 그렇듯, 길을 잃고 길을 되찾는 과정 전체가 명상이다.

웹사이트에 ‘명상에서 종교색을 덜어냈다’는 소개가 있다. 종교색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일까? 명상은 붓다가 개발한 일종의 감각 훈련이다. 세심한 고려 없이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교적인 성격과 혼재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명상의 의학적 효과가 많이 밝혀지고 있다. 수업 때는 과학적, 심리적, 체계적인 면, 그러니까 학술적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해서만 전달하고, 나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너무 신비스러운 것은 최대한 배제한다. 과거 명상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어느 순간 ‘병도 낫게 해준다’ 같은 말을 듣고 놀란 경험이 있다. 명상을 하려면 ‘안전한 환경’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온라인 수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평일 매일 아침 8시와 밤 10시에 줌(Zoom)에서 만난다. 초반 10분 정도 각자 오늘 혹은 현재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이야기한다. 이런 시간을 갖는 이유는 마음을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마음을 열기 위함이다. 누군가 지쳐 있다고 ‘마음 체크인’을 하면 서로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그런 다음 ‘오늘의 멍상’은 뭔지, 왜 준비했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설명한다. 실제 멍상을 이어가는 시간은 15분 가까이 되고, 마지막 5분 정도는 미리 제공한 노트의 포맷에 따라 숨, 몸, 마음의 상태를 체크하는 기록 등을 하며 마무리한다.

온라인으로 명상 수업을 하면 과연 효과적인 명상이 가능할까? 명상은 한 번 진하게 경험하고 마는 이벤트가 아니라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온라인 수업은 자주, 지속적인 터치가 가능해서 좋다. ‘스며들게 한다’는 점에서 온라인이 의외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랜 이용자들에게서 어떤 피드백을 받나? 마음을 돌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를 때, 병원에 갈 일은 아닌 것 같고 심리상담도 좀 무겁게 느껴질 때 명상을 만났다는 이들이 많다. 명상을 어느 정도 경험한 후에는 회사에서 회의하다 답답한 순간에 화를 내거나 꾹 참기만 하는 대신 ‘숨을 한 번 쉰다’는 반응도 들은 적이 있다. 일상 속에서 숨을 기억할 수 있다는 건 명상이 가르쳐주는 중요한 포인트다. 인생이 선택의 연속인데 갈팡질팡만 하지 않고 좀 더 나다운 선택, 주체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선지 ‘퇴사’ 전후 과정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도 꽤 있다.

최근 들어 명상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느끼는가? 1년 전과 비교해도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진 걸 느낀다. 카카오, 토스, 룰루레몬 등의 회사에서도 임직원을 위해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명상은 요가와 비슷한 문화로 자리 잡을 듯하다. 요가를 한다고 하면 특이하게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요가는 흔히 하는 운동의 하나로 인식된다. 요즘 제로 웨이스트, 비건 등의 문화에 대해서도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명상도 그와 비슷한 범주에 있다고 본다.

없는 게 없는 유튜브니까

명상을 둘러싼 다종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추천한다. 궁합 맞는 채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추천 콘텐츠’ 역시 뜰 것이고, 이제 ‘디깅’하며 마음 가는 채널에 정착하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속에서 살짝 ‘명상의 맛’을 보며 탐색하려면 #마음챙김, #마음수련, #mindful#1minutemeditation, #90daysofheartfulness 등의  해시태그를 참고하는 게 좋겠다.

The Chopra Well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로 알려진 인도 출신의 세계적 의학자 디팩 초프라가 운영한다. 아유르베다, 바가바드기 타, 베단타 등 인도 경전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한 ‘가이드 명상 21일’ 플레이리스트가 유명하다.

Jack Kornfield 불교의 명상 수행법을 서구에 소개한 저명한 심리학자 잭 콘필드의 유튜브 채널. ‘마음챙김’에 대한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Soothing Relaxation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면 명상음악 작곡자 페더 헬란드가 운영하는 이 채널을 눈여겨볼 것.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를 4K 화질의 영상과 함께 제공하며, 채널에 업로드된 음악은 아이튠즈에서 다운받을 수도 있다.

요가소년 구독자 33만 명을 보유한 국내 대표적 명상 채널이다. 심신 수양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요가 동작을 시간별, 상황별로 세분해 안내하는 콘텐츠로 유명하다.

마인드풀tv 차크라 명상을 위한 가이드, 명상 수련을 위해 해외로 떠난 경험을 담은 브이로그, 명상에 관한 사소한 궁금증에 답해주는 ‘물어보는 목요일’ 등 다각적인 명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서울시에서는 웹사이트 covid19seoulmind.org 뿐만 아니라 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코로나 블루, 불면, 감염 공포 등 상황에 따른 심리 처방전을 전달하고 있다.

나탐 Natam 영성, 고차원 의식에 관한 국내 젊은 영성가의 채널. 깊은 명상을 추구하며 유체이탈 개념도 낯설지 않은 마니아층이 있으나 명상 입문자에겐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명상과 에어비앤비가 만날 때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뒤바뀐 풍경 중 하나가 있다. 가상으로 여행을 경험하는 ‘온라인 체험’의 증가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도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이용해 전 세계 30여 개국의 호스트가 진행하는 가상 여행 체험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명상도 빠질 수 없다. 일본 오사카시에 거주하는 승려 쿠니아츠는 1시간에 달하는 불교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자신이 승려가 된 이유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하 만트라라는 진언을 낭송하는 만트라 명상을 이어간다. ‘스코틀랜드의 양과 함께하는 명상’ 프로그램은 10명 남짓한 참가자 한 명 한 명에게 스코틀랜드식 이름을 붙여준 헛간의 양들이 곁에 자리하며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전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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