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2021 S/S 디지털 패션위크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뉴 패션쇼 스케치

2020-11-19T15:17:22+00:002020.11.01|FASHION, 트렌드|

리얼 런웨이와 디지털 패션쇼가 뒤섞인 채 치러진 2021 S/S 패션위크. 디자이너들은 형식의 탐구 대신 새로운 포용의 방법을 찾아 관객에 다가가는 데 몰두했다.

 

코로나가 완전히 바꿔놓은 패션쇼 풍경. 서울에서 패션쇼를 지켜보는 일은 물리적으로 뛰어다니는 대신 눈동자와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야 했다. 쇼,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손 세정제, 라이브 스트리밍, 30분짜리 장편 영화, 영상 통화, 이메일 인터뷰 사이를 오가는 포스트 팬덤 패션 산업. 일례로 디자이너들은 백스테이지에서 인터뷰하는 대신 언택트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PRADA

영상 통화의 활용은 디자이너들과 10분간의 백스테이지 인터뷰가 이제 30분간의 심층적인 대화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또한 놀랍기도 하다. 릭 오웬스의 쇼가 베니스에서 생방송으로 방영된 후, 그는 베니스리도에 있는 그의 아파트로 걸어가면서 페이스타임으로 몇몇 매체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그는 과거 베니스의 격리된 역사(전염병으로 수용소를 건설했던), 마스크의 역사, 격리 기간 동안 미첼과 LSD, 환각 버섯을 한 얘기를 풀어놓았다. 인터뷰는 더 이상 요점을 똑바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적이고 카타르시스적 양상을 띤다. 바잘리아도 비슷했다.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 영화는 파리 거리에서 촬영되었는데, 모델들은 그가 늘 주목해온 거리의 보행자처럼선글라스를 쓰고 파리의 밤을 가감 없이 즐겼다. 이에 지난 10년 동안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의상 천지였던 패션위크의 스트리트 스타일에 대해 그에게 물어봐야 했다. “과거 패션쇼장 앞 스트리트 스타일은 아마도 가장 흥미 없고 천박한 거리 스타일일 것이다.” 그는 말했다. “나는 머리에 괴상한 헤드피스를 쓴 사람보다, 낡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단추를 꼼꼼하게 채우고, 벨트를 여민 할머니에게 훨씬 더 관심이 간다.”라고 말이다. 런던은 밀레니얼 세대에 가장 뛰어난 접근성을 보여주었다. 디지털 쇼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은 물론 런던패션협회가 새로 론칭한 팟캐스트를 통해 풍성한 콘텐츠를 소개했는데, 찰스 제프리나 파리아 파르자네 같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시리즈도 공개했다. 한편 우리는 미우치아 프라다라프 시몬스가 연합해 Prada.com을 통해 펼친 역사적인 쇼를 스크린 앞에 모여 지켜봐야 했다. 여기서도 통상적인 백스테이지 인터뷰 대신 두 크리에이터의 ‘대화’가 진행됐는데, 미우치아나 라프가 인스타그램에서 신중하게 추려낸 질문에 답하는 오픈 소스 인터뷰였다.

MOSCHINO

BALMAIN

새로운 환경은 기발한 아이디어도 도출해냈다. 모스키노의 제러미 스콧은 작은 쿠튀르 창작 극단인 ‘테아트르 드 라 모드’ 방식을 선택해 관중과 모델을 제작 인형으로 대체한, 완벽하게 사람이 없는 쇼로 SNS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늘 서로의 쇼에 참석했던 나타샤 램지레비, 니콜라 제스키에르, 줄리앙 도세나는 그들이 어떻게 물리적 런웨이를 실행할 것인지를 두고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프레임을 통해서. 끌로에의 나타샤 램지 레비는 팔레 드 도쿄의 안마당을 점령한 채 그녀의 모델들이 일상의 보행자처럼 행동하면서 건물 바로 주변에 흩어져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들은 결국 디지털 경험을 물리적인 것과 아름답게 융합하면서 런웨이로 나아갔다. LVMH는 지난 15년간 1조원가량을 들여 리모델링한 라 사마리텐 백화점(내년 4월 대대적 개장을 앞둔)을 루이 비통 쇼장으로 사용했다. 그는 관객의 디지털 몰입적 경험을 위해 벽면을 녹색 스크린처럼 칠하고 빔 벤더스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투사했다. 모든 각도에서 디지털 시청자를 겨냥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카메라 쇼의 멋진 예였다. 제스키에르는 “여태 본 적 없는 많은 창과 관점이 열리고 있고 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특별한 사람을 대상으로 쇼를 열어 많은 사람을 소외시켰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창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 기회는 이렇게 활기를 띠었다.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유명 인사를 스크린 프런트로에 정렬시켰다. 비슷한 예로 미우미우, 토즈 등이 있었다. 이런 디지털 쇼에도 계층 구조가 필요했을까. 패션은 여전히 기득권층만을 사랑하는 걸까.

PACO RABANNE

물론 루스테잉의 쇼는 커뮤니티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내가 신체적 접촉을 할 수 없고, 지지를 보내주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창조는 어려울 것”이라며, “스크린에 보이는 모든 에디터들은 오랜 시간 나를 지지해왔다. 디자이너로서 성장과 도전으로 가는 길에 패션 비평은 내게 너무나 중요하다.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 해 아주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파리 패션위크는 포용의 방식을 새롭게 고안하는 것이 큰 주제였다. 닉 나이트와 합작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두 번째 장편 영화는 패션 필름을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았다. 이 작품은 40분간의 황홀한 무빙 콜라주였는데, 탱고를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단편 영화와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갈리아노는 시즌제 팟캐스트에 출연해 ‘연결성: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것에 대해 얘 기했다. 그는 탱고는 세대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각의 커뮤니티: 소통, 유대감, 기쁨, 축하 등 모든 것이 탱고다. 나는 그것이 지금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바로 이 연결, 상호 의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갈리아노는 집단적인 감정을 포착하고 그것을 드레스 메이킹과 이미지로 번역하는 데 명수다. 그가 우리에게 영화를 선물했다고 말하는 까닭은 패션쇼의 타깃인 관객을 넘어 말 그대로 예술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DIOR

당신은 이 새로운 ‘피지털(Phygital)’ 패션의 풍경을 매개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기묘하고 낯선 감정을 조우할 수 있다. 한편 진부하지만, 실제 런웨이 쇼의 감정적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디올은 3월 이후 처음 연 쇼였는데, 옷들이 휘날리는 것을 본다는 행위가 점점 새삼스러워졌다. 상당히 전통적인 설정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쇼는 락다운 기간에 우리가 옷을 입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선언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패션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제는 자신과의 내적 관계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편안한 옷에 대한 접근은 에르메스의 나데주 바니-시뷸스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소 전통적 형식이기도 한 그녀의 쇼는 촉감에 대한 갈망을 표현했고, 디자이너의 미학적 터치를 입고 관능적인 아름다움까지 품었다. “나는 만지는 환상을 원했다. 어떻게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무대 뒤에서 그녀가 말했다.

CHANEL

파리 패션위크 마지막 날 샤넬 쇼에서 떠오른 단어 역시 판타지였다. 버지니 비아르는 할리우드 간판을 모티프로 한 실물 크기의 샤넬 간판을 세우고, 수년 동안 이 하우스를 위해 뮤즈 역할을 해온 여배우들에게 그녀의 컬렉션을 바쳤다. 샤넬의 패션 사장인 브루노 파블로프스키는 유행병 시대에 이런 쇼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늘날 쇼를 기획하는 것은 꽤 난망한 일이므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신해야 열 수 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런웨이 형식에 대한 그의 궁극적인 신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컬렉션은 쇼에 관한 것이다. 컬렉션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방법이며, 그것이 오늘날 패션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럽의 빅 하우스가 전통 패션쇼를 고수하는 한은 디지털 형식을 두고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디자이너들은 위기의 시간 속에서 관중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패션의 현대적인 기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