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A While (세븐틴 에스쿱스, 원우, 민규, 버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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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민규가 입은 ‘The Dancing Kids’ 후디는 Celine, 팬츠는 Ashish, 스니커즈는 Saint Laurent 제품. 오른쪽 원우가 입은 스팽글 소재 점퍼와 팬츠는 Ashish, 부츠는 Celine 제품.

세븐틴은 여러모로 신기한 그룹이다. 13명이라는 대규모 멤버. 힙합팀, 보컬팀, 퍼포먼스팀 세 유닛이 합쳐 하나가 된다는 그룹명. 멤버 대부분이 프로듀싱, 랩 메이킹, 안무를 직접 만드는 가내수공업형 아이돌이라는 점. 수년간 13명이 큰 다툼 없이 좋은 밸런스를 유지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세븐틴이 데뷔한 지 2000일이 다 되어간다. 그간 정규 앨범 3장, 미니 앨범 7장, 수많은 믹스테이프가 세븐틴의 이름으로 나왔다. 지난 6월에 발표한 미니 앨범 7집 <헹가래>는 초동 109만 장을 팔아 치우며 밀리언셀러를 기록, 초동 100만 장을 달성한 국내 역대 두 번째 보이그룹이 되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린 이들이 ‘잠시 쉬어 간다’는 의미의 스페셜 앨범 <세미콜론; [Semicolon]>을 10월 19일 발매한다. 세븐틴의 ‘힙합팀’인 에스쿱스, 원우, 민규, 버논을 만났다. 그들이 전할 메시지처럼 잠시 쉬어 가는 느낌으로 편하게.

왼쪽부터 | 버논이 입은 라이더 재킷, 안에 입은 셔츠, 팬츠, 구두는 모두 Celine 제품. 원우가 입은 벨벳 소재 슈트, 안에 입은 블라우스는 Celine 제품. 민규가 입은 실크 소재 프린트 셔츠, 팬츠, 구두는 모두 Celine 제품, 스팽글 재킷은 에디터 소장품. 에스쿱스가 입은 스팽글 장식 니트, 에나멜 소재 팬츠, 부츠는 모두 Saint Laurent 제품, 가죽 재킷은 에디터 소장품.

더블유 11월호가 발행될 즈음이면 스페셜 앨범이 막 나온 직후겠다. 작업은 순조롭게 마무리 중인가?

에스쿱스 준비는 다 끝났고 마스터링이나 안무를 맞추는 등 막바지 작업 중이다.

민규 완성된 앨범을 숙성시키는 2주 정도의 시간. 이 과정에서 진짜 우리 것이 되더라.

‘앨범을 숙성시킨다’라. 뭔가 철학적이고 오묘하다. 이번 앨범은 깊은 맛이 날 것 같다.

민규 곡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우리 것이 되는 게 아니니까. 각자의 생각이 섞이는 시간도 필요하다. 물론 지금 바로 무대에 올라가도 손색없긴 하지만(웃음). 사실 지금부터는 디테일 싸움이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역시 수면과의 싸움인가?

원우 멤버 우지를 필두로 작곡, 작사, 안무에 모두가 참여한다. 오래 걸리고 안무를 짜는 것도 쉽지 않다.

민규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부담, 전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런 것들이 원동력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에스쿱스 무엇보다 전 앨범 <헹가래>의 반응이 좋았으니 그만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가 제일 고민이다.

민규가 입은 퍼 코트는 Celine, 퍼 소재 모자는 irineisgood 제품.

지난 미니 앨범 <헹가래>는 선주문량 106만 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데뷔 이후 첫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이번에도 기록을 세울까?

원우 앨범 판매량보다 우리의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게 우선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들어야 그만큼 메시지가 전달이 되겠지만(웃음).

에스쿱스 이번 앨범을 계기로 새로운 기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미콜론(‘;’)은 문장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갈 경우에 쓰는 문장 부호다. 세븐틴에게는 어떤 의미의 앨범명인가?

원우 벌써 6년 차,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두가 한 번 숨 고르기를 한 기분이지만 또 다른 것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민규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앨범일 뿐, 우리가 이 앨범을 만들면서 쉬겠다는 건 아니다(웃음).

버논 청취자가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면 그 반대쪽은 그렇지 못한 게 당연하다. 세상이 그렇다. 우리가 이렇게 편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 누군가의 고된 노력이 있는 것처럼.

앨범에 응원의 메시지를 담곤 하는데 반대로 본인에게 ‘잘 하고 있어, 힘내!’라고 말해본 적은?

민규 앨범을 준비할 때 가장 우선으로 두는 화두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다. 5년 전의 세븐틴이라면 이렇게 ‘쉬자’는 이야기를 못했을 거다.

앨범이 나온 이후에 어떤 기사들이 나왔으면 좋겠나?

에스쿱스 ‘삶은 세븐틴처럼.’

버논 ‘우린 세븐틴처럼 살고 있나?’(웃음)

에스쿱스가 입은 후디는 Balenciaga 제품.

뮤직비디오 티저에서 맥주잔을 부딪치는 장면 등을 보니 촬영 때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 같다.

민규 그렇게 맥주잔을 부딪치는 장면에서 각자 앉아 있는 의자의 높낮이가 달랐다. 잔을 부딪히면서 아래에 있던 친구들이 맥주를 뒤집어썼다. 어쩔 수 없었다. 실감 나게 해야지! 청춘인데!

에스쿱스 뒤집어쓴 사람 중 한 명이 나다(웃음).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도 온몸에서 맥주 냄새가 났다. 난 술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

뮤직비디오에 초대장이 등장하던데, 거기 적힌 문구가 ‘Work Hard, Play Hard, Rest Hard(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쉬어라)’다. 문구처럼 세븐틴도 뭐든 열심히 하고 있나?

에스쿱스 우린 뭐든지 하드(hard) 하다(웃음).

원우 세븐틴의 5년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다. 우린 놀 때도 확실하게 논다(웃음).

민규 놀러 가서도 2시부터 4시까지는 공놀이. 4시부터는 식사. 이렇게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

민규가 입은 스웨이드 코트는 텍사스 오리지널 알렌스 Allens Boots, 헬맷은 Deus by Worksout 제품.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며 이제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가 됐겠다.

버논 사람은 누구나 컨디션이 좋고 나쁠 때가 있다. 컨디션이 좋은 친구들은 신나게 떠든다. 컨디션이 안 좋은 멤버는 옆에서 ‘하… 너무 시끄럽네’ 풀이 죽어 있는데 다음 날 보면 그 친구가 제일 시끄럽다. 그래서 서로 ‘시끄럽다’라는 말을 함부로 못한다.

에스쿱스 언젠가는 내가 제일 시끄러울 수 있다는 걸 아는 거지.

민규 형들을 15세에 만나 지금까지 거의 10년을 함께했다. 이 정도면 가족만큼이나 오래 본 사이다. 플레디스와 함께한 지도 벌써 10년 차가 됐다. 회사에서도 서너 분 빼고는 다 우리 뒤에 들어왔다. (옆의 매니저를 보며) 그러고 보니 다들 우리보다 후배다(웃음).

버논이 입은 셔츠, 팬츠, 지브라 패턴 퍼 코트는 모두 Saint Laurent 제품.

멤버가 13명인 탓에 여전히 버거운 것이 있다면?

에스쿱스 우리가 한 번에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많지 않다는 점(웃음).

민규 대기실을 쓰는 건 여전히 힘들다. 음악 방송에 가면 스태프까지 40명 정도가 한 대기실을 쓴다. 이 인원이면 학교 교실도 좁다. 몇몇은 밖으로 나가거나 복도에 앉고 몇몇은 차로 간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불을 깔고 잘 자는 멤버가 있다.

에스쿱스 정한이!

버논 모 아니면 도다. 정한이 옆에 있으면 편한 자리를 얻거나 혹은 뺏기거나(웃음).

연습생 시절에는 13명이 한 숙소에 있다가, 지금은 집 3채에 멤버들이 나눠 살며 각자 독방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세븐틴 숙소의 풍경이 궁금하다.

에스쿱스 의외로 고요하다. 개인 스케줄이 많아져서 누가 나간지도 모르게 조용히 나간다. 예전처럼 시끌벅적하진 않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느낌.

에스쿱스 예전에 비해 대용량 샴푸를 쓰는 속도, 빨래도 많이 줄었다.

원우 다른 멤버들은 다 각방을 쓰는데 나랑 민규만 한방을 쓴다. 우린 방도 차도 뭐든지 게임으로 정하는데 2년 전에 방을 정할 때 가위바위보를 했다. 가위바위보 한 번에 2년 동안 좁게 살고 있다(웃음).

왼쪽 버논이 입은 셔츠, 지브라 패턴 퍼 코트는 Saint Laurent 제품.
오른쪽 에스쿱스가 입은 지브라 패턴의 재킷과
팬츠는 Beafraid by Worksout, 안에 입은 민소매
티셔츠는 Marc by Marc Jacobs 제품.

아직도 조율이 어려운 분야가 있나?

에스쿱스 아무래도 음식 메뉴. 예전에는 통일해서 먹었다면 지금은 각자 먹고 싶은 걸 따로 시킨다.

버논 김밥, 샐러드는 늘 여유있게 시키는 편이고.

민규 고기, 삼겹살, 닭고기, 찌개도 빠지지 않는다. 아, 늘 ‘짜글이’를 시키는 멤버가 있다.

에스쿱스 정한이가 정말 좋아한다. ‘짜글이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웃음).

세븐틴이 5년간 하나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민규 대화. 데뷔 초에는 하루에 한 번 모여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벅찬 스케줄, 극도의 피로를 경험한 것도 처음이니 모두가 예민해졌다.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원우 연습생 시절, 규율이 엄격했던 것도 한몫했다. 일주일 먼저 들어오면 선배다(웃음). 그때는 아직 팀이 정해지기 전이니 ‘너 그런 식으로 하면 데뷔 못한다’고 쓴소리도 많이 했다.

에스쿱스 막내 디노가 잘해줬다. 형이 열두 명이나 있으니 그 자체로도 힘들 텐데 나서서 대화를 주도한다거나 표현도 많이 한다. 덕분에 늘 분위기가 좋다.

왼쪽 에스쿱스가 입은 지브라 패턴의 재킷과 팬츠는 Beafraid by Worksout, 오른쪽 원우가 입은 퍼 코트, 셔츠, 팬츠는 모두 Celine 제품.

원우는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성격에 ‘전늘보’라는 별명이 붙은 만큼 행동이 느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활발해서 깜짝 놀랐다.

원우 멤버들 덕에 긍정적으로 변했다. 행동이 느리기보다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안 쓰는 편이다(웃음). 느림의 미학도 있다. 확실히 에너지 소모가 적으니 다른 멤버들보다 체력이 좋다.

에스쿱스는 5년간 리더로서 13명이라는 인원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었나?

에스쿱스 난 끌려가는 편이다. 그 안에서 나 자신만 리더라는 걸 잊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 어차피 나도 세븐틴 멤버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니까.

버논 세븐틴은 각자 한 명씩 의견을 내고 다수가 납득이 가는 방향으로 따른다. 때로는 누구나 리더가 될 수도 있고, 그 안에서 에스쿱스 형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리더로서 이점이 있다면?

에스쿱스 자기소개할 때 편하다(웃음). 별다른 수식어 없이 ‘세븐틴의 리더 에스쿱스입니다’라고 하면 되니까.

버논 맞다. 제일 부러웠던 부분이다.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든 쥐어짜서 ‘세븐틴의 OO를 맡고 있는 누구’라고 소개를 했거든.

버논이 입은 코팅 가죽 재킷은 John Lawrence Sullivan by Worksout, 터틀넥은 랑방, 부츠는 보테가 베네타, 헬맷은 Deus by Worksout 제품, 가죽 팬츠는 에디터 소장품.

세븐틴 내에서 힙합팀이 가진 차별성은?

원우 자유로움?

민규 비주얼(웃음)?

모두 짝짝짝(웃으며 동의하는 박수)!

각자가 털어놓는 힙합팀 멤버들의 소소한 TMI는 없을까?

에스쿱스 버논은 애교가 늘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애교, 대체 어디서 배웠어?

버논 만화책에서(웃음). 에스쿱스 형은 요즘 골프에 빠졌다. 시도 때도 없이 골프 스윙 연습을 한다.

민규 원우 형은 최근에 태닝을 했고.

원우 민규는 운동하면 근육이 잘 붙는다. 남들 3번 운동할 때 민규는 1번만 해도 그만큼의 성과가 난다.

원우가 입은 스팽글 소재 점퍼와 팬츠는 Ashish 제품.

오, 그렇다면 세븐틴 멤버 중 3대 운동(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쾃)을 제일 잘하는 멤버는?

버논 안 그래도 최근에 측정했는데 나, 민규 형, 우지 형이 비슷했다. 세 명 다 300kg 정도 들었다. 확실히 우지 형이 힘이 좋다. 자세도 안정적이고 무게도 5~10kg 정도 더 들더라.

마지막으로 세븐틴, 어떤 그룹이 되고 싶나?

에스쿱스 간단하다. 오래가는 그룹.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 선택이니까 존중하겠지만 계속 같이 가고 싶고 그렇게 되도록 이끌 거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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