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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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Felipe Oliveira Baptista)는 겐조 하우스의 위대한 유산과 자신만의 확고한 미학적 신념을 바탕으로 겐조의 새로운 장을 써가는 중이다.

Felipe Oliveira Baptista

인터뷰하게 되어서 영광이고, 반갑다. 먼저 지금 이 혼란스럽고 전례 없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Felipe Oliveira Baptista) 매우 흥미롭고 기묘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정말 온전히 팬데믹 상황에 지배되어 지낸다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이미 일과 생활에서 취해야 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2021년 런웨이 컬렉션 작업을 시작했다. 나 역시 우리가 겪고 경험한 세상의 연약함, 그리고 우리 모두가 맞닥뜨린 두려움과 불안감 등에 시달렸다. 다만 어떻게 하면 이것을 삶과 패션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접근으로 바꿀 수 있는지 찾고 싶었다.

다행히도 2020 F/W 컬렉션은 무사히 치렀다. 겐조에서의 첫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먼저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겐조를 이해하기 바랐나? 겐조처럼 풍부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지닌 헤리티지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비전과 흥미로운 반전을 선사하는 것 은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겐조는 늘 민주적이었으며, 모두를 위한 브랜드라는 정체성이 분명하다.

겐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후 가장 먼저 했던 작업은 무엇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첫걸음을 뗀다는 사실은 하우스 역사에 새로운 챕터를 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로고를 재검토하고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호랑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색상과 그래픽, 그리고 실루엣에 대한 다른 접근 방식과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소 디자인 영감은 어디에서 받는가? 우선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이 있다. 개방적이고 확장성이 뛰어나달까. 사물의 감춰진 면모에까지 시선을 가져간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음악을 듣거나 사람들이 거리에서 어떻게 옷을 입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핀다. 누군가의 뒤뜰에 있는 쓰레기의 색깔 같은 것마저 내게는 예술적으로 보인다. 아이디어가 어디서 오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단지 아이디어와 미학적 개념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겐조의 디자이너로 임명됐을 때 모두가 당신의 예술적 심미안을 높게 평가했다. 첫 쇼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국립 청각 장애 아동원 정원에 설치된 플라스틱 텐트도 인상적이었다. 이 설치 작품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나? 그 플라스틱 텐트는 모듈식 오브젝트로 제작되었다. 우리는 이 세트가 나중에 새로운 오브젝트로 변형될 수 있도록 리사이클링에 신경 썼다.

2020 F/W KENZO

2020 F/W KENZO

2020 F/W KENZO

2020 F/W KENZO

2020 F/W KENZO

2020 F/W KENZO

2020 F/W KENZO

공개된 컬렉션은 마치 다카다 겐조와 당신의 절묘한 하모니처럼 보였다. 2020 F/W 컬렉션은 어떤 주제 아래 풀어갔는지? 겐조의 역사와 나 자신의 역사가 조우하는 것, 그것이 산출해내는 표정이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문화적, 지리적인 부분을 섞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Going Places’라고 주제를 잡아 컬렉션을 준비했다. 상이한 것들이 만나 하나의 실루엣, 하나의 외모, 하나의 느낌으로 크게 혼합된 것이 되기를 바랐다.

당대 가장 위대한 포르투갈 예술가로 꼽히는 줄리우 포마르(Julio Pomar)가 그린 호랑이 그림이 콜라주로 인쇄된 드레스, 겐조의 아카이브에서 비롯한 아이디어가 현대적인 룩에 담긴것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줄리우 포마르는 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의 작품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작년에 리스본에 있을 때 호랑이와 어우러진 그의 작품을 우연히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겐조를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내가 하게 된다면, 첫 런웨이 쇼에서 ‘포르투갈 아티스트의 호랑이’를 선보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틸리티 룩에서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면모가, 부드럽고도 웅장한 실루엣, 모던한 색 조합에서는 당신의 미학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더라. 각각의 피스는 리버시블이거나 아니면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이해하기 쉽고 읽어내기 쉬우며 쉽게 분리해 다른 것과 결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집중했다.

추상 작품을 보는 듯한 꽃무늬와 유틸리티 룩의 조합에서는 우아함이 느껴졌다. 프린트를 다루는 데 있어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아카이브 프린트를 활용한 것은 하우스의 전통에 경의를 표하는 의도가 들어가 있다. 아카이브 속 말 프린트를 활용하여 카무플라주 프린트와 섞어 2020년 식의 리믹스를 주려고 했고, 플라워 프린트와 카무플라주의 조합 또한 마찬가지다. 아카이브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해 새로움을 주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당신의 첫 컬렉션 발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무엇이었나? 전반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것은 아마도 다카다 겐조의 칭찬일 것이다. 그가 좋아하고 감사하는 것은 나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당신이 만든 겐조는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가? 대담함, 자연스러움 그리고 감정에 충실한 표현.

코로나19를 겪으며 사람들은 새로운 표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표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패션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이번 팬데믹이 패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수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는 조금 덜하고, 조금 더 잘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젊은 생각을 유지하고 깨어 있기 위해 당신이 하는 노력은 무엇인가? 늘 호기심을 잃지 않을 것,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다. 겪어본 적 없는 낯선 어둠의 시대지만 긍정과 창의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포르투갈 예술가 줄리우 포마르의 프린트가 인상적인 튜닉 스타일 드레스와 커다란 챙이 달린 모자는 겐조 제품.

수민이 입은 호랑이 패턴 니트와 넥워머, 가죽 팬츠와 슈즈, 박희정이 입은 회색 후디 니트, 코듀로이 소재의 스커트, 포켓 가죽 벨트백과 부츠, 커다란 챙이 달린 모자는 모두 겐조 제품.

견고한 가죽 코트와 얼굴을 가리는 큼직한 모자는 겐조 제품.

갈색 롱 코트와 안에 입은 더블 재킷, 포켓 장식 가죽 팬츠와 부츠, 케이프 장식 모자는 모두 겐조 제품.

패션 에디터
김신
포토그래퍼
KARIM SADLI(Portrait), 김지양
모델
박희정, 수민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오가영
주니어 에디터
허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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