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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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막스마라가 새롭게 선보인 캡슐 컬렉션 ‘리파인드(Re-Find)’. 그 중심에 선 관록 있는 에디터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신다 체임버(Lucinda Chambers)를 만났다.

2020 F/W 시즌에 위크엔드 막스마라와 협업해 선보인 리파인드 컬렉션의 타이틀, 즉 리파인드(Re-Find)가 내포하는 의미를 알고 싶다.

Lucinda Chambers 위크엔드 막스마라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직물을 재활용한 컬렉션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컬렉션이 그 자체로 완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컬렉션의 모든 의상이 아름다운 퍼즐처럼 잘 어우러지는 동시에 구매자의 모든 필요를 단 하나의 캡슐 컬렉션에 담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아이템이든 다채로운 방식으로 믹스해 스타일링이 가능한 완벽한 퀼트 코트와 아름다운 프린트의 드레스, 팬츠, 셔츠 등을 디자인했다. 리파인드(Re-Find)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이 완벽한 옷장을 재발견(refind)했으면 하는 나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라며.

지난 2월, 밀란 패션위크 기간에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직접 컬렉션을 선보이며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스타일링을 언급한 부분이 떠오른다. 리파인드 컬렉션의 매력에 대해 더 소개해달라.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실용성’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두루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특정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든 소화할 수 있다. 의상 각각의 특징을 살리면 서 동시에 원하는 대로 맞춰 즐길 수 있다. 사람이 옷을 입는 것이지, 옷이 사람을 입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말이다. 서로 어우러지게끔 디자인되었지만, 하나씩 놓고 보면 옷장의 필수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탤리언 브랜드 막스마라에 영국 출신인 당신이 담아낸 브리티시 스피릿이 잘 어우러진다. 요즘 영국과 이탈리아가 공유하는 가치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결론은 품질과 색감, 프린트에 대한 애정, 그리고 전통에 약간의 변주를 가미하는 요소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브랜드 콜빌(Colville)과 글로벌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콜라쥬리(Collagerie)의 공동 창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은 오랜 시간 유명 패션지의 디렉터로 활약하며 하이패션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왔다. 당신의 탁월한 안목과 혜안을 통해 이번 리파인드 컬렉션에 어떠한 시각을 담았는지 궁금하다. 내가 콜빌과 콜라쥬리에서 일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비자가 얼마나 많이 구매하느냐가 아니라, 구입한 의상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느냐다. 이번 컬렉션 이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컬렉션에 포함된 의상들 모두 내가 실제로 몇 년이고 아끼며 입고 싶은 것들이니까. 이 옷들이 이제 당신의 삶에도 오랜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막스마라와 함께한 이번 컬렉션의 특징을 세 가지 키워드로 이야기한다면? 기쁨을 주는(Joyous), 실용적인 (Practical), 그리고 시크한(Chic)!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의 룩과 어우러진 매혹적인 컬러 팔레트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패션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컬러 매치가 아닐까 싶은데, 리파인드 컬렉션을 활용하는 당신만의 컬러 스타일링 노하우가 있다면? 균형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항상 중립적인 색상에서 시작해 색을 더해간다. 이번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좋아하는 카키나 네이비 같은 기본 색상을 중심에 두고 여기에 강렬한 색채를 더해 개성과 생동감을 부여하는 식이다. 편안한 면 소재 셔츠에는 휴가철이 떠오르는 쨍하고 선명한 블루를 사용했고, 흐릿한 겨자색과 선명한 붉은색 을 함께 사용한 프린트를 통해 다른 의상과 잘 어울리면서도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주는 옷도 만들었다. 블랭킷 코트에 사용된 고급스러운 크림색도 눈여겨볼 만한 색상 중 하나다.

유니크한 액세서리도 눈길을 끈다. 맥시 버전으로 선보이는 막스마라의 아이코닉한 파스티치노 백, 프린트 스카프, 모자 등의 아이템을 이번 컬렉션과 어떻게 매치하면 좋을까? 일상의 사물을 새로운 곳에 배치해 색다른 느낌을 시도해볼 것. 일례로 액세서리를 통해서 새로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는데, 이 작업은 마치 선물과도 같다. 빈티지 벨트를 매치하는 것만으로도 크림 색 캔버스 팬츠의 느낌이 달라지듯, 흰 셔츠 위에 수년 전에 사놓고도 방치한 조개 목걸이를 걸치면 밋밋했던 셔츠가 개성 있게 변신한다. 이처럼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주얼리와 벨트 같은 액세서리가 유용하다.

당신과 톱모델 카렌 엘슨이 만나 완성한 비주얼 작업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와의 작업 과정과 그 비주얼 아이디어에 대해 소개해달라. 카렌과 여러 번 함께 작업을 했는데, 매번 큰 기쁨이었다. 그리고 이번 컬렉션 의상을 입을 그녀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내 예상대로 그녀의 아이코닉한 붉은 헤어가 리파인드 컬렉션 의상과 매우 잘 어울렸고, 모든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카렌은 위크엔드 막스마라 초창기 캠페인을 함께한 모델이기도 하다. 브랜드에 잘 어울리는 모델과 리파인드 컬렉션을 함께한다는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눈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어 우리가 옷을 입는 방식 역시도 ‘지속 가능한’ 형태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의 옷 입기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듣고 싶다. 우리 모두가 이번에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이제 삶에 불필요한 것이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떠나보내고, 팬데믹을 통해 배운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목적 의식이 있는 옷을 입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창조하고 생산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관 건이다.

패션을 사랑하는 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평생 사랑할 수 있는 완벽한 옷장’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추천하는, 옷장 속의 모던 클래식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을 아이템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컬렉션에도 모던 클래식이라 할 만한 핵심 아이템이 몇 가지 있다. 특히 이번 위크엔드 막스마라 리파인드에서는 트렌치코트를 재미있게 변주한 작은 트렌치 재킷을 선보였다. 이 아이템들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클래식으로 남을 것들이다. 빳빳한 흰 셔츠, 트렌치코트, 울 소재의 오버사이즈 스웨터, 금빛 슈즈, 갈색 백, 검정 가죽 벨트, 후프 귀고리, 매니시한 커팅의 팬츠 등 무척 많다. 이 모든 아이템들이 나의 모던 클래식 리스트에 있는 것들인데, 물론 여러분의 옷장에도 해당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사진
COURTESY OF WEEKEND MAXM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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