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진심인 동네 책방 2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제주도에 진심인 동네 책방 2

2020-08-24T23:40:45+00:002020.08.24|FEATURE, 컬처|

들러보면 좋을 제주의 작은 책방 2곳

제주의 올레길은 걷기 좋은 길들을 선정하여 개발한 도보여행 코스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제주의 풍경을 마주하는데, 그 중 만날 수 있는 서점 두 곳을 소개한다. 이 두 서점은 작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마음의 풍요는 전혀 소소하지 않다. 단순한 종이 조각 같지만 온 우주가 담겨있는 책처럼.

미래책방

올레길 17코스를 걷다 보면 미래 책방을 만날 수 있다. 이 서점은 건물의 외관부터 독특한데, ‘수화 식당’이라는 낡은 간판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

깔끔하게 매만진 건물 일부분에 옛 것을 그대로 살린 점주의 감성과 감각이 묻어난다.

이 서점에서는 환경에 대한 책 혹은 차별과 혐오를 걸러내는 마음의 필터 같은 책들을 팔기도 하고, 지역 예술가 및 소상공인들과 함께 다양한 협업을 펼치기도 한다.

책방 한구석에서 판매하는 에코백이나 파우치, 패브릭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점주가 새로 들인 책이나 새롭게 진행하는 협업 프로젝트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책방 면면만큼이나 점주의 취향과 깨어있는 의식을 느낄 수 있다.

카페 책자국

카페 책자국은 제주도 동쪽의 종달리 해변 근처에 위치해 있다. 올레길 21코스를 따라 지미봉을 트레킹 한 후 내려와 목마르다고 생각할 때쯤, 카페 책자국이 나온다. 카페 겸 서점인 이 곳의 가장 큰 특징은 점주가 직접 읽어보고 쓴 후기가 각 책마다 책갈피로 꽂혀있다는 것. 본인이 재미있다고 느낀 페이지도 덤처럼 적어둔다. 다만, 책을 테이블에서 읽을 수는 없으니 구매를 결정한 책만 가져와 읽도록 하자.

대신 유럽 가정집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테이블에서 누구나 앉아 자신만의 글씨체로 책을 필사할 수 있다.

한 편, 각각의 테이블에는 방명록이 놓여있어 이 곳을 들렀다 간 사람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점주는 여기에서 몇 가지 사연을 골라 일주일에 한 번 답장을 쓴다. 이 답장의 이름은 ‘책자국 편지’, 1만원 구독료를 지불하면 누군가의 사연과 그에게 전하는 답장을 1년동안 받을 수 있다. 구독자는 방문시 음료 1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서점 곳곳에서 점주의 따뜻한 마음이 듬뿍 느껴진다.

동네의 작은 책방들은 특별하다. 다양한 문화와 취향을 사랑하는 점주의 큐레이션이 묻어난, 이른바 ‘책 전시방’이기도 하다.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감이다. 이렇게 소소함을 사랑하는 작은 서점들이 연일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서정가제 폐지 이슈 때문이다. 시작은, 책은 언제나 구할 수 있는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를 한 것이었다. 출판계는 이에 즉시 반발했다. 도서 정가제를 폐지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동네 오프라인 서점이 소멸하고, 작은 출판사가 소멸하고, 작가들의 안정적인 집필활동이 어려워져 출판 생태계를 망친다는 주장이다.

미래 책방은 도서 정가제를 동네 책방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라 하고, 카페 책자국은 책은 ‘저렴한’ 가격에 사는 공산품이 아닌, ‘적정한’ 가격에 사야하는 문화상품이라 한다. 책을 단순한 상품인 시장 경제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 공공재로 볼 것인지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