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반가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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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디제이의 멘트처럼, 반가운 위로가 되어줄 에세이 두 권.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 매일 아침 6시면 믿고 봐도 좋은 작가의 글이 어느 메일함으로 배송됐다. ‘책장위고양이’라는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를 구독한 이들의 메일함이었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웅진지식하우스)는 그때 작가들이 연재한 63편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 7명은 일주일 동안 돌아가며 한 편의 글을 ‘마감’했고, 교환일기 쓰듯 서로 주제를 던지기도 했다. 그래선지 한 작가의 독립된 세계인 각각의 글 사이사이에 작가끼리 보내는 모종의 신호가 숨어 있는 기분이다. 저마다 고양이, 작가, 친구, 방, 뿌팟퐁커리, 비, 결혼, 커피라는 소재를 가져와 개성대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책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헷갈리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은근하게 웃게 만들거나 다정한 사람이라 느끼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긴 노트처럼 생긴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책읽는수요일)의 목차에는 ‘산책’이 수두룩하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산책’, ‘(비 오는 날의) 산책’, ‘(비밀스러운) 산책’, ‘(좋아한다고 말하기 위해) 산책’ ‘(아빠와) 산책’ 등등. 그러나 진지한 산책 예찬론은 아니다. 작가가 유독 슬프게 걷던 나날의 이야기와 단상, 혹은 좋아하는 이와 단둘이 어디로든 걸었던 이야기 등 덤덤하지만 내밀한 고백이 흐른다. 젠틀몬스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박선아는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적이 있다. “아끼는 이가 전해주는 말은 힘이 세다”는 문장에서 잠시 멈추고, 각자의 ‘그 사람’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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