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는 청춘 (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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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은 잘할 줄 아는 일이 별로 없다고 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 쭉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이만하면 축복받은 청춘이다. 지금은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물을 촬영하고 있다.

재킷과 팬츠, 레오퍼드 패턴 셔츠, 벨트와 타이는 모두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방영 예정인 tvN <청춘기록>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요즘 한창 촬영 중인가? 3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사전 제작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모델 출신인 당신이 드라마에서도 박보검과 함께 모델 출신 배우로 나온다. 예전에 하명희 작가의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아주 재밌게 봤는데 그때는 김영광과 성준이 출연했지. 아, 그 드라마를 봤나? 나는 작가님의 <상류사회>도 재밌게 봤다.

개인적으로 하명희 작가의 팬이다. <사랑의 온도>와 <닥터스> 도 좋았고. 하 작가와 미팅할 때 그녀는 당신에게 어떤 질문을 하던가? 일과 관련한 질문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는 질문을 주로 하셨다.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거니까, 어떻게 사는지 일상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연락해 캐릭터에 대해 말씀해주시기도 했고.

주연 배우 셋이 함께 촬영한 포스터 사진을 봤다. 당신과 박보검, 박소담이 햇살 받으며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푸릇한 청춘 느낌이 물씬 나더라. 다 또래들이다. 지켜보니 그들은 어떤 사람 같나? 보검이는 참 섬세하다. 사람을 잘 챙기고, 특히 배려심이 많아서 ‘어쩜 이런 아이가 있지?’ 싶다. 소담이는 털털하고 성격이 좋다. 만나기 전에는 나에 비해 작품 경력이며 인지도며 어마어마한 배우들이라는 생각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다가와줘서 고맙다. 사람마다 개성도 색깔도 다른 법인데, 우리 작품에는 서로 어우러지는 색깔이 모인 것 같다.

검정 셔츠는 지방시, 팬츠는 캘빈클라인 진, 벨트는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목걸이는 불레또 제품.

<청춘기록>에서 당신의 어머니 역으로 신애라가 오랜만에 작품 활동을 한다. 91년생인데, 신애라를 알았나? 어머니는… 선배님은 뭐랄까, 내가 어릴 적부터 ‘자료 화면’ 속의 모습으로 종종 접한 분이다. 예능 정보 프로그램 같은 데서 ‘그때 그 유명 한 드라마의 미녀 배우’, ‘연예계 아름다운 커플’ 식으로 예시가 흐를 때. 그래서 당연히 알고 있었다.

신애라가 최근에 박나래와 무슨 프로그램을 시작했더라. 맥시멀리스트들의 집에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가하시던데… <신박한 정리>! 첫 방송이 6월 29일이었다.

어머니의 예능이라 첫 방송 날짜까지 기억하는 건가? 내가 가족들과 같이 살다가 최근 독립했다. 그런 이야길 하다가 ‘정리 정돈 같은 건 잘하니’ 하면서 그 방송 이야길 해주셨다.

독립이라니, 요즘 낯설고도 설레는 날들이겠다. 어떤 꿈을 안고 독립했나? 아, 나는 그런 건 없다. 집이 파주라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독립한 거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게 좋다. 집 안 정리는 얼추 했는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고, 인테리어나 뭔가를 더 해야지 싶지만 일단 지금은 잠만 열심히 자는 공간으로 쓰는 분위기다.

서른인데 아직도 가족과 함께 사는 게 더 좋나? 집을 나오면서 ‘이제 독립할 나이가 됐으니까’라는 생각을 조금 하긴 했지만… 가족과 함께 지낼 때가 훨씬 마음 편하고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과 살되 가끔 필요할 때 개인적인 공간에서 보낼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 같다. 이제 4개월 정도 됐는데, 좋기도  다가 어느 한순간 아주 싫을 때가 있다. 공허한 기분? 그런 게 찾아올 때 참 별로다.

공허함이나 외로움은 어떻게 견디는 편인가? 요즘엔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서 의식의 흐름대로 보낸다. 유튜브든 영화든 보고 싶은 것 생기면 보고, 먹고 싶은 것 먹고, 누워서 쉬고. 그게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하다.

어깨가 각진 재킷과 안에 입은 실크 셔츠, 팬츠, 벨트, 삭스, 부츠는 모두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제품.

직업과 관련한 것 말고, 뭐 잘하는 일이 있나? 운동이라면 두루두루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뭘 잘하나 생각해보면 그런 게 없다. 나 스스로 웬만한 일은 다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웃음). 그게 내 원동력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부터 키가 크고 인기도 많았나?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일을 업으로 삼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거나. 인기 있는 학생은 아니었다. 키는 늘 평균 이상으로 큰 편이었고, 고등학생 때 지금 이 키 정도가 되었다. 키 크니까 모델을 해보라는 권유를 몇 번 받으면서 모델 일에 조금씩 관심이 생겼다. 다섯 살 위 누나가 아주 잠깐 모델 일을 하면서 내 옷을 골라주기도 했고. 하지만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대학은 연극영화과로 들어갔다.

왜 연기를 선택했나? 어떤 작품을 보고 감명받아서 배우의 꿈 을 키웠다거나 한 건 아니다. 나는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주의다.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즐겁게, 재밌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컸다. 연기를 향한 욕심이 자라면서부터 또 연기가 더욱 재밌다고 느꼈고.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 는 건 축복 같다.

모델 생활을 할 때는 힘든 점이 뭐였나? 스물한 살 때부터 시작 했는데 힘들다는 생각은 크게 안 했다. 뭐 몸이 좀 피곤할 때가 있었지만, 내가 일 욕심이 많다. 하루에 일을 많이 하고 집에 가서 쉴 때 희열을 느낀다(웃음).

꽤 알려진 모델 중에 연기 경험을 몇 번 해본 이의 말로는, 모델도 기가 세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연기자에게 필요한 기는 차원이 좀 다른 것 같다고 하더라. 왜일까? 수십 명의 스태프가 둘러싼 상황에서 자꾸 NG를 냈을 때 특히 느꼈다고 한다. 민망한 마음에 자꾸 멘탈과 집중력이 흐트러지는데, 꿋꿋하고 뻔뻔하게 자기 갈 길을 가야한다고. 글쎄, 그게 기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초기에는 다들 서툴고 깨지기도 하면서 커가는 거 아닐까? 그런 부분 때문에 배우는 기가 더 셀 필요가 있다거나 좀 다른 부류여야 한다고 말하긴 힘든 일 같다. 물론 아무리 즐기면서 한다 해도 일은 일이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거니까 누군가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

모델 일과 연기는 얼마나,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나? 내가 아직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뭔가를 표현한다는 큰 범위에서의 비슷함이 있을 뿐 다른 영역이더라. 모델을 할 때는 워킹, 표정, 분위기 등으로 표현하는 노력을 한다면, 영상에서는 내가 말을 하고 움직이면서 동시에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다른 부분 같다. 사람들 앞에 서서 뭔가를 표현하는 경험을 쌓은 건 물론 연기에 도움이 된다.

패턴 셔츠와 니트 베스트, 팬츠는 모두 프라다 제품.

많은 셀렙과 작업해본 업계의 스태프 중에서 ‘변우석은 잘될 거다’라고 추켜세우는 이들이 있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윤여정의 조카 역할로 연기를 시작했고, 작년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와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을 거치면서 본격적인 연기 생활에 접어들었다. 이제 이 길에 대한 확신은 좀 드나? 때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즐기는 걸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일’이다 보니 즐기기만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 정도가 심할 때는 이게 맞는 걸까 하는 좌절감이 좀 들기도 한다. 그러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점에 어느 정도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이 길을 택하길 잘 했다 싶다. 그럴 때 재미도, 행복도 느끼고.

그 기준점이라는 게 뭔가?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바라는 내 모습, 연기, 태도, 더 포괄적으로는 내 삶까지 다 포함해서 봤을 때 내가 만족하는 정도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보다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가에 더 집중하나? 그렇다. 물론 인정받는다는 기분은 너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인정과 시선보다는 나 자신이 느끼는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아직은, 당연히 연기하는 나에게 만족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변우석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어떤 모습인가? 그려보고 상상하 는 모습이 있긴 하다. 기본적으로는 연기를 잘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사랑도 너무나 하고 싶다. 이 세 가지보다 더 중요한 게 충만한 행복을 느끼는 거다. 행복이란 자기가 지금 맡은 일을 잘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고려할 때 당신이 일로 성공한다면 돈은 따라올 텐데, 사랑은 알 수 없는 문제다. 어떤 상대라면 마음이 끌리겠나? 자 기 일에 프로페셔널한 사람. 그런 거 정말 매력적이다.

꿈꾸는 로맨스가 있나?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둘이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한 것. 그게 정말 사랑 아닐까? 그런 사랑을 해보기도 했고, 그래서 그 행복감을 알기 때문에 여전히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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