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의 새로운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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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만 취급할 것 같은 소더비에서 ‘에어 조던 1’이 경매에 올라 팔렸다. 낙찰가가 무려 56만 달러, 한화로 약 6억7천만원이다.

만약 당신이 새로운 스니커즈를 구입하기를 망설이고 있다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말, 마이클 조던의 친필 사인이 있는 1985년의 에어 조던 156만 달러에 낙찰된 것. 이 사건은 유서 깊은 경매 회사들이 이미 패션, 특히 스트리트 패션을 주목해왔고, 그 시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을 방증한다. 크리스티, 소더비, 본햄 등은 명품백 부서를 신설했고, 스케이트보드를 피카소의 작품처럼 다룬다. 최근 소더비에서 기록을 경신한 스니커즈 두 켤레를 판매한 이력이 있는 미국의 수집가 조던 겔러는 “스니커즈는 현대 문화사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지난 20년간, 스포츠와 예술, 영화와 음악에 이르는 문화 현상에서 운동화는 큰 축을 차지했다”라며 스니커즈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얘기했다.

오는 7월, 명품백 경매를 앞둔 본햄의 주요 판매 목록은 2018 년 버질 아블로가 디자인한 루이 비통 백, 2019년 에르메스 버킨백 등이다. 본햄의 명품백 부서 책임자 메그 랜델은 이런 수요의 배경으로 두 가지 요인을 든다. “입찰자들은 새로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을 원한다. 예를 들어, 이제는 에르메스 부티크에서 버킨백을 쉽게 살 수 없다. 에르메스에서 패션 하우스의 친구들을 위해서만 대기자 명단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2차 시장에서 더 싼 가방이나 과거의 가방을 찾는다. 인스타그램에서 펜디 바게트백 같은 2000년대 잇백을 많이 볼 수 있지 않나? 인플루언서를 위한 큰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패션 아카이브가 있는 런던 박물관 V&A의 현대 패션 섬유 큐레이터인 오리올 컬런은 “패션의 풍경은 지난 20년간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패션이 어떤 것이 될 수 있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문지기들이 있었지만 이제 모두 사라졌다.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패션 민주화로 가는 길에 서 있다.” 지난 몇 년간, 패션 매거진에서 스니커즈에 대해 이렇게 열변을 토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는 경계가 사라진 걸작의 새로운 정의이며, 누군가에는 새로운 투자의 기회이기도, 패션의 역사적 가치가 충분한 물건을 소장할 기회이기도 하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사진
COURTESY OF SOTHERB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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