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미리 알고 예방한다?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병을 미리 알고 예방한다?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

2020-07-08T18:28:13+00:002020.07.13|BEAUTY, 뉴스|

늙어가는 모습은 조상 탓이지만 안티에이징은 내 몫이다. DNA의 예언을 기록한 노화 지도와 친절한 내비게이션, DTC 서비스는 당신의 시간과 돈을 절약해준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월, 나는 최소한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두문불출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서로 조심하고 지냈지만 내가 특히 겁에 질려 있었던 까닭은 나의 DNA가 ‘남들보다 세균으로 인한 질병 감염에 취약하니 주의하라’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처음 DNA 검사를 받은 때는 8년 전이다.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망설이지 않은 이유는 집안의 막내이자 비혼인 내가 혹시 치매에 걸려 돌봐줄 사람 하나 없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기 때문. 그리고 가족력으로 인한 병 때문에 아버지처럼 고생할 확률은 없는지도 알고 싶었다. 병원에서 피를 뽑아 보내고 몇 주 후 한 권의 책을 받았다. 나의 몸속 DNA가 미리 쓴 자서전이었다.

DNA 가라사대

‘치매 가능성 0%.’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췌장이 약해 당 대사가 좋지 않고, 미약하게나마 유방암 발병 확률이 있다.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도 받았다. 어느 부위에 살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에 주의해야 한다, 색소 침착에는 강하지만 피부 탄력은 취약하고, 모발 두께는 50~90마이크로미터로 얇으니 케어에 만전을 기하라 등의 미용 항목도 안내되어 있었다. 그 외 TMI 몇 가지를 더 공개하자면, ‘고감도 C반응 단백’이 ‘주의’ 항목이라 골관절염, 감기, 세균 감염에 대한 방어가 잘 되지 않으니 미리미리 몸조심하란다(코로나19에 스스로를 민감하게 격리한 건 이 때문이다). 아킬레스 건이 뻣뻣하고 약해서 다리 전체 근육을 고루 잘 사용하지 못해 엉덩이가 납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있 다. 맛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식’을 ‘탐’할 가능성이 있으니 과식에 주의해라, 알코올 의존도가 높으니 혼술 은 시작도 말라, 운동 후에 근육통이 빨리 오고 회복도 느리니 격렬한 운동은 충분한 기간을 두고 하는 게 좋겠다 등등. 항목이 자상해도 너무 자상하다.

인생 1회 차, 뭘 몰라서 좋다면 무조건 집어 먹고 바르면서 체득한 교훈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내 돈, 내 간, 내 시간! 그래 이제라도 정확도 120%의 건강 지도를 손에 넣었으니 그간의 삽질과는 안녕이라 자위했 다. 물론 검사 방법이 좀 더 편리하고 경제적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게놈 갤럭시를 엿보려면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길에 돈을 뿌린 건 나뿐만이 아니다. A와 나는 모 매거 진에서 9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돌아보니 당시의 나는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돌진하는 워커홀릭이었고, 내 페이스대로 팀을 운영했다. 그 결과 화차 탑승 2년 만에 A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 음식으로 인한 두드러 기도 아니고 세균성 피부병도 아닌, 열이 오르며 간지러운 현상이 반복되는 원인 미상의 알레르기 앞에 미안한 마음이 절로 솟았다. 휴가 동안 A는 피부과, 체질 한의원, 대안 치료 에스테틱을 오가며 원인을 밝혀보려 애썼지만 ‘과로’, ‘스트레스’, ‘면역’ 같은 두루뭉술한 진단뿐이라 그녀와 나 모두 마음고생을 꽤 했다. 그로부 터 십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만나면 매번 간지럽거나 열이 오르진 않는지 묻곤 한다.

그러다 지난 5월, A가 전한 소식은 놀랍고도 속 시원했다. “원인을 알게 된 거 같아요. 5월 리뉴얼 오픈한 아이오페 랩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았는데, 염증 조절이 잘 안 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LCE3D라는 피부 염증 유전자가 위험 인자였어요.” 이런 체질은 사이 토카인이 덜 억제돼, 염증 조절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독 심한 피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이다. “피부 민감도를 체크하는 다른 마커들은 모두 양호한데 사이토카인에 관한 것만 ‘주의’가 표시되어 있더라고요! 이 검사가 조금만 일찍 대중화되었더라면 그동안 그렇게 안개 속을 헤매진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21세기 초개인화 서비스

나와 A가 같은 종류의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것은 아니 다. 나는 의료기관에서 피를 뽑았고, 그녀는 화장품 브랜드에 입 안 상피세포를 묻힌 면봉을 보냈다. 그사이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16년,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 업체도 DT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직접 의 뢰)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암과 희귀 체질을 제외한 12개 항목 46개 유전자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침을 뱉거나 면봉으 로 입 안 점막을 문질러 보내기면 하면 15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꽤 훌륭한 지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 고 4년이 더 흐른 올해 2020년, DNA DTC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마크로젠, 이원다이애그노믹스, 테 라젠이텍스, 랩지노믹스 등의 4개 유전자 분석 기업이 시범사업 업체로 선정돼 56개 항목까지 확대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놈 갤럭시에서 56개가 별 거냐 싶겠지만 막상 리스트를 살펴보면 매일 챙겨야 할 미모와 건강 예측 자료로는 충분하다. 비타민 C 농도, 카페인 대사, 중성 지방 농도, 체질량 지수, 콜레스테 롤, 혈당, 혈압, 비타민 D, 코엔자임Q10, 마그네슘, 아 연, 철 저장, 아르기닌 농도 등의 건강 요소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몸을 단련하면 좋을지 알아볼 수 있도록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 지구력 운동 적합성, 단거리 질주 능력, 발목 부상 위험도, 악력, 운동 후 회복 능력 도 포함되어 있다. 색소 침착, 피부 노화, 남성형 탈모, 모발 굵기, 기미·주근깨, 여드름 발생, 피부 염증, 태양 노출 후 태닝 반응, 튼살·각질, 원형탈모 같은 외적 뷰 티 요소는 기본이다. 식욕, 포만감, 각종 맛에 대한 민 감도 역시 분석된다. 이 밖에 알코올 대사, 알코올 의존 성, 알코올 홍조, 니코틴 대사와 의존성, 카페인 의존 성, 불면증, 수면 습관·시간, 통증 민감성, 아침형·저녁 형 인간, 통증 민감성, 퇴행성 관절 염증 감수성, 멀미, 비만, 체지방률, 요산치, 조상 찾기 등 나열하기 숨이 차지만 그만큼 알차다.

이 알토란 같은 개인 정보를 뷰티&헬스 업계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2016년 아모레퍼시픽은 유전자 분 석 전문 기업 테라젠이텍스와 손잡고 유전자 연구에 돌 입했고, LG생활건강은 유전자 분석 업체 마크로젠과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이듬해인 2017년 잇츠한불 역 시 유전체 기반 생명공학 전문 연구개발 기업인 디엔에 이링크와 MOU를 맺었다. 제네르떼와 더젠바이오, 교 원더오름과 마크로젠의 파트너십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이미 지도를 가지고 있는 내가 또 이걸 해봐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