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in Pure Dream (김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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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을 처음 만나는 것처럼 물음표를 담은 눈, 티끌 하나 없는 순백의 기운, 등장할 때부터 다른 ‘클라쓰’를 보여준 여자.

개성 넘치는 블랙 & 화이트 마커 스타일이 돋보이는 재킷과 새틴 소재 드레스, 밴딩을 더한 콜리브리(Colibri) 슬링백은 모두 조슈아 비데스(Joshua Vides)와 협업으로 완성된 캘리포니아 스카이(California Sky) 컬렉션으로 Fendi 제품.

캐주얼한 블랙 & 화이트 마커 스타일의 셔츠와 재킷, 데님 팬츠, FF 로고의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제품.

얼마 전까지는 단발머리 끝부분만 샛노랗게 탈색한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칠흑처럼 까만 머리카락이다. 영화 <마녀> 때도 흑색 단발머리 상태였지. 탈색은 전에 해본 적 있나? 아니, 이번에 처음 해봤다. 헤어에 확 튀는 컬러를 입히려면 탈색을 세 번은 기본으로 해야 한다더라. <이태원 클라쓰>를 촬영하는 7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꼴로 탈색했다. 머리카락이 많이 상했다. 탈색을 반복하면 두피가 아프기도 하고.

그 고통을 감내한 덕분에 머리카락 끝만 밝은 물에 살짝 담갔다 뺀 듯 발랄한 조이서식 헤어스타일이 탄생 했다. 그런데 16부작을 꽤 오랜 기간 촬영했다. 그래서 드라마가 종영한 지금 조금 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 점점 빠른 속도로 밀도 있게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갑자기 쉬는 시간을 맞았으니까. 그사이 같이한 배우들과도 워낙 친해졌다. 집에 있으면서 ‘나 이제 뭐 하지?’ 싶기도 했다.

김다미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는 않지만, 일 없을 때는 주로 집에 박혀 있다는 말은 여러 경로로 들었다. 2주 동안 집 밖에 안 나간 적도 있다던데. 사실이다(웃음).

나도 ‘집순이’로는 자신 있는데, 자의로 2주 칩거는 대단하다. 눈뜨면 바로 영화 보고, 밥 먹으면서도 영화 보고, 잠들기 전까지 쭉 봤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러닝타임이 길고 이미 봤던 작품을 그냥 틀어놓은 채 또 보기도 하면서. 집에 있을 때면 그렇게 시간을 잘 보낸다. 넷플릭스도 애용한다.

어제도 뭘 봤나? <포드 V 페라리> 봤다. 초반에는 조금 졸았는데 어느 순간 굉장히 재밌어진다. 맷 데이먼 씨랑 크리스천 베일 씨 연기가 아주… 150분 넘는 영화라 늦게까지 보다가 잠들었다. 레이싱하는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참 흥미롭겠다는 생각도 했다.

인터뷰를 하면 수면장애 비슷한 걸 겪는다는 이를 자주 만나는데, 김다미는 잘 먹고 잠도 푹 잘 것 같다. 잠을 잘 못 잔다는 사람이 그렇게 많나? 나도 작품에 임하는 동안에는 잘 못 자기도 하고 수면 패턴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오래 자면 15시간 정도 자기도 한다. 허리가 아파서 더 못 잘 뿐이지 그 정도야 뭐. 요즘도 쉬는 기간이라 푹 자고 있다.

돈 벌면 어디에 많이 쓰는 편인가? 먹는 것. <이태원 클라쓰> 하는 동안 먹는 일이 큰 행복이었다. 제일 큰 고민 중 하나가 ‘점심은 뭐 먹지?’였다(웃음). 집에 있으면 먹는 것보다 자는 게 훨씬 좋은데, 이상하게 밖으로 돌 때면 많이 먹는다. 아침 점심 저녁 다 챙겨 먹고, 늦게까지 촬영하면 야식 먹고, 중간에 간식도 먹고. 차 안에서 먹고, 스태프들이랑 먹고.

착시 효과를 연출하는 위트 있는 아우트라인이 특징인 재킷과 스커트, 쇼퍼백, 양말, 슈즈는 모두 Fendi 제품.

아우트라인을 강조한 꽃무늬의 스카이 플라워즈(Sky Flowers)
코티드 코트는 Fendi 제품.

상업 작품으로는 영화 <마녀>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두 편 했을 뿐인데 모두 주연이었다. 해보니 기분이 어떤가? 되게 재밌다. 처음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는 ‘내가 여기에 있는 게 이상하다’는 기분이었다. 내가 TV에 나온다는 것, 그리고 나도 자주 이용하는 넷플릭스에서 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했다.

연기를 하면 그 인물과 당신의 비슷한 점을 찾으려고 하나, 그저 캐릭터에 푹 빠져들려고 하나? 공통점을 먼저 파악한다. 나의 어떤 점을 연기할 때 활용할 수 있을지. 나와 캐릭터의 다른 점도 분명 있으니, 그다음으로는 내 안에서 어떻게 그 다른 모습을 끌어낼 수 있을지 생각한다. 아직 경험이 적지만 <이태원 클라쓰>를 하면서도 그랬고 연기할 때 자주 느끼는 게, 내가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기를 한다는 건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면이 있다. 그것도 큰 재미다.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처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저돌적으로 직진할 수 있나? 아, 나도 그 정도로는 못 할 것 같다(웃음). 내 마음을 조용하게 약간씩 표현하는 건 해볼 수 있어도.

박새로이라는 남자를 대단하게 만들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나 잊을 만하면 구애하는 행동 등, 모든 면에서 상당히 자신만만하고 세상을 어렵게 보지 않는 캐릭터였다. 조이서의 핵심적인 느낌은 뭐라고 생각했나? 대본이 3부까지 나왔을 때였나, 웹툰 작가님이 드라마를 직접 쓰기도 했으니까 원작인 웹툰을 먼저 다 봤다. 가장 처음 받은 느낌은 ‘냉소’였다. 표정 변화도 별로 없는 사람 같았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박새로이 하나를 위해서 인생을 걸 수 있나 싶었고. 감독님과 대화 나누면서 냉소적인 면을 부각하기보다 조이서의 변화가 일반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소시오패스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감정적으로 어떤 경우엔 과하기도 한,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인물 쪽으로 정리해갔다. 웹툰의 조이서와 내가 연기한 조이서에 좀 다른 면이 있다.

설정상 ‘인플루언서’이자 아이큐 162의 ‘소시오패스’였다. 굳이 소시오패스라는 설정이 필요했을까 싶기도 한데, 배우 입장에서는 이해와 준비 과정이 있었겠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 많이 했다. 소시오패스는 감정을 못 느낀다기보다는 공감을 못하는 쪽고, 남을 잘 이용할 줄 알며 죄책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자신이 늘 ‘갑’이라고 여기고. 그런데 웹툰을 봐도 조이서는 소시오패스적 면모가 있는 인물이지 완전 소시오패스는 아니다. 그런 특징을 어느 정도만 접목하려고 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 일단 내 친구들은 나한테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웃음). 화면으로 날 보는 게 적응이 안 되니까 그냥 ‘저건 다른 사람이다’ 하는 생각으로 봤다고들 한다. 부모님과는 한 번 드라마를 같이 봤는데, 틀어놓고서 다른 일도 하고 그러시다가 내가 나올 때만 돌연 집중하셨다(웃음). ‘재밌다!’고 박수 치면서 나랑 하이파이브도 하고, ‘한 번 안아보자’ 이러시고. 아빠가 너무 좋아하시더라.

당신의 눈은 엄마와 아빠 중 누굴 닮은 건가? 부모님이 다 ‘무쌍’이다. 그런데 엄마의 20대 시절 사진을 보면 나랑 똑같다.

오빠도 당신과 비슷한 외모인가? 우리 둘이 똑같이 생겼다. 특히 웃는 모습이. 내가 활짝 웃으면 하회탈이랑 비슷해지는 거 아나?

하회탈이 그 말 들으면 많이 고마워할 것 같은데… 남매가 웃을 때 하회탈처럼 되는 방식이 똑같다. 사람들이 오빠와 내 사진 보면 정말 많이 닮았다고 한다.

자신의 마스크는 배우로서 어떻다고 생각하나? 나이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자주 들었다. 그 점은 연기하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나이가 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스물여섯인 지금은 고등학생부터 내 나이대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도 될 것 같아서다. 그리고 헤어스타일에 따라 얼굴이 많이 달라 보이는 타입인 점도 장점이겠다.

아티스틱한 패턴의 슬리브리스 셔츠 드레스는 Fendi 제품.

블랙 & 화이트 마커 스타일의 데님 드레스, 로코코(Rockoko) 스니커즈, 양말은 모두 Fendi 제품.

미스터리 액션극인 <마녀>의 임팩트는 말간 얼굴을 한 평범한 여고생이 괴력을 가진 초인으로 변모하면서 생긴다. 제작 자체를 엎어야 하나 고심하던 박훈정 감독 앞에 1500 1 경쟁률을 뚫고서 김다미라는 구원자가 등장했지. 자윤의 마지막 대사가 뭐였더라? “너 언니한테 까불면 모가지 날아간다?”

<마녀>의 영문 제목에는 ‘Part 1: The Subversion’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영화의 엔딩도 그렇고 속편을 염두에 둔 작품인데 지금 어떤 상황인가? 아직 일 정도 안 정해진 상태라 100퍼센트 제작 확정이라고 말하긴 조심스러운 단계다. 그보다 리메이크작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순서상 먼저이지 않을까 싶은데, 요즘 많은 것이 멈추고 불확실한 때라….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중국 개봉 당시 흥행하면서 아시아권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다. 콘셉추얼한 <마녀>의 자윤과 달리 당신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된다. 그러고 보니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도 약간 콘셉트가 있는 인물이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어린 시절부터 친한 두 여자의 이야기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친구와 안정된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 친구. 둘 사이에 한 남자로 인해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그 계기로 우정이 더 깊어지기도 하는데, 시간이 흘러서는 결국 각자가 원했던 삶의 방향과 서로 뒤바뀐 인생을 살게 된다.

중화권 청춘 스타인 주동우와 마사순이 맡은 역할 중 김다미는 어느 쪽을 맡는가? 아직 미정이다. 분명한 건 둘 다 매력적이라는 거다. 여자들의 우정과 남자들의 우정에 좀 다른 지점이 있지. 여자의 미묘하고 미세한 감정을 잘 포착한 작품이다.

블랙 & 화이트 마커 스타일의 3D 메시 카디건, 목에 걸어 연출한 FF 로고 나노 바게트백, 블랙 & 화이트 마커 스타일의 피카부 백, 펜디 이니셜 목걸이는 모두 Fendi 제품.

우아한 실루엣의 스카이 라인즈(Sky Lines) 롱 트윌 드레스, 검정 피카부 아이코닉 미니 백은 Fendi 제품.

오랜 친구들은 당신의 성격에 대해 뭐라고 말하나?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막 친밀하게 다가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친구가 몇 명밖에 없다. 그 친구들이 나에게 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후에는, 그러니까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데 친해지기까지는 벽을 느꼈다고.

당신 스스로는 어떤 형용사로 자기를 설명할 수 있을까? 무덤덤한? 내성적이지도, 딱히 외향적이지도 않고 그냥 중간 정도의 사람이다.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화도 안 내는 편이고.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면 끼도 없으면서 왜 그러냐는 말을 듣곤 했다. 웬만해서는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있는 스타일이었거든. 그저 TV를 자주 접하고 살았더니 울고 웃고 이런저런 삶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소꿉놀이를 할 때 눈 밑에 물을 묻히고는 ‘나 눈물 연기 잘했지?’ 하면서 놀았다.

당신을 가까이서 지켜본 소속사 대표 말로는 빈말을 못하고, 가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더라(웃음). 그러고 보니 박훈정 감독이 <마녀> 캐스팅 소식을 전했을 때 당신이 별 반응이 없어서 ‘싫은가?’ 생각했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상대가 듣기 좋은 소리라고 하나? 그런 말을 잘 못하기는 한다.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확 티가 난다(웃음).

배우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 있나? 정말 배우가 되고 싶어서 이 길을 택했는데, 사실 배우라는 직업은 어쨌든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태원 클라쓰>를 할 수 있었던 건 <마녀>를 사랑해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일 거다. 다음 작품, 그다음 작품도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팬이 있어야 실현 가능한 일이다. 글쎄, 내가 연예인이라는 건 나도 아직 어색하기만 하다.

내일이 생일인데 재밌는 계획은 있나? 아직 아무것도 없다. 전혀 없다(웃음). 연락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만나지 뭐. 막상 내가 한가하면 친구들은 출근하고 야근하느라 바쁘더라.

무덤덤한 김다미에게 ‘완벽한 행복에 가까운 상태’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뭔가? 여행지에서, 해가 질 무렵, 테라스. 맥주 한 캔 들고 풍경을 감상하며 한 모금 마실 때!

패션 에디터
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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