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식 웰빙 뷰티의 탄생 '루즈 에르메스'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입술 위의 오브제

2020-04-03T18:12:35+00:002020.04.05|BEAUTY, 뉴스|

에르메스 하우스가 1837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에르메스 뷰티의 모든 것을 공개했다. 지난 2월 초 파리에서 열린 론칭 콘퍼런스와 파티에서는 수많은 뷰티 브랜드가 공존하는 지금, 그 시작이 결코 늦지 않았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겨울 막바지 파리의 저녁은 에르메스가 차린 미학의 장으로 한껏 풍요로웠다. 에펠탑의 노란 불빛이 반짝이는 모습을 뒤로하고 들어선 건축 박물관 ‘CITE de LARCHITECTURE’에서 세계 각국의 프레스가 초대된 에르메스 뷰티 콘퍼런스가 열렸다.

커다란 화면 가득 아이코닉한 말의 형상이 띄워진 공간에서는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의 인사로 시작된 콘퍼런스는 에르메스 뷰티를 출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에르메스 슈즈 &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 에르메스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발리 바레(Bali Barret), 에르메스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롬 뚜롱(Jerome Touron)까지 한자리에 모여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에르메스 뷰티의 탄생 배경부터 철학, 컬러와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에르메스식 웰빙 뷰티의 탄생

“저는 에르메스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외양이 아닌, 웰빙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은 웰빙에 가까워지기 위한 요소죠. 티에리 에르메스는 말을 자유롭게 해방시키고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섬세한 마구용품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존중하는 이 철학을 계속 유지해왔습니다.”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의 말처럼 그들에게 에르메스는 문화이며,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남성과 여성을 아우르는 진정한 가치다. 에르메스 뷰티는 이러한 깊은 사고와 넓은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됐다. 그는 모두를 에르메스의 웰빙 세계로 초대했다.

“에르메스는 여성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최상의 상태로 드러내고자 합니다. 가리고 속이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뷰티를 이끌어내는 것이죠. 저는 존재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친구 같은 에르메스의 철학을 좋아합니다. 에르메스 뷰티 오브제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용도와 기능을 넘어서는, 색다른 즐거움과 미학으로 자아와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매개체죠.”

1837년 설립 이래 프랑스의 공예 전통과 장인 정신을 이어가며 아름다운 오브제를 창조해온 에르메스의 첫 뷰티 컬렉션은 각 분야 전문가가 함께 고심하고 생각을 발전시키며 탄생했다. 첫 번째 컬렉션인 ‘루즈 에르메스’는 5년 전 에르메스 퍼퓸&뷰티 CEO인 ‘아그네스 드 빌러’에 의해 연구 개발을 시작했고, 피에르 알렉시 뒤마의 지휘 아래 구체화되었다.

이후 탁월함을 추구하는 에르메스의 기준과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컬러, 투명함, 광채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했다. “다양한 메띠에(Metier) 간의 소통을 거친 후 피에르 아르디가 ‘루즈 에르메스’의 오브제를 디자인하고, 발리 바레가 제시한 여성성과 컬러에 대한 비전을 제롬 뚜롱이 에르메스 뷰티 제품에 접목했으며, 이러한 특별한 공감각적인 협업에 에르메스 퍼퓸 전속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Christine Nagel)의 조향까지 더해졌죠. 오브제, 소재, 컬러, 제스처, 그리고 새로운 감각의 영역인 텍스처에 대한 이들의 협업은 친밀감과 유기적 관계를 통해 자유롭게 발전해갔습니다. 그리하여 누구인지에 따라 울리는 끝없는 형과 색의 유희를 통해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피에르 알렉시 뒤마의 이야기 중 ‘메띠에’는 에르메스 하우스를 이루는 각각의 카테고리를 의미하는데, 에르메스 뷰티가 16번째 새로운 메띠에가 된 것이다.

컬러, 여성의 언어가 되다

피에르 알렉시 뒤마의 이야기를 이어받은 에르메스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발리 바레는 에르메스 하우스의 미학을 고스란히 드러낼 ‘루즈 에르메스’의 컬러이자 여성의 아름다움을 승화시켜줄 보물이 될 색의 언어를 찾게 된 과정에 대해 들려주었다.

“목에 두른 까레 실크 스카프가 화사하게 여성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주듯, 에르메스 뷰티를 위해 궁극적인 여성미를 보여줄 수 있는 감동적인 컬러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에르메스에게 컬러란 비이성적이면서도 황홀한 열정이자 미묘하고 무수한 뉘앙스며, 정확한 톤에 대한 집념이자 하나의 온전한 언어입니다. 에르메스 실크를 위한 75,000개 이상의 컬러 샘플을 보유한 에르메스의 리옹 아카이브는 매 시즌마다 수백 가지의 새로운 레드, 로즈, 블루, 옐로 컬러로 채워집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폭넓은 컬러를 뷰티 메띠에에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에르메스의 까레 스카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음악을, 가죽을 염색하는 작업은 발레를 연상시키는데, 특히 실크 스카프에 애정이 깊은 그녀에게도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었을 터. 이야기를 들으며 발리 바레가 머릿속에서 기분 좋게 그려봤을 립스틱만 바른 얼굴에서 느껴지는 어느 순간의 분위기, 위트 있는 말 한마디가 주는 감동처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여성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HERMÈS ‘루즈 에르메스’ 에르메스 뷰티가 추구하는 미학이 집약된 첫 번째 오브제. 24가지 컬러와 가죽과 실크의 질감을 모티프로 한 매트와 새틴 2가지 텍스처로 구성되며, 리필이 가능하다. 3.5g, 8만8천원.

소유의 미학이 담긴 오브제

콘퍼런스 현장 화면에 공개된 ‘루즈 에르메스’ 비주얼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신선한 형태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로 다가 온 립스틱의 디자인이었다. 에르메스의 새로운 오브제를 손에 든 에르메스 슈즈&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는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에게 아름다움이란 미묘하고 섬세하며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소의 조합이다. 이런 생각은 정교함과 미묘함을 수용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인 형태로 귀결되었다. “색에 생명을 불어넣는 순수한 형태의 간결함을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디자인은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하고, 유동적 조합이 가능하며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코드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런 생각 아래 본질적이면서도 대단히 유희적인 방식의 오브제를 염두에 두고 접근했죠. 생각해보면 여성이 화장대에서 꺼내고 다시 넣어두고 들여다보기도 하며 매일 백 속에 가지고 다니는 이 작은 오브제는 여성성의 전통적인 규범과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과도한 여성성과도 구분됩니다. 아끼며 수시로 들여다보는 주얼리처럼 ‘루즈 에르메스’는 기능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뜻밖의 놀라움이 담긴 애티튜드를 선사합니다.” 그는 래커와 매트한 마감, 은은한 골드의 섬세한 조화로 감각적인 텍스처가 어우러진 패키지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1923년 에밀 에르메스가 디자인한 에르메스 하우스의 상징 엑스리 브리스(ExLibris)를 마치 누군가가 떠난 후 남긴 지문처럼 뚜껑 윗부분에 오목하게 새기기까지 했으니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쭉 쌓아 올릴 수 있는 이 립스틱이 원시적인 토템을 연상시키는 형태라는 것. 피에르 아르디는 부적이나 행운의 참과는 다른 형태지만 환상과 꿈, 유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입술로 입는 가죽과 실크

피에르 아르디가 ‘루즈 에르메스’를 하나의 오브제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에르메스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롬 뚜롱은 소재를 메이크업에 투영했다. “‘메이크업’을 생각하면 ‘소재’가 떠올라요. 소재는 컬러를 표현하게 해주며 에너지와 섬세함, 텍스처까지 부여해줍니다. 에르메스의 컬러는 여행을 해요. 실크에서 가죽으로, 에나멜로, 래커로 이어지는 여정이 오늘날 메이크업에 다다른 것이죠. 가죽이나 실크의 색에서 영감을 받은 립스틱을 상상하게 되었고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에르메스 뷰티는 피부 보호 성분, 피그먼트의 농도 선택을 통해 소재와 또 다른 소재라고 볼 수 있는 피부의 상호 작용을 추구합니다. 여기에 반복되며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안무와 같은 일련의 정교한 제스처도 기여하죠.” 그는 여성이 화장할 때 느끼는 특별한 감정, 심플하고도 세심하며 일상적이고 소중한 이 제스처가 바로 아름다움을 위한 필수적인 행위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 립스틱을 바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니 말이다.

작은 오브제에 담긴 커다란 지속 가능성

컬러와 소재, 오브제, 제스처가 하모니를 이룬 ‘루즈 에르메스’. 작지만 견고한 아카이브로 똘똘 뭉쳐 있는 이 오브제에는 에르메스 하우스의 장인 정신과 지속 가능성 또한 담겼다. 1837년부터 에르메스에서 구축해온 모든 메띠에들과 마찬가지로 에르메스 뷰티 또한 가족 경영 기업인 에르메스의 철학을 잇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규정을 준수하는 에르메스는 모든 오브제의 70%를 자체 생산하며 공정 전반을 통제한다. 훌륭한 장인은 소재와 모든 공정에서 속임수를 쓰지 않기 마련이니까. 에르메스 뷰티 제품은 피부에 대한 존중으로 온전히 안전한 성분, 정확한 배합, 적당한 양을 사용하며, ‘루즈 에르메스’는 내부의 립스틱을 리필로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파리의 밤을 물들인 루즈 아트

에르메스 뷰티에 대한 대하소설 같은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던 콘퍼런스를 마치고, Hotel Particulier에서는 오감으로 에르메스 뷰티를 느낄 수 있는 파티가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펼쳐진 행사장은 마치 에르메스 아틀리에에 와 있는 듯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순간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 층씩 계단을 오르며 4가지 핵심 키워드인 오브제(Object)와 소재(Material), 컬러(Color), 제스처 (Gesture)를 표현한 룸을 돌아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가장 먼저 마주한 ‘오브제 룸’에서는 에르메스 뷰티에 영감을 준 에르메스의 역사적인 아카이브와 함께 에르메스 뷰티의 첫 번째 컬렉션인 ‘루즈 에르메스’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스카프와 오래된 컬러칩, 백과 슈즈 등 립스틱 의 모티프가 되었을 물건들과 오묘한 형태의 오브제, 함께 전시된 립스틱은 그 자체로 작품 같았다. 또 다른 오브제 룸에서는 ‘루즈 에르메스’ 중 2020 Spring 리미티드 컬렉션 세 가지를 예술적인 꽃 장식과 립스틱을 높이 쌓은 듯한 가느다란 기둥으로 표현한 공간도 볼 수 있었다. 피에르 아르디가 말한 토템적인 무드가 바로 느껴졌다. ‘소재 룸’의 퍼포먼스 또한 인상적이었다. 방처럼 꾸민 룸에는 레드 컬러 의상을 입은 모델이 커다란 스카프를 스커트처럼 허리에 두르기도 하고 박스에 담긴 소재를 마구 꺼내 날리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소재, 텍스처를 표현했다. 입술 초상화를 선물 받을 수 있었던 ‘컬러 룸’에서는 두 명의 아티스트가 각기 다른 스타일로 파티 참석자의 입술을 작품으로 남겨주었고, 바로 옆방에서는 원하는 단어를 고르면 ‘루즈 에르메스 컬러 스토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아티스트들의 댄스를 통해 에르메스 뷰티가 표현하고자 하는 제스처가 무엇인지 가늠 해볼 수 있었던 ‘제스처 룸’의 퍼포먼스는 일상적이면서도 비범한 동작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24개의 예술적 감각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루즈 에르메스’ 컬러 체험 섹션에서는 드디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함께 제품을 발라보고 만져볼 수 있었는데, 우아하고도 흔치 않은 색감과 섬세한 텍스처는 립스틱 디자인을 반영해 수공 제작된 우드 브러시로 직접 입술에 발라보니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풍부한 색감의 24가지 엠블 레매틱 컬러와 매 6개월마다 시즌 한정으로 선보이는 리미티드 에디 션 3가지 컬러가 빽빽하게 놓여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유일하게 뽀얀 자태를 뽐내는 ‘립 케어 밤’과 입술에 광채를 더하는 ‘포피 립 샤인’도 함께였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리옹 실크 공장에 보관된 75,000개의 컬러 레퍼런스를 보유한 에르메스 실크 메띠에와 900 개의 컬러 레퍼런스의 가죽에서 영감을 받아 정교하게 선정된 ‘루즈 에르메스’의 24가지 컬러는 파리 포브르 생토노레에 자리한 에르메스 부티크의 번지수 24를 상징한다. 테스트해볼 컬러를 고르면서 한 가지 더 선택해야 했던 ‘루즈 에르메스’의 소재는 도블리스(Doblis)와 복 스(Box)가죽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매트 립스틱과 새틴 립스틱으로 라인업 되었다. 한참 고민하다가 오렌지 계열 매트 립스틱을 고르고 나서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피니시에 따라 립스틱 모양이 다르 게 제작된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10가지 매트 립스틱은 제2의 피부 처럼 편안하고 촉촉한 텍스처, 벨벳처럼 파우더리한 피니시, 정교한 라인을 표현할 수 있도록 뾰족한 모양으로, 14가지 새틴 립스틱은 부드럽고 섬세한 텍스처가 풍성하게 발리도록 커팅 면이 둥글게 만들어 졌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립스틱을 발라주는 동안 제품을 만져보니 여닫는 부분에 마그네틱이 있어 딸깍하고 여닫을 수 있었는데, 마치 블록 같은 디자인과 어우러져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왔다. 패키지는 리필 부분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금속을 사용했으며 캔버스 소재 파우치와 작은 오렌지 박스에 담겨 완전체가 된다. 파리에서 만난 에르메스의 웰빙 뷰티는 예술과 일상, 과거와 현재, 지 속 가능성까지 모두 관통하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음을 알리는 우아한 선전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