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는 사람들의 미식 생활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미식과 패션

2020-04-01T15:04:54+00:002020.04.01|FEATURE, 리빙|

옷에 까다롭게 구는 사람들은 음식에도 예민하다.

#InAnotherCountry @in_another_country

‘인 어나더 컨트리’는 이름 그대로 다른 나라의 식재료와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몇 년 전까지 서울에서 패션 모델로 활동했던 남보라와 정혜선이 그것을 매개로 컨텐츠를 만들고자 마음 먹은 건 이미 2년 전이다. 그 때 그 둘은 프랑스 남서부의 비아리츠에서부터 시작해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에 이르는 긴 여정 속에서 온종일 먹고 마셨다. 그러다 불현듯 음식을 기반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고자 마음 먹었고 ‘인 어나더 컨트리’는 그 결과가 됐다. 그들은 먹고 마시는 행위가 인간은 물론이고 모든 만물의 가장 근원적 욕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 지역의 식문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특징적인 식재료에 깊게 파고 들고, 그를 다루는 명인들의 집념과 철학, 진정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고자 한다. 지난 가을에는 파리의 거리 음식 문화를 이끄는 르 푸드 마켓 팀과 한국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푸드 마켓 행사를 개최한 적 있다. CAM의 셰프인 이수와 함께 한식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색채를 더한 음식을 선보이며 한국의 식재료를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를 인 어나더 컨트리가 직접 큐레이션했다. 이번 계절에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잠시 쉬기로 했으나, 여전히 그들은 식재료와 그를 기반으로 한 문화에 집요하게 파고든다. ‘요리는 일상에서 가장 창조성을 드러내는 활동이다.’라고 말한 프랑스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미셸 드 세르토의 말이 그들 가슴 속에 깊게 자리하기에. 무엇보다 드 세르토가 말하는 ‘개성의 발로인 음식’이야말로 정통성을 동시대성에 귀결시키는 매개라 생각하기에.

 

#마레헤이윤경팝업 @leeyoonkyung

서울 패션계 사람들은 지금 이윤경의 요리에 심취됐다. 그녀가 얼마 전 잠시 열었던 팝업 레스토랑은 예약을 하지 못 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원래 이윤경은 내추럴 와인바를 운영했다. 그러나 지금은 집에서 쉬며 ‘집밥’ 요리를 하는 일에 푹 빠져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요리가 서툴 때부터 요리와 관련한 책은 늘 곁에 뒀다. 무엇보다 농업인들이 프랑스 식으로 직접 작은 시장을 개최하는 ‘마르쉐’에 가면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는 했다. 그곳에서 가득 지고 온 계절의 볕과 바람을 품은 제철 식재료들로 요리를 만드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특히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식재료들의 조합을 찾는 일에 큰 흥미를 느꼈다. 그러던 중 ‘마켓 레이지 헤븐’을 운영하는 안리안 대표가 팝업 레스토랑을 제안했다. 이윤경은 마켓 레이지 헤븐에서 파는 우수한 식재료들을 좋아했고, 안리안은 일상 속 재료로 어렵지 않게 조리하는 이윤경의 건강한 식사들을 좋아했다. 무엇보다 둘 다 내추럴 와인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이를 당장 현실 가능하게 했다. 요즘 이윤경은 토종 잎마늘로 이것 저것을 요리해보고 있다. 무엇보다 봄은 나물이 많이 나는 계절이라 행복하다. 향도, 색도, 맛도 고운 쑥이나 달래, 냉이와 잎마늘로 김밥도 말고, 솥밥도 하고, 튀김도 하고, 페스토도 만드는 중이다. 그리고 막 제철을 맞이한 바지락 또한 마찬가지다. 아마 봄철 내내 곁에 두는 식재료가 될 것이며, 팝업 레스토랑 또한 곧 열게 될 테다.

 

#바클로스 @clos_to_me

삼각지역 2번 출구에는 색이 곱게 바랜 일본 풍의 건물이 하나 있다. 평소 같으면 신경 쓰지 않은 채 지날 법한 그 곳에 지난 3월, 서구풍의 작은 가게가 들어섰다. 그 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그 가게는 묘하게도 건물과 어떤 합을 이루고 있었는데, ‘클로스’라는 귀여운 이름이 붙은 내추럴 와인 바가 바로 정체였다. 이름은 물론이고 공간 곳곳의 구성마저 예사롭지 않은 이 내추럴 와인 바는 편집 매장인 비이커에서 오랜 시간을 여성복 바이어로 일해온 오수형이 최근 회사를 그만둔 후 문을 연 곳이다. 그는 늘 서울에도 도쿄나 파리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들려 내추럴 와인을 접할 수 있는 바가 있기를 간절히 갈망했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내추럴 와인 바의 유행 속에서, 스스로 안락하고 부담 없이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바를 오픈해야겠다 직접 마음 먹었다. 그렇게 그는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클로스를 차렸다. 무엇보다 오수형은 취향대로 내추럴 와인을 소개한다. 가령 온화한 온기가 잦아드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포도즙을 그 자리에서 바로 짜 마시는 듯한 강렬한 신맛의 ‘오카리나’를 제안하는 식이다. 내추럴 와인을 한 잔씩 파는 것도 흥미롭다. 매일 신선한 내추럴 와인을 딱 한 잔만 즐기고 싶을 때, 여러 내추럴 와인을 한 잔씩 맛보고 싶을 때 주저 말고 클로스로 달려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