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대작 두 편의 방영을 앞둔 배우 송강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올해 기대주 송강에게 연기란?

2020-03-28T15:33:09+00:002020.03.31|FEATURE, 피플|

올해 기대작 두 편의 방영을 앞둔 배우 송강은 더디지도, 분주하지도 않게 걷는 중이라 말했다. 담백한 연기의 맛 이무엇인지, 낮은 자세로 멀리 높이까지 향하는 힘이 무엇인지 말하는 그는 지금 젊은 연기자로서의 길을 묵묵히 걷는 중이다.

송강이란 이름, 멋지다고 생각했다. 본명인가? 맞다. 아버지가 지어주셨다. 요즘 들어 예명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원래는 ‘근’자 돌림이라 송강근이 될 뻔했는데, 다행히 아버지께서 외자로 지어주셨다(웃음). 송나라 송, 강 강의 한자를 쓴다.

부유한 집안, 교내 여학우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외모, 좋아하는 이성을 향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솔직함. 2019년 첫 주연작이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당신이 연기한 ‘선오’란 캐릭터의 큰 줄기다. 실제 당신과 황선오란 인물 사이의 교집합이 있는가? 실제 성격은 선오와 정반대다. 오히려 좋아하는 이성을 늘 먼발치에서 지켜보다 혼자 애태우는 극 중 ‘혜영’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모를까. MBTI 테스트하면 매번 ‘논리적인 사색가’ 유형에 속하는 INTP가 결과로 나올 정도다(웃음).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다는 INTP형 사람들은 좀처럼 남들 앞에 나서지 않고 논리적이고 내향적이지만 대쪽 같은 소신이 있다고… 영광스럽게도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INTP 유형의 사람이란다(웃음).

이럴 수가. 한 사람의 ‘본체’가 어떻든 촬영을 거듭하며 선오라는 캐릭터에 스며들며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나? 물론 있다. 선오는 억울한 일에 처하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께 사랑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한구석에 외로움을 간직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촬영이 계속되며 알게 모르게 선오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서 스스로 선오에 가까운 사람으로 변하긴 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고, 때로 하고 싶은 것이 가로막힐 땐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하면서. 작품을 마칠 무렵엔 어느새 남들 앞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900:1의 경쟁률을 뚫고 꿰찬 선오란 캐릭터로 폭발적 팬덤을 형성했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 2의 제작이 확정돼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새로운 시즌에 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연인이었던 ‘조조’와 헤어지고 내면적으로 성숙하고 단단해진 선오를 보여줄 예정이다. 시청자에겐 선오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어색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사실 요즘 고민이 많다. 틈이 나면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찾아보고 있는데, 특히 2004년 드라마 < 발리에서 생긴 일>을 꼼꼼히 뜯어보고 있는 중이다. 감독님과도 이야기 나눴지만, 극 중 막무가내 도련님인 ‘재민’(조인성) 과 냉철한 사색가인 ‘인욱’(소지섭) 사이의 인물을 상상하며 방향성을 잡고 있다.

이런 접근은 어떨까? 시즌 2의 선오라면 카페에서 어떤 메뉴 를 주문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어떤 내용의 문자 메시지 를 보낼 것 같나? 너무 뻔하지만 쓰디쓴 샷을 추가한 에스프레소를 홀짝이고, 물음표도 생략한 채 ‘뭐해’라는 메시지를 대뜸 보낼 것 같다(웃음).

빨간 프린지 장식 코트는 아크네 스튜디오, 실크 소재 팬츠는 앤 드뮐미스터 by 아데쿠베, 가죽 샌들은 처치스 제품.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숱한 대중 앞에 서는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었나? 연기자 가 되고자 결심한 순간엔 사실 막연함이 컸다. 스무 살 무렵 집에서 TV를 켰는데 우연히 영화 <타이타닉>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갑판 위 장면이 흘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케이트 윈슬렛을 감싸 안으며 사랑 어리게 바라보는 장면 말이다. ‘저런 눈빛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나를 이끌어 지금의 자리에 서게 한 것 같다. 사실 금세 싫증을 느끼는 성격이라 무엇 하나 진득이 붙잡고 끝까지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런데 연기는 이상하게도 처음 하고자 마음먹은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질린 적이 없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재미있는지 콕 집어 말하진 못하겠지만 막연히 즐겁다.

당신에게 연기는 철저히 즐거운 일인가? 물론 매번 즐거울 수 만은 없지. 사실 <좋아하면 울리는>을 촬영하기 전까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연기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적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가 느껴졌다. 하루는 편집실에서 모니터를 하는데 어디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연기하는 상대방과 소통하며 감정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나는 준비해온 연기를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거다. 그 순간부터 촬영과 연기 레슨을 병행하며 단점을 보완해갔다. 그러면서 차차 연기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듯 하다. 촬영을 마치면 동료 배우들과 서로 잘했다며 격려해주기도 하면서. 현장의 즐거움도 이때 처음 느낀 것 같다. 드라마의 5화가 방영된 무렵일 거다.

올해 방영을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을 촬영하며, 당신이 4년이란 짧다면 짧은 배우 생활에서 어떤 ‘변곡점’을 맞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를 연출한 이응복 감독의 부름을 받아 주연 자리를 차지한 사실 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여태 치른 오디션 가운데 가장 떨지 않고 임했던 것 같다. 스스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신인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아무리 잘해도 나를 뽑진 않겠지’란 마음이 있었다. 오디션에서 큰 고민 없이 ‘막 저질렀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오히려 감독님께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차현수란 캐릭터는 어린 시절 가족을 잃고 자살까지 생각한, 굉장히 비극적인 인물이다. 어쩌면 오디션에서 객기에 가깝게 연기한 나에게서 상처가 덧입혀져 냉혈한으로 변해버린 차현수를 읽으신 것 같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와는 대척점에 선 인물이기에 고민이 컸을 것 같다.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캐릭터였다. 촬영을 마칠 무렵엔 체중이 66kg까지 빠질 정도로 정신적으로 고됐으니까. 그런 와중에 ‘오로지 감정만 생각하라’는 감독님의 조언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떨린 상태로 첫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이 ‘현수 같았다’고 말해주신 이후로는 연기에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은 것 같다. 모든 촬영을 마친 지금 돌이켜보면 <스위트홈>의 촬영 초반과 비교해 자신감이 많이 차올랐다. 연기는 나를 믿고,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은 시간이다.

검은색 크리스털 장식 재킷은 베르사체, 가죽 베스트는 마리아노 by 웍스아웃, 레이어드한 흰색 셔츠는 데무, 페이즐리 패턴 팬츠는 유저, 로퍼는 베르사체 제품.

배우가 바라보기에 이응복 감독은 현장에서 어떤 디테일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나? 배우가 연기하기에 너무나 편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네 감정이 준비 되었다면 촬영하자’였으니까. 감정이 오를 때까지 기다려주고, 전적으로 배우를 신뢰한다. 한낱 신인인 나에게도 ‘어찌 배우의 연기를 오롯이 알겠느냐’고 말하는 사람이다. 연기적인 것은 전적으로 배우에게 맡기고, 그 외의 것을 전부 책임지는 스타일이다. 너무 감사하지. 많이 부족한 시기에 어디서도 쉽게 얻지 못할 것을 채워주셔서. 감독님에게 얻은 조언은 그날 그날 수첩에 기록해두었다. 지금도 무언가에 가로막히고 있단 생각이 들 때면 수첩을 펼치고 빼곡한 메모를 찬찬히 읽어본다.

촬영을 모두 마친 현시점에서 본인이 연기한 상처투성이의 인물, 차현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거엔 누구보다 사람들과 두루 어울리며 지내고 포용력이 좋은 아이였으니까 현재 상황에 낙담하지 말고 과거의 너로 살아간다면 언젠가 네게 등 돌린 사람들이 네게로 다시 돌아올 거야. 신념을 가져라.

2017년 데뷔해 4년 차를 맞은 신인 배우가 잇따른 작품에서 주연의 자리를 차지하고, 동시에 줄곧 ‘기대주’란 수식으로 불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도 구태여 생각해봤을 때 당신에게도 ‘고비’와 같다고 느껴진 순간이 있었나? 데뷔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이 그랬다. 대학을 졸업해 별 탈 없이 대형 기획사에 들어간 것이 내게는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 같다. 근거 없이 자신감에 불타올라 ‘뭐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2년 가까이의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척 게을렀고 마음가짐이 어렸다.

그런 시간을 통과한 지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있나? <스위트홈>을 촬영하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완전히 처음으로 되돌아가 연기란 무엇인지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지. 쉬는 날이면 책도 틈틈이 읽는데, 특히 신준모 에세이 <어떤 하루> 에 많이 의지했다. 사람은 직진만 하기보다 가끔 우회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 찌르듯 다가왔다. 지금껏 너무 조바심을 가진 채 살아왔다는 생각에, 여유를 갖고 시야를 넓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도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 과거엔 두려움이 앞서 카메라를 피하려고만 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카메라가 있는 방향으로 얼굴을 틀어 표정이 최대한 잘 나올 수 있도록 한다. 카메라 앞에서의 표현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랄까.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요즘이 좋다. 성장할 수 있는 시기처럼 느껴져서.

요즘은 한창 학생처럼 공부하는 시간의 연속이겠다. 맞다.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며 좋다고 생각하는 표현은 꼼꼼히 수첩에 메모한다. 그러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자기화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들어선 드라마 <사랑의 불 시착>에서 주인공 현빈이 보여주는 담백한 연기에 빠져 있다. 서럽게 우는 여주인공을 담담하게 위로해주는 장면을 아주 이른 아침에 봤는데 눈이 벌겋게 부을 정도로 울었다(웃음). 그의 연기를 보며 느낀 것이지만, 요즘 어떻게 하면 더 담백하게 감정을 표현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제 갓 연기를 펼치는 신인의 입에서 담백함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한껏 나를 드러내고 감정을 발산하는 데 치우치기 쉬운 시기라고 생각했거든. 기술적으로 멋진 연기를 하는 것보다 마음을 담아 진실되게 연기하는 것을 늘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담백하게 감정을 표출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좋은 연기에 대한 정답을 감히 판단하는 태도는 아니다. 연기의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은 철저히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인 것 같다. 배우가 아닌 관객이 좋은 연기라고 느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좋은 연기에 대한 정답은 없더라도, 좋은 배우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답은 있겠지? 첫째가 연기력이고, 둘째가 인성인 것 같다. 늘 현장에서 밝게 인사하는 것만큼은 배우로서 지키고 싶다.

흰색 슬리브리스 셔츠는 던힐, 프린지 장식 가죽 팬츠는 YCH, 진주 목걸이는 프리카, 스트랩 장식 로퍼는 쥬세페 자노티 제품.

유독 연기로 잘 표현되는 감정이 있는가? 다소 우울하고 슬픈 감정. <스위트홈>을 촬영하며 이응복 감독님도 내게 비슷한 말을 해주셨다. 나의 강점은 밝은 것이 아니라, 어딘가 슬퍼 보이는 것이라고.

어떤 이유에서일까? 당신의 선천적 기질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나? 우울한 성격이라기보다 워낙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날씨가 흐린 날이면 창문 너머로 거리를 바라보는 것을 즐기고, 차분하고 조용한 무드일 때 몸이 편안하다. 자기 전에는 늘 책을 읽는 편인데, 어느 구절을 곱씹으며 생각하다 꼬박 밤을 새운 적도 있다. 가끔은 생각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왠지 어린 시절 속 한번 안 썩이는 착한 아들이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속을 썩이는 것 같은데?(웃음) 부모님이 오히려 어린 시절 의젓하고 얌전했다고 말씀하신다.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지금은 툭하면 부모님께 장난을 건다. 안 그래 보이겠지만, 애교 많은 장남이다.

요즘 가장 재미있는 것은 무엇인가? 드라이브. 소속사 식구인 배우 이정식과 집이 가깝다. 둘이 집에서 가까운 남양주까지 달려 카페에서 잠시 한숨 돌리다 다시 돌아오는 일정으로 자주 떠난다. 평소 드라이브할 때 <사랑의 불시착>의 OST를 자주 듣는데, 남자인 친구와는 차마 같이 듣지 못하겠고 대신 찰리 푸스 노래를 줄창 튼다(웃음).

최근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보는 책이 있다면? 린다 피콘의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물론 성격상 한 줄 읽고 바로 잠에 들진 못한다(웃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여명이 밝아올 무렵 잠든 기억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