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안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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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학교 풍경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는 꽃도 활짝 피었건만 아직도 학교 문은 굳게 닫혀있다. 이게 다 코로나 19 때문이다. 개학, 개강, 신학기, 개강파티, 캠퍼스의 낭만 등의 단어들은 저 멀리 4월 이후로 자취를 감췄다. 어쩌면 개강하자마자 시험을 봐야 하는, 그 시험마저도 온라인으로 쳐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2020년 3월의 대학교 풍경을 들어봤다.

온라인 출석

예전에는 대리 출석을 하거나, 출석하고 간식을 사 먹으러 다녀오기도 했는데 요즘은 모든 출석을 온라인으로 한다. 근데 과목마다 출석 처리하는 방법과 기준이 다르다. 정시까지 실시간 화상 강의 시스템에 접속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강의를 끝까지 들어야만 출석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접속이 불안정하거나 계속 컴퓨터를 붙잡고 있어야 하고 자꾸 한눈을 팔게 되는 게 단점. 교수님이 강의 자료를 다 올려줘서 필기를 하기는 훨씬 쉽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학교 다니는 느낌이 안 든다는 것. 기사를 보니 아프리카TV에서 교수님한테 별풍선을 쐈다거나 교수님이 BJ처럼 강의를 한다는 내용이 있던데, 나도 그렇고 주변에 물어봐도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 17학번 복학생(24세, 재학생)

학교 대신 카페

며칠 전까지는 다 같이 카페나 PC방에 모여 온라인 강의를 듣기도 했다. 집에 있으면 왠지 답답하고 왠지 온라인 접속도 잘 안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몇몇 친구들과 모여서 강의도 듣고 수다도 떨다가 저녁까지 먹고 들어왔다. 개강 이래로 가장 대학생 같았던 날이었다. 얼마 뒤, ‘강의실이 된 카페, 이대로 괜찮은가’ 식의 기사가 쏟아졌다. 결국 다시 외출을 꺼려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자제하는 중이다. – 조별 과제 조장(23세, 재학생)

부실한 강의

온라인상에서 ‘강의가 부실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확실히 강의 퀄리티가 좋지는 않다. 시스템이 먹통이라 출석조차 못하거나 영상이 끊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온라인 강의 경험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화질이나 음질, 내용 면에서도 아쉽다. 자막이 없어서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유튜브에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서 보는 게 훨씬 나을 정도. 주변에서 등록금 환불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 연남동 이다지(21세, 재학생)

얼어붙은 취업시장

3월이면 대학교 입구에 취업 설명회 플래카드가 걸리곤 했다. 그 모습마저 보기 어렵다. 기업들 역시 공개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했기 때문. 지금 즈음 삼삼오오 모여 취업 스터디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해야 하지만 그런 모임 자체가 줄어들었다. 하반기에는 조금 나아지려나. – 이른 취준생(26세, 재학생)

프리랜스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Photo by Philippe Bout, Marvin Meyer, Sior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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