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다양한 경험을 안겨주는 라스베이거스 200% 즐기는 법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라스베이거스 200% 즐기는 법

2020-03-26T11:00:03+00:002020.03.29|FEATURE, 컬처|

사막 지대에 조성된 이 도시는 흥겨움이라는 간단한 말로 대체하기엔 구체적으로 다종다양한 경험을 안겨준다. 여행을 떠날 처지가 아닐 때면 신기루처럼 기억 속에 떠오르는 그곳은 하늘과 땅이, 낮과 밤이, 실내와 실외가 온통 즐겁다.

불이 꺼지지 않는 새벽의 스트립.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에는 조식이 없다.’ 이 도시에 발 닿기 전, 관광청 PR 매니저에게 들은 한마디는 그 어느 설명보다 은유적으로 라스베이거스의 특성을 드러냈다. 아침이 부재한다는 건 다시 말해 긴 밤이 존재 한다는 뜻이니까. 긴 밤 지새우고 전날의 환희를 간직 한 여행자에게 풀잎마다 맺힌 아침 이슬을 확인하는 부지런함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도시를 전망하기 위한 회전 관람차마저 새벽 2시까지 운행하는 라스베이거스다. 2019년 한 해 방문객 수는 4,250만 명. 그중 660만 명은 IT 업계의 향방을 결정짓는 CES(국제전 자제품박람회) 같은 컨벤션이나 미팅 등의 목적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3,590만 명은 설마 카지노를 하기 위해 미국 서부로 날아왔을까? 모하비 사막과 협곡으로 이뤄진 국립공원 지대의 한가운데 들어서, 할리우드 영화들 속에서 때로 세상의 끝처럼 묘사되던 도시는 대체 어떤 곳이길래 흥겨움과 동의어가 되었나?

대다수의 여행이 시작되는 지점은 구시가에서 좀 떨어진 스트립(Strip)이다. 남북으로 6.8km에 이르는 이 구간에 클럽, 레스토랑, 공연장 등 주요 즐길 거리가 밀집해 있다. 스트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대형 호텔들이다. 이 호텔들로 말할 것 같으면, 애초부터 스케일에 대한 개념이 다른 DNA로 완공된 듯 당연하고도 천연덕스럽게 스펙터클하다. 어디든 크고 넓어서 걷다 보면 ‘내가 계속 한 호텔 주변에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가지만, 의심을 거두고 직진하면서 좌회전과 우회전을 적절히 거듭하는 동안 계속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

숙소로 머문 씨저스 팰리스 라스베이거스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걸어가는 길도 그랬다. 총 여섯 개 건물로 이뤄진 이 호텔의 객실 수는 약 4,000개다. 거대한 그레코로만 양식의 동상과 프레스코화, 모자이크, 벽화 등으로 장식된 내부 공용 공간은 길거리와 또 다른 차원의 세계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훌륭한 뷔페로 회자되는 바카날(Bacchanal), 건즈 앤 로지스나 마돈나 등 톱 뮤지션의 공연이 수시로 열리는 더 콜로세움, 몇 개인지 세다가 포기한 각종 콘셉트의 Bar, 쇼핑과 식사를 위한 약 160개 매장이 모여 있는 ‘포럼 숍’ 등이 이어진다. 로마 제국을 부활시킨 듯한 씨저스 팰리스를 비롯해 각 대형 호텔은 모두 확실히 다른 테마로 콘셉추얼하게 무장했다. 스트립 구간을 걸으면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 베네치아 운하 등을 축소된 규모로 제법 진지하게 재현해놓은 모습과 마주한다. 이 희한한 혼종의 풍경은 뭔가? 어디서 오는 누구든 환영하겠다는 의지일까? 라스베이거스 안에 세계 주요 도시를 품는 그 태도는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처럼 느끼게 만든다.

씨저스 팰리스 라스베이거스 호텔&카지노 caesars.com

 

그런 태도는 레스토랑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도시의 음식에는 입맛에 예민한 여행자를 소외시키는 위화감이 없다. 일행의 취향에 따라 고르기 좋도록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면서 맛도 좋은 레스토랑들. 라스베이거스가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과 미국 내 맛집이 부지런히 진출하는 도시라는 점은 이곳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고든 램지, 조엘 로부숑, 울프강 퍽, 마리오 바탈리 등이 론칭한 레스토랑들은 경쟁하듯 화려한 거리에 자리 잡았다. 뉴욕에서 예약하기 힘든 노마드(NoMad) 레스토랑도 파크 MGM이라는 대형 리조트 내부에 호텔 노마드 및 노마드 바와 함께 있다(초대형 호텔은 품이 큰 만큼, 호텔 속에 또 다른 브랜드의 호텔 몇 개 층이 터를 잡은 구조다). 노마드는 미슐랭 가이드와 더불어 권위 있는 미식 평가 지표인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이 2017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개 중 하나로 꼽으면서 여전히 인기를 끄는 곳. 7미터에 달하는 벽면의 책장과 큐레이팅을 거친 고서들, 짙은 색 벨벳과 가죽 소재 가구 등은 리우데자네이루 왕립 포르투갈 도서관에서 영감 받은 실내 디자인인데, 어두운 조도 덕에 은밀한 살롱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기품 있는 파인 다이닝 메뉴와 다양한 와인 리스트가 함께한다.

벨라지오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엔딩 장면에 아름답게 담긴 분수 쇼로 유명하다. 끼니마다 스스로를 잘 대접하고 싶은 이라면, 벨라지오에서는 전면 유리로 된 오픈 키친이 눈에 띄는 하베스트(Harvest)로 향해야 한다. 서울에서 보기 힘든 각종 채소와 현지에서 생산한 식재료로 싱싱한 메뉴를 선보여 지친 심신을 상쾌하게 해주는 맛집이다. 아리아 리조트&카지노에는 덩굴로 장식된 터널형 입구가 범상치 않은 캐치 (CATCH)가 있다. 해산물 위주의 레스토랑이지만, 고기 맛 좀 아는 자들을 한 입에 무장해제시키는 와규 스테이크도 만든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두 끼니 이상을 먹으며 때마다 느낀 건 맛과 디자인 모두 탁월한 디저트가 흔하다는 점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셔벗 하나도 평범해서는 안 된다’ 같은 암묵적 룰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캐치 레스토랑에는 직원이 시럽을 부은 후 스푼으로 두드리면 화산 폭발하듯 크림 마그마를 내뿜는 퍼지 초콜릿 케이크가 있는데, 시각과 미각에 퍼포먼스 요소까지 결합시키는 그 복합성이야말로 라스베이거스의 정신이다.

캐치(CATCH) 위치 : ARIA Resort & Casino

스파고(Spago) 위치 : Bellagio

노마드(NoMad) 위치 : Park MGM 내 호텔 노마드

하베스트(Harvest) 위치 : Bellagio

 

여행의 가능성은 땅이 아닌 하늘에서도 펼쳐진다. 도심에서 차를 타면 5시간 정도 걸리는 그랜드캐니언 웨스트까지, 선댄스 헬리콥터 투어를 이용하면 편도 40 분이 걸린다. 헬리콥터가 신속한 이동 수단이어서 가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급할 것 없는 여행길에 몇 시간을 달려 목적지에 이르는 과정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헬리콥터를 탄다는 건 시점의 문제다. 인간의 일상적인 눈높이를 벗어나는 부감,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곳을 새의 관점에서 수직적인 아래로 바라보며 움직이는 경험. 그건 발아래 세상을 암호처럼 까마득하게 축소시켜버리는 비행기를 탈 때와도 다른, 신선한 경험이다. 투어 중 흐르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의외로 유용하다. 그 설명 덕분에 내가 지나는 좌표마다 머릿속에 태그를 더 쉽게 붙일 수 있다. 헬리콥터가 화려한 중심가인 스트립을 벗어나 다운타운을 지나고, 할리우드의 셀렙들이 별장으로 구매한 집들이 모여 있다는 동네를 하늘 위에서 지난다. 자연만큼 인간의 노력도 대단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후버댐과 콜로라도강 도 지난다. 하늘에서 땅을 보면, 라스베이거스가 사막 지대에 세워진 도시라는 사실을 명확히 체감한다. 인공과 자연의 대비를 느끼며 협곡 사이를 지나 마침내 착륙한 곳에서, 잠시 머물며 샴페인과 과자 등을 먹을 수 있다. 그 간식 거리도 투어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인디언이 관리하는 보호구역인 그랜드캐니언 웨스트는 그 유명한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과는 다른 곳이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 가능한 경험치를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선댄스 헬리콥터스 sundancehelicopters.com

 

하늘에 가까이 닿는 경험은 시내 스트립에서도 할 수 있다. 높이 170여 미터인 회전 관람차 하이 롤러(High Roller) 덕분이다. 높이 135미터인 런던 아이의 키를 중국의 스타 오브 난창이 추월하고, 그것을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다시 추월하듯 건축물의 키는 언젠가 다른 건축물에게 추월당하기 마련이다. 어쨌든 지금은 하이 롤러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회전 관람차다. 가장 높다는 건 허공에서 가장 크게 원을 그린다는 뜻이니, 역시 스케일이 큰 라스베이거스의 관람차답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의 도시는 캐빈에 가만히 앉아 도시를 전망하는 정적인 순간 대신 색다른 제안을 한다. 바로, 캐빈에서 즐기는 요가 클래스. 한 캐빈 안에서 최대 6명까지 함께할 수 있다. 관람차가 회전을 두 번 하는 동안 전문 강사와 함께 요가를 하는 이 클래스는 언젠가 TV 여행 프로그램인 <배틀트립>에 소개된 적이 있다. 씨스타의 소유와 다솜이 할 때는 설정인가 싶었는데, 정말 1시간 동안 제대로 요가를 진행한다. 참여자의 레벨에 맞춰, 강사의 목소리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전용 헤드셋을 낀 채. 관람차가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계속 나를 감싸는 풍경 때문에 나의 몸이 세상에 긴밀하게 속해 있는 기분이 든다.

하이 롤러 HighRollerLV.com

 

그러니까 여행책들이 ‘엔터테인먼트 제국’이라고 표현하는 이곳에서는 ‘부지런히 논다’는 개념을 A부터 Z까지 리스트화할 수가 있다. 도시에서 논다고 할 때 예상 가능한 것들에 대자연까지 거드는, 요가하며 리프레시 하고선 그 정화된 심신으로 다시 왁자지껄하게 놀 수 있게 만드는 도시. 인앤아웃에서 버거를 먹고 나오면 스탠딩 코미디 클럽이 눈앞에 보이고, 좀 걷다 보면 머리 위로 집라인을 타는 사람들이 미끄러진다. 그 다종다양하며 복합적인 흥겨움의 하루가 저물어갈 즈음이면 이 도시의 지렛대와도 같은 공연을 즐기기 알맞은 시간대다. 인간의 몸이 가진 가능성을 경이로운 수준으로 시험하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물과 서커스를 접목한 ‘오(O)’, 비틀스 시대를 홀로그램과 다양한 특수 효과로 재현하는 ‘비틀스 러브’, ‘마이클 잭슨 원’ 등 여러 종류의 작품을 전용 극장에서 매일 상연한다. 씨저스 팰리스 호텔의 전용 극장에서 열리는 ‘압생트(ABSINTHE)’는 태양의 서커스식 기예를 SNL 스타일로 선보이는 19금 버라이어티 쇼다. 다채로운 쇼와 음악 페스티벌까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는 사실 다른 목적보다 오직 공연을 섭렵하겠다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도 방문할 만한 곳이다. 하늘과 땅이, 낮과 밤이, 실내와 실외가 온통 즐겁다.

압생트 예매 사이트 spiegelworld.com 

태양의 서커스 O 예매 사이트 cirquedusoleil.com 

 

스트립과 달리 빈티지한 매력이 있는 다운타운의 프리몬트 스트리트 구간에는 길이 450m에 이르는 거대한 돔 스크린이 설치돼 하늘을 대신한다. SF적인 영상이 흐르다가 저녁이면 LED 전구 쇼가 펼쳐지는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