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 가치가 있는 중고 패션예 매료된 사람들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USED 팔아요

2020-03-25T18:33:38+00:002020.03.25|FASHION, 트렌드|

중고 거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Z세대는 윤리적인 방식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다. 이는 그간 오랜 세월 쳇바퀴처럼 돌며 단단하게 굳어온 패션 흐름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SPA’와 ‘유행’의 자리에 ‘중고 마켓’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건실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나 입고 걸치는 흔한 패션보다는 희소 가치가 있는 패션에 강렬하게 매료된다.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보다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를, 루크와 루시 마이어의 질 샌더보다 라프 시몬스의 질 샌더를 입기 위해 중고 시장을 뒤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서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처럼 중고 시장이 활발하기도 수 년 전인 아주 오래 전부터 중고 거래를 해왔다. 보통은 그것이 ‘패션’이라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 생각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 범위는 무한하다. 건축과 가구에 관심이 많아 의자나 식탁, 조명처럼 온갖 인테리어 소품은 주로 나에게 구매의 대상이 된다. 한국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의 중고 사이트를 뒤지는 편인데, 배송 과정에서 파손된 적이 꽤나 있지만 그래도 한국에 없는 걸 가졌다는 마음에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나에게 있어 주로 판매의 대상이 되는 건 패션 아이템이다. 그 때 그 때 인기 좋은 브랜드들을 덥석 사는 편이라 한 철 지나면 바로 팔곤 한다. 언제, 어디서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 그런 옷들 말이다. 요즘 주구장창 입고 다니는 GmbH의 팬츠나 알릭스의 점퍼는 아마 내년 이 계절이면 내 손을 떠나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있을 테다.” – 김재훈 (포토그래퍼)

“헬무트 랭이 만든 헬무트 랭, 90년대의 앤 드뮐미스터, 톰 포드가 디렉팅 하던 시절의 구찌.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 했던 시절의 옷들을 구경하고 사는 걸 좋아한다. 해외에 갈 때마다 무조건 소문난 세컨 핸즈 샵에 들리는 이유다. 차곡 차곡 나름의 아카이빙을 쌓았지만 문제는 그걸 입지 못하고 모셔만 둔다는 거에 있었다. 무엇보다 역병이 세상을 관통하는 시절 속에서 집에만 있는 일이 늘다 보니 그 귀중한 옷들이 결국엔 처치 불능의 곤란함처럼 보이더라. 요즘 유행한다는 중고 마켓의 어플리케이션을 깔고 구매가의 반값에 올렸더니 바로 바로 팔렸다. 아쉽긴 했지만 수년간 고이 간직만 해둔 한 옷들을 팔고 나니 미련만 남았던 전 남자 친구와 완전하게 이별하는 기분이 들었다. 차곡 차곡 쌓인 현금은 덤이다.” – 김지수 (프리랜서 에디터, ES 컨설턴시 디렉터)

“서울의 중고 마켓은 참 편리하다. 즉석에서 바로 사진을 촬영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올리기만 하면 되니까. 이후의 과정은 더욱 놀라울 정도로 간편하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고 거래의 과정도 아주 손쉽다. 무엇보다 해외 출장이 잦은 직업이다 보니 소소하게 모은 아이템들이 많았고, 이가 희소성이 높다 보니 금방 거래가 이루어지더라. 무엇보다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이 누군가에게 유용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 된다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기까지 하다. 에피소드로는 한 번 신어 새 것과 같은 신발을 거의 90% 할인된 가격에 올린 적 있었다. 그 때 계속 해서 더욱 값을 깎아 달라 안달인 구매자를 만났다. 안쓰러운 마음에 흔쾌히 판매를 수락 후 퇴근 길에 그녀의 집 앞에 직접 가져다주러 갔는데, 정말 으리으리한 고급 빌라에 살더라.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앞으로의 삶에 더욱 신중해져야겠다는 나름의 교훈을 얻었다고나 할까?” – 이숙경 (메이크업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