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싱글 앨범 '맨날'로 돌아온 뮤지션 빈스 인터뷰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본능적으로

2020-01-29T21:11:45+00:002020.01.30|FEATURE, 피플|

뮤지션 빈스는 꽤나 즉흥적이다. 어느 날 이름을 죠리에서 빈스로 새로 쓴 것하며, 첫 싱글 앨범 <맨날>을 하루 만에 만든 것까지. 이번에 나올 새 앨범 역시 그렇다.

프레임 장식의 브로치는 샤넬, 가죽 쇼츠는 알렉산더 왕 제품. 신발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본명은 이준석, 영어 이름은 조셉 리, 아티스트로서는 죠리로도 유명하다. 이름에 따른 인생의 변천사가 궁금하다. 우리 부모님은 준석이라고 부른다. 친구들은 조셉 리, 혹은 조라고 부른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고, 그때부터 죠리라는 이름을 썼다. 더블랙레이블에 들어온 지 4년, 운이 좋아 많은 가수들과 작업했다. 선미의 ‘가시나’, 지드래곤의 ‘Superstar’, 태양의 ‘White Night’ 등 앨범 8곡 중 7곡에 참여했다. 아이콘의 ‘죽겠다’, 위너의 ‘Ah Yeah’ 등을 만들면서 인지도가 생긴 듯하다.

그러던 중 2019년, 돌연 빈스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4년간, 블랙 레이블에서 프로듀싱하며 내 음악도 준비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이름까지 바꾸고 새로 시작하는 게 어떨까?’ 싶어 결단을 내렸다.

이름을 정하면서 여러 후보군이 있었을 듯하다. 별의별 이름이 다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영어로 ‘웨인(Wayne)’이라는 이름이었는데 한자로는 ‘외인(外人)’, 즉 외롭고 고독한 이방인이라는 이름도 후보에 있었다. 문득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빅뱅의 지드래곤, 태양만 봐도 평범한 이름이지만 지금은 한 분야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그래서 의미를 따질 필요도 없이 주변에서 ‘멋진 이름’이라고 한 ‘빈스’를 쓰기로 했다.

‘빈스’를 검색하면 과자 빈스, 농구선수 빈스 카터, 빈스 스테이플스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힙합 팬 누군가 그냥 ‘빈스’라고 부를 때 스테이플스가 아닌 당신을 뜻하는 때가 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한참 걸릴 듯하다. 유명한 빈스가 정말 많다. 심지어 빈스 맥마흔이라는 WWE 레슬러도 있고(웃음). 한 단계씩 올라가야지. 지금은 아카이브를 쌓는 중이다. 언젠가는 ‘빈스’를 검색하면 내가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이번에 나올 앨범으로 가능할까? 내는 앨범마다 노리고 있다.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웃음).

4년 전의 죠리, 지금의 빈스. 어떤 점이 달라졌나? 목소리가 바뀌었다. 나이가 든 건지, 노래를 많이 불러서 실력이 향상된 건지는 아직 미지수지만(웃음). 패션도 변했다. 전에는 가격이 무서워서 못 입던 것들도 더블랙레이블 형들 덕분에 하나둘 접하고 있다.

브이넥 슈트 재킷은 발렌시아가, 볼드한 체인 네크리스는 디올맨, 브레이슬릿은 애플워치 제품. 링과 이어링은 본인 소장품.

인간 빈스는 어떤 사람인가? 입맛은 누구보다 미국인이다. 파스타와 햄버거를 좋아한다. 하지만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국 정서가 있다. 부끄럼이 많고, 예의를 중시한다. 그래서 술도 두 손으로 받고(웃음).

주로 다른 아티스트를 프로듀싱해주다가 2019년 10월 2일, ‘맨날’이라는 곡을 발표하고 새로운 챕터를 시작했다. 빈스로서 첫 행보기도 하고. ‘이렇게 음악이 재미있구나’ 느낀 계기다. 3년간 더블랙레이블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진지한 곡, 발라드, 심지어 댄스곡도 만들었다. ‘나의 첫 곡은 뭐로 하지? 랩? R&B? 팝?’ 그러던 중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는 비트 하나가 눈에 띄어서 거기에 프리스타일을 했다. 1절부터 후렴까지 녹음하고 듣고 있는데 오케이션 형이 작업실에 놀러 왔다. “2절은 내가 한번 해볼게.” 그렇게 하루 만에 ‘맨날’이라는 곡이 나왔다. 우연히도 그 전날 클럽에 갔고 그 여성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 상상을 가사로 쓴 곡이다. 3년 동안 준비했지만 정말 가볍게 첫 곡을 정했으니 여러 감정이 일었다. ‘결국 이렇게 고민할 게 아니구나’ 싶더라. 그동안 뭘 해도 성에 안 찼다면 그때 훌훌 털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의 지휘자, 혹은 조력자로 작업할 때와 본인이 본인 음악을 끌어가는 일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프로듀서로서 누군가의 곡을 만들 때는 ‘좋으면 장땡’이라는 마음이 있다. 어쨌든 나는 음악만 신경 쓰면 됐으니까. 태양, 지드래곤, 선미 등은 음악만 만들어주면 그들만의 퍼포먼스로 녹였다. 근데 내 음악은 다르다. ‘이게 멋이 있나?’ ‘너무 앞서 나가는 건 아닐까?’ 등등 고민하는 지점이 많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다행히 그들과 경험하면서 간접적으로 많이 배웠다.

곧 발표할 싱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어떤 곡인가? ‘클럽에서 이 노래가 나온다면 폴짝폴짝 뛸 수 있는 그런 음악이다. 이번 곡 역시 금방 완성됐는데, 피처링을 도와준 아티스트와 죽이 잘 맞았다. 2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게 있다면? 비트와 플로. 랩처럼 툭툭 던지는 식으로 노래했다. 사람들이 가볍게 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고 음악은 웅장하길 바랐다. 그래서 가사나 전체적인 음악 분위기 곳곳에 내 취향이 묻어난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두 개의 곡을 냈다. 이제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는 감이 잡히나? 전혀. 내가 가진 모습이 10개라면 아직 1개밖에 안 보여준 느낌이다. 다음은 레게 느낌의 곡도 생각 중이다. 최근 아크로 팝이나 라틴 음악에 빠져 있는데, 그만큼 내가 영향을 받은 음악들,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을 앨범에 담아내고 싶다.

언젠가는 빈스가 애절하게 노래하는 트로트 같은 곡도 들을 수 있으려나. ‘나는 뼛속까지 힙합이야’라는 마음이 있지만 ‘최근 트로트가 R&B랑 크게 다를 바 없구나’라는 생각도 한다. 노래 부를 때의 ‘꺾기’도 비슷하고. 한국인이라면 주체할 수 없는 ‘흥’을 생각해보니 교집합이 많은 장르다.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군(웃음).

버튼 랩 장식의 슈트 세트, 스케이트보드 바퀴 장식 액세서리, 자물쇠 모양 네크리스는 모두 디올맨, 롱 네크리스는 에디 보르고 제품.

태양, 지드래곤, 선미 등은 음악만 만들어주면 그들만의 퍼포먼스로 녹였다.

근데 내 음악은 다르다. ‘이게 멋이 있나?’ ‘너무 앞서 나가는 건 아닐까?’ 등등 고민하는 지점이 많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빈스가 음악을 만들면서 이것 하나만큼, 늘 유지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점 하나를 꼽자면? 즐겨 듣고 좋아하는 걸 표현하자. 누군가에게 생소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기도 하고 누구보다 앞서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너무 트렌디한 음악은 대중이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발, 두 발이 아닌 딱 반 보만 앞서고 싶다. 음악도 어느 정도는 자극적이어야 재미있고 들을 맛이 나니까. 더블랙레이블 식구들은 정말 깨어있는 시간의 80%는 음악 생각, 음악 이야기밖에 안 한다. 늘 음 악을 듣고 연구하고 만든다. 그래서 자신감이나 자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나머지 20%는 무슨 생각을 하나? 패션(웃음)? 음악 외의 것들이겠지. 나는 음악의 역사도 관심이 많다. 특히 R&B나 힙합의 역사.

‘힙합계의 설민석’인 셈이군. 하하. 맞다. 딱 그런 느낌(웃음).

빈스가 생각하는 ‘멋’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국 멋이라는 건 ‘있어 보이는 것’보다 자기 옷처럼 잘 맞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힙합 신에서 ‘Flex’ 다음으로 ‘Dripping’이라 는 단어를 쓰는데, 말 그대로 멋이 뚝뚝 흐른다는 의미다.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그냥 존재 자체가 멋진 거지.

그런 의미에서 빈스가 가장 멋지다고 생 각하는 사람은 누군가? 국외로는 퍼렐. 어릴 때부터 음악, 패션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10년 전에 물어봤어도 퍼렐이라고 대답했을 거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런 의미에서 국내에서는 테디 형이다.

테디, 전설 속 인물의 이름을 들은 느낌이다. 그의 어떤 점이 멋지나?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 가수로서 테디 형만큼 좋은 본보기가 없다. 가수로서 정점 을 찍은 사람이고 그 후로도 20년을 국 내 톱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옷도 잘 입는다. 단 하루, 한 치의 멋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에는 어떤 음악과 문화를 접하며 자랐나? 처음 CD를 산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우탱클랜의 앨범이었다. 그때부터 CD를 사서 모으는 게 취미가 됐다. 아마존에서 앨범 커버만 멋있으면 사서 들었다. ‘음악을 해야겠다’가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니 집에서 비트를 만들고, 거기에 랩도 입혀보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싱어송라이터’로 불러주더라.

지난 몇 년간, <쇼미더머니> 그리고 다양한 힙합 아티스트의 활동으로 한국 대중문화에서 힙합이 차지하는 지분이 무척 커졌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힙합 문화를 접한 사람으로서, ‘한국 힙합’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 10 년 전만 해도 힙합, R&B라는 장르는 미국 것을 모방하는 느낌이 강했다. 지금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모방이 아닌 ‘한국 힙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지금 과연 힙합을 완전 미국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 애플에서 세계적인 스마트폰을 만들지만 우리나라도 그에 필적하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것처럼? 정확하다(웃음). 예전에는 한국 가수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영어가 가능한지, 영어로 번역해서 노래를 불렀는지가 중요했다. 지금은 한국어로 노래해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다. BTS, 블랙핑크가 그렇다. 그게 정말 멋있는 거지. 역수출한 거니까(웃음).

직업란에 적을 일이 있으면 직업이 뭐라고 적나?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는 싱어송라이터. 해외에 나갈 때 직업란에는 부끄러워서 못 적겠더라. 그래서 늘 ‘Student’라고 적고 있다. 인생을 끝없이 배우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웃음).

솔로 아티스트로서 두 번째 활동을 앞두고 어떤 목표가 있나? 단순하다. 죽기 전에 빈스로서 해보고 싶었던 곡을 다 보여주고 싶다. ‘이번 곡 으로 1위를 해야 해’ 이런 건 없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고 ‘이 노래는 좋다’, ‘멋있네’라는 반응이 있길 바란다. 음원 순위는 크게 상관없고.

문득 ‘음원 순위’ 하니까 생각이 났다. 최근 음원 사재기와 차트 조작이 가요계에서 큰 이슈다.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인 빈스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나? 음악만 좋다고 1등을 하긴 어렵다. 미국 빌보드조차 예전처럼 깨끗한 그림이 아닌 듯하다. 점점 음악을 소비하고 전달하는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뮤지션 드레이크 수입의 90%가 ‘음악 외의 분야’라고 한다. 아마 굿즈나 광고, 협업, 미디어 노출 같은 것들이겠지. 최근 래퍼 염따가 티셔츠, 굿즈를 판매한 것도 드레이크와 비슷한 양상이 아닐까?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 음원 시장은 변하고 있다.

그런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서 빈스의 행보가 궁금하다. 천천히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인생 멀리 봐야지. 언젠가 트로트를 할 수 있는 그날까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