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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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어떤 해냐고 묻는다면, 우선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는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존 발데사리의 ‘‘Beethoven’s Trumpet (with Ear) Opus #133’

클래식 음악계와 유서 깊은 박물관, 그리고 한 도시가 동시에 들뜨는 분위기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탄생 250주년’ 때문이다. 예술의전당에서는 KBS 교향악단이 매번 다른 지휘자와 협연으로 구성한 세 차례의 <올 베토벤>,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8번 공연 등을 봄부터 연말까지 배치했고, 6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 협연 등 거의 1년 내내 베토벤이 울릴 예정이다. 4년 전 국내에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른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는 6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다.

베토벤이 자리 잡고 인생 대부분을 보낸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어떨까? 몇 달 전 비엔나관광청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은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음악인을 왕족처럼 대해주는 도시는 비엔나만 남은 것 같다. 택시 안에서도 베토벤 음악이 흐른다. 생전 베토벤은 런던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비엔나에서 아예 생활비를 지원하며 대접해줬다.” 작곡가 한스 짐머도 ‘지구상에서 음악가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는 한 곳이 있다면 바로 비엔나’라고 말한 적이 있는 걸 보면, 이 도시에 흐르는 음악적 기운을 짐작할 수 있다.

비엔나관광청 웹사이트에서 베토벤 관련 소식을 찾아보니 크고 작은 이벤트 수가 상당한데, 베토벤의 ‘본진’인 도시에서 공연보다 더 끌리는 건 고전 자료와 기반이 풍부한 전시 쪽이다. 이를테면 ‘빈 분리파의 집’으로 통하는 전시관 제체 시온(Secession)에 가면 구스타프 클림트가 만든 가로 34m짜리 벽화 ‘베토벤 프리즈’가 늘 그 자리에 있으니까. 눈에 띄는 전시 하나는 존 발데사리와 레베카 호른의 조각, 윌리엄 터너의 스케치북 등 베토벤에 관한 고전과 현대가 믹스된 빈 미술사 박물관의 <Beethoven Moves> 전(325일부터 75일까지)이다. 레오폴트 미술관의 <Inspiration Beethoven. A Symphony in Pictures from Vienna 1900> 전(530일부터 921일까지)은 아르누보 화가 요세프 마리아 아우헨탈러가 베토벤 교향곡 6번을 모티프 삼아 기념비적인 그림 전시를 열었던 것을 재현한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이미 이곳 저곳에 퍼지고 있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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