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등장한 바 다섯 곳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어둠을 향해 흔들흔들

2019-12-11T22:22:51+00:002019.12.12|FEATURE, 라이프|

연말의 마지막 주 닷새를 바에서 보내는 호사를 위하여, 올해 새로 등장한 바 다섯 곳을 골랐다. 특별히 부드러운 인사와 놀라운 칵테일이 있는 곳으로.

낮이나 밤이나 어쨌든 칵테일, 안다즈 서울 강남 조각보 칵테일 바

칵테일을 다루는 바 업계의 요즘 화두는 ‘음식’이다. 공들여 만든 칵테일 한 잔에 어울릴 만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요즘 문을 여는 바들은 오픈 키친을 갖추거나 주방팀을 아예 꾸리기도 한다. 지난 9월 문을 연 압구정의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의 ‘조각보’ 레스토랑을 보면 그 흐름이 정확히 보인다. 기존의 호텔 바는 로비의 성격을 띠거나 카페와 라운지 기능을 했다면 안다즈는 레스토랑과 바의 경계를 허물고 음식과 칵테일이 마음껏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게 만들었다.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일도, 어둑한 분위기에 어깨가 움츠러들 일도 없다. 바텐더가 낮에도 상주해 올데이로 칵테일을 즐길 수 있고 저녁 식사를 고르고 그게 맞는 칵테일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도 오고, 젊은 20대 커플도 자주 옵니다. 그동안 바에서 보아오던 손님층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양하다는 걸 느껴요.” 송가람 바텐더의 말처럼 낮아진 호텔 바의 문턱 덕에 동네 카페를 찾듯 칵테일을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됐다. 조각보 칵테일 바에서는 한국 술로 만든 시그너처 칵테일과 무알코올 칵테일이 특히 인기다. 건고추를 인퓨징한 테킬라를 사용한 KSpicy 마가리타 한 잔에 케사디야를 페어링해서 즐겨보면 왜 좋은 음식에 좋은 칵테일이 필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쌀 음료 ‘아침햇살’을 베이스로 민트와 구운 호두를 더해 모히토를 재해석한 칵테일 밀키스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논알코올 칵테일의 유행을 반영한 칵테일이다.

 

을지로의 밤, 바 숙희

을지로의 밤은 날이 갈수록 더 뜨거워진다. 올해 1월 을지로 골목 안 쪽에 문을 연 바 숙희에도 대학생부터 노부부 커플까지 다양한 사람이 오간다. 한남동과 청담동에 집중되어 있는 칵테일 바의 경쟁 구도에서 조금 벗어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단골손님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수원 오너 바텐더를 을지로로 이끌었다. “무교동과 다동을 포함해 이 일대를 밤마다 돌아다녀봤어요. 생각보다 밤에도 거리에 사람이 많았고 무엇보다 편하게 술을 마시러 오기 좋은 동네로 느껴졌습니다.” 숙희는 이수원 바텐더의 어머니가 직접 그린 한국화 코스터부터 시작해 자개 장식의 백바까지 클래식한 인테리어로 내부를 꾸몄다. 바텐더들도 슈트를 입고 타이를 맨다. 하지만 쾌활한 바텐딩과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한 운영 방식은 첫인상과는 조금 다르다. “들어오면 언제나 같은 직원이 반겨주는 바, 언제든 생각나면 들를 수 있는 편안한 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 가게는 연중무휴입니다. 명절에도 쉬지 않아요. 물론 직원 복지는 제대로 챙기고 있고요. 손님이 언제든 편하게 오는 동네 바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이 곳에선 같은 칵테일이라도 만드는 바텐더마다 자신의 스타일을 반영하고, 이를 즐기는 단골이 자주 찾는다. 칵테일뿐만 아니라 위스키나 브랜디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숙희는 풍성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백바를 들여다보면 새로 발견하게 되는 술, 한정판 위스키, 올드 보틀 등이 가득 세워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주는 음악, 올드나이브스 성수

스테이크와 위스키를 함께 즐길 수 있었던 해방촌의 올드나이브스를 만들었던 김태민 대표가 만든 새로운 공간이다. 해방촌에선 키친과 바를 한 카운터에 접목한 특유의 분위기로 바 업계에 작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면, 이번엔 음악과 칵테일을 한곳에 묶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 해방촌의 디스코서프와 함께 손을 맞잡고 음악 리스트를 고르고 디제이 부스와 바를 한 장소에 배치한 것이다. 기존의 바들이 의외로 음악 리스트에 공을 기울이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곳에선 그 아쉬움이 한 방에 사라진다. “보통 바에 가면 디제이 부스가 한쪽 구석에 따로 마련돼 있고, 특별한 파티가 있을 때만 그 공간을 쓰잖아요. 저희는 아예 손님이 바에 앉아서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와 바이닐로 디제잉을 하는 DJ가 한 눈에 들어올 수 있게 부스를 만들었습니다.” 이곳의 칵테일은 올드나이브스가 잘하는 미국 클래식 칵테일을 위주로 하면서 포트 와인 같은 주정강화 와인을 함께 선보인다. 올드패션드, 맨하탄, 위스키사워를 주야장천 마시는 입맛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곳에서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달콤한 주정강화 와인으로 색다른 마무리도 가능하다. 도곡동의 햄버거 가게 ‘원스타 올드패션드’로부터 전수받은 레시피를 기본으로 하는 햄버거 메뉴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늘 자신이 속한 영역과 테두리 밖의 영역을 교차시키면서 새로운 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김태민 대표의 행보는 아직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차와 칵테일과 과학의 삼박자, 바 티센트

새로운 바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찾아가봐 도턱이 떨어질 만큼 놀란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바 티센트는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서울의 바 신(Scene)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곳이다. 오너 바텐더 앤디 윤은 좋은 맛, 탁월한 서비스, 색다른 분위기는 어딜 가든 기본으로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에 더 확실한 개성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도수 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논알코올도 인기입니다. 그래서 차가 칵테일 재료로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했고요. 상향 평준화된 바 업계에서 저희만의 술로 만든 개성 있는 티 칵테일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티 소믈리에로 활동한 바 있고 평소 향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차와 칵테일의 결합을 떠올렸다. 그 결합의 방식은 단순히 인퓨징에 머물지 않는다. 강압 증류기와 초음파 분산기 등을 활용해 차와 술을 결합하는 티센트만의 방식은 지금 서울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흔하게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다. 열을 가해 증류하는 것이 아니라 끓는 점을 낮춰 재료와 성분의 변화를 만드는 강압 증류기를 사용해 차의 향을 품은 술을 재증류해 만들면 차가 가진 타닌감과 다양한 풍미를 확실하게 살리면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차라는 전통과 과학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모든 칵테일에 차를 활용하고 있어요.

 

우리 집 거실처럼 편한 바, 연남마실

연남마실은 오랫동안 호텔리어로 일한 부부가 연남동의 작은 주택을 개조해 만든 포근하고 아늑한 바다. ‘호텔리어’라는 단어와 ‘작고 포근한’이라는 설명이 함께 붙어 있을 때의 재미야말로 이 바를 제대로 즐기는 매력 포인트다. 최상의 서비스와 최고의 퀄리티를 경험해본 이들이 재킷을 벗어 던지고 바와 칵테일에 대해 쉽고 흥미로운 가이드를 제시한다. 그렇게 바의 문턱을 낮추고 바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앞마당을 널찍하게 깔아주는 역할을 자처했다. 그리고 연남마실엔 정말로 아기자기한 앞마당이 있다. “여름엔 앞마당에서 손님이 셀프로 스테이크를 구워 칵테일과 함께 드실 수 있고요, 겨울엔 실내에 있는 주물 난로 앞에서 몸일 녹이며 칵테일을 즐길 수 있어요. 동네 마실 나오듯이 올 수 있는 바라는 뜻으로 공간 곳곳을 만들었고 그래서 이름도 연남 마실로 지었습니다.” 연남마실의 이민규 오너 바텐더는 이곳에서 싱글 몰트위스키를 처음 마셔 보는 사람도 많고, 공들여 만든 칵테일도 처음 맛보고 ‘이런 세계도 있구나’ 눈을 뜨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바와 칵테일을 입문자에게 소개하고, 연남마실을 발판 삼아 다른 바에서 더 쉽고 재미있게 칵테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래서 칵테일 메뉴도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메뉴이되 연남마실만의 작은 킥을 더해 더 쉽게 칵테일을 즐길 수 있게 돕는다. 칵테일 ‘위스키 사워’에 팝콘 향이 나는 시럽을 더하거나 ‘올드패션드’에 로스티드 아몬드 시럽을 살짝 더하는 식이다. 그래서 칵테일 문화에 익숙한 이들도 연남마실에서는 한 톨의 지루함도 느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