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트렌드를 주름잡은 부르주아 트렌드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부르주아 선언

2019-12-05T22:40:39+00:002019.12.06|FASHION, 트렌드|

셀린으로 돌아온 에디 슬리먼의 부르주아 봉기. 부르주아가 이번 시즌 트렌드를 주름잡은 내막에는 과연 무엇이 있나?

갈색 재킷은 골든구스, 주름 장식 체크 스커트, 블라우스, 스카프, 검은색 부츠는 모두 셀린 제품.

길게 뻗은 런웨이 위로 둥실 떠 있던 거울 상자가 내려오고, 그 안에 서 있던 소녀가 걸어 나왔다. 에디 슬리먼이 두 번째 펼친 셀린 런웨이 장면이다. 주름진 무릎길이, 갈라진 시골풍 체크 치마, 홀스빗 벨트, 흰색 실크 블라우스, 프린트된 로고 스카프, 까만 블레이저에 윤기가 흐르는 무릎길이의 하이힐 부츠, 단정한 숄더백, 에이비에이터 선글라스 등등. 이것은 아주 오래되고 오래된 셀린이 아닌가. LVMH가 셀린을 인수하기 훨씬 전, 피비 파일로의 전임자 마이클 코어스의 셀린보다 더 전에, 소수 라벨로 판매되던 이제는 아득한 그 시절의 셀린 말이다.

회색 코트, 프린트 셔츠, 로고 패턴의 스카프, 주얼 장식 힐, 귀고리는 모두 버버리 제품.

하지만 1970년대 소녀들의 옷장에서 바로 꺼낸 듯한 이 옷을 칭하는 부르주아, ‘B워드’는 모두에게 환영받는 단어는 아니다. 19세기 말에 부르주아는 프랑스 소설가들 사이에서 자주 조롱의 대상이었는데 스탕달, 귀스타프 플로베르는 “부르주아는 문화적 취향도 없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라고 비꼬았고, 이브 생 로랑의 전설적인 뮤즈 베티 카트루(Betty Catroux)는 “부르주아 여성은 지루함의 살아 있는 화신이다. 그들은 규범과 규칙을 따르고,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사고방식을 공유한다”라며 지극히 경멸적인 어조로 취향 없음을 지적했다. 특히 1968년 학생 운동과 반문화의 탄생은 히피 스타일을 절정으로 이끌었고, 우드스톡 세대의 청바지와 면 티셔츠에 비해 부르주아는 노부인처럼 구식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복수심에 불탄 노부인은 귀환에 성공했다. 금새 패션은 히피 룩에 싫증이 나고 안정적인 사회 구조에 목말라했는데, 사실 이런 모순적 현상은 패션의 본성과도 같지 않나. 독일 디자이너 루츠 후엘(Lutz Huelle)은 “난 경력 초기에 부르주아처럼 보이는 것을 격렬하게 피하고자 했다. 심지어 그게 내가 90년대에 런던으로 이사한 이유다.” 하지만 2019년 그의 가을 컬렉션은 부르주아 코드로 가득 찼다. “이 스타일은 구식처럼 느껴지곤 했지만, 예전에 전복적인 것들이 규범의 범주에 속하게 되면서부터, 부르주아 스타일이 다시 현대적으로 느껴졌다. 사람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데님을 입는 것에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파리에서 목격한 부르주아 스타일의 컴백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유류세 인상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는 5개월에 걸쳐 사회 불평등 해소에 대한 항의로까지 발전했다. 샹젤리제 거리의 고급 부티크와 16구의 고급 주택은 시위대의 표적이 되었고, 마크롱 대통령은 부자들의 대통령이라 불리게 되었다. 덴버 미술관의 패션사학자 겸 큐레이터인 플로렌스 뮐러는 “부르주아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상징으로, 사회가 분명하게 조직되었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보여준다”며, “반듯하게 잘 닦인 전리품이 패션으로 다시 등장하는 것은 분명 대중에게 진정되고 안심되는 느낌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떠들썩한 시대에 부르주아적인 모습은 분명 패션의 안식처로 보여진다.

그리고 비평가들은 부르주아 스타일의 귀환에 뜨겁게 환호했다. 혹자는 에디 슬리먼이 프랑스에서 자란 소년으로서 그가 체득한 파리 상류층과 중산층 스타일 사이의 틈새일 거라 예측하기도 했다. 실크로 만든 드레스, 피코트와 재킷 콤보의 변주, 스키니 진과 하이 부츠 등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그의 런웨이는 어떤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물론 3월의 런웨이는 부르주아 물결이 넘쳤다. 무릎을 덮는 치마와 사이하이 부츠, 여성스러운 블라우스, 차분한 색감의 재킷과 피코트는 펜디, 버버리, 발렌시아가 등에서도 목격됐다. 하지만 에디의 일관성은 부르주아를 잠시 가지고 놀던 다른 디자이너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무명의 록밴드와 LA 유스 문화에 집착하던 그가 자신의 취향을 잠시 내려놓은 건가 싶기도 했지만, LVMH가 사랑하는 상품의 마법사답게 그의 고집스러운 방식은 다른 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주 예의 바른 셀린의 로고 백, 홀스빗 벨트, 말랑말랑한 가죽 부츠 등 우리가 이번 시즌 반드시 사야 할 것들은 분명 런웨이 위에 있었다.

이것은 그의 커리어 중 생로랑에서 보낸 시기를 벗어나고, 패스트 패션을 조롱하는 일종의 선언이다. 가장 프랑스식 방식으로 선언하는 파리 부르주아 계급의 봉기. 물론 그의 팬이라 면 알겠지만 우리가 이 트렌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벌써 유행은 만장일치로 그가 분 마법의 피리 소리를 따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