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미래

W

디자이너 나타샤 진코는 지속 가능성, 다양성, 진실성을 화두로 지난 7년 동안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SNS를 점령한 스타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넘어 자신만의 견고하고 소신 있는 철학으로 친환경적 행보를 이어온 나타샤 진코를 서울에서 만났다.

나타샤 진코

아들 이반 진코

요즘 서울은 패션 이슈가 많았다. 어떤 일로 한국에 왔나? 반갑다. 아들이 학교 방학 시즌이라서 가족과 함께 놀러 왔는데 한국이 매우 마음에 든다. 현대 미술과 패션, 그리고 음식이 인상적이다. 사람들도 매우 친절하다.

나타샤 진코를 얘기할 때 ‘지속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친환경 패션이 화두인데,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이를 실현 중인가? 매우 중요한 주제다. 우리 모두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2018년 가을부터 회사의 초석을 지속 가능성, 다양성 그리고 진실성에 두고 지속 가능 실현 사업을 소개해왔다. 그중, 진실성이 가장 중요한 단계다. 나는 런던 스탠퍼드 거리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며 매장 앞 거리에서 런웨이 쇼를 진행했다. 컬렉션의 모든 좌석은 지난 컬렉션의 남은 재고로 만들었다. 빈티지 반다나를 대량으로 구매해 코르셋 드레스, 바지 그리고 셔츠를 만들었고, 지난 시즌의 남은 재고를 재활용해 독특한 드레스와 재킷을 만들었다. 또 8년 전 진행한 내 첫 번째 컬렉션의 천 조각을 활용해 수공예 롱 드레스도 디자인했다. 그 드레스는 하루에 7시간씩 6개 재봉틀로 제작해, 총 8일이 걸려 완성됐다. 이러한 과정을 알면 우리 브랜드 제품의 모든 요소가 특별해질 것이라 믿는다.

친환경 패션을 향한 움직임은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맞다. 최근 내 고향인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지속 가능 공공협의회’를 론칭하고 기금을 투자했다. ‘모구 세베 포즈볼리트(Mogu Cebe Pozvolit)’는 우크라이나 말로 ‘나는 가치가 있다’라는 의미다. 협의회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굉장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지방 정부가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데사에서는 재사용, 1회용품 감소, 재활용 프로그램인 3R(Reduce Reuse Recycle) 프로그램이 항상 있어왔지만, 과거에는 정치 사업 프로그램으로 운용되었다. 현재 오데사의 시민들은 종이, 플라스틱, 유리와 철 용기로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이미 이러한 변화와 실천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프로젝트의 주 목적은 사실 교육이라 볼 수 있다. 캠페인의 내용은 옥외 광고판에 여전히 설치되어 있으며, 소셜 미디어에 수시로 게시된다. 이 캠페인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우리는 용기와 확신으로 늘 가득 차 있다.

나타샤 진코는 주얼리에서 시작해 여성복과 남성복까지 전개한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가는 것이다. 남성복은 나에게 새로운 분야지만 나는 아들 이반으로부터 다양하고 창의적인 영감을 얻는다. 늘 함께하는 듀오다.

아들과 함께 일한다니 너무 근사하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궁금하다. 그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는지도! 이반은 12세이며, 매우 창의적인 아이다. 처음엔 단순하게 시작했다. 이반이 내 사무실과 쇼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그는 이미 뼛속부터 패션산업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다. 질문도 자주 하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와 함께 몇 년 전 남자아이들을 위한 작은 컬렉션을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그 컬렉션의 이름을 듀오(DUO)라고 불렀다. 하지만 컬렉션이 끝난 후, 이반은 보통의 부모가 아이들에게 패셔너블한 의류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보편적인 옷을 사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이반은 나에게 남성복을 시작하라고 설득했다. 우리는 무드보드에 아이디어를 모은다. 그런 다음 천과 재단해야 하는 것을 함께 고른다. 그 후 샘플을 상의하고 수정한다. 대부분 이런 식이라 보면 된다.

SNS의 수혜를 받은 디자이너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시대의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SNS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디자이너들이 재활용하지 못하는 천과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SNS를 통해 어떻게 낡은 옷을 재사용할지 고민하고 현실화해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창구가 아닐까?

앞으로 패션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가? 패션을 통해 순간을 즐기고, 행복을 느끼시라.

패션 에디터
김민지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