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신인 배우들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Who, Me?

2019-11-24T22:22:58+00:002019.11.25|FEATURE, 피플|

올해가 가기 전에 두 눈 크게 뜨고 우리의 얼굴과 이름을 담아두세요. 이제 막 쓰인 문장과 같은 청춘을. 배우라는 이름으로 상쾌한 느낌표를 찍어갈 우리를.

김도완

KBS <드라마 스페셜 – 사교 땐스의 이해>

JTBC <열여덟의 순간>

MBC <위대한 유혹자>

영화 <걸캅스>, <박화영>

니트는 아크네 스튜디오, 팬츠는 루이 비통 제품.

시간만 허락한다면 김도완과 끝도 없이 대화를 나눴을지도 모른다. 장편 소설 세 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는 배우와는 책과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만 주고받아도 말이 말을 낳았을 테니까. 책을 즐겨 읽지만 재미없으면 바로 덮는다는 그는 최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상실의 시대>, 그리고 <그리스인 조르바> 읽기를 병행했다. 그 두꺼운 <그리스인 조르바>를 가장 먼저 다 읽었다. “폰을 보고 사는 시간이 많았죠. 문득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하철에 타면 모든 사람이 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왠지 그게 자연스러운 풍경이잖아요. 습관적으로 그렇게 휩쓸리지 않으려고 가방에 책 한 권은 꼭 넣고 다녀요. ”

데뷔작인 2018년 영화 <박화영> 속의 김도완은 양아치라고 불러도 좋은 비행청소년 무리 중 하나였다. 위협과 충격으로 가득한 명필름의 이 독립영화는 유명 유튜버 고몽이 리뷰 영상을 올리자 소문을 타고 작품이 회자됐고, 포스팅된 지 12개월인 현재 영상 조회수는 1300만 정도다. 손에 쥔 담배가 칼자루처럼 보이는 10대의 비관과 동글한 데 없이 예리하기만 한 김도완의 이목구비는 이미지적으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날렵한 선을 이루며 한쪽으로 씰룩거리는 얇은 입술은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서 수학 천재 상훈의 여유 있는 미소와 장난기로 바뀌었다. <열여덟의 순간>은 ‘워너원의 옹성우가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라는 언론의 수식으로 출발했다. 막상 공개된 드라마는 학생들 간의 엄연한 위계와 아이들을 둘러싼 어른 등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향하는 이야기였다. “10대 때 저는 예고의 재능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느끼는 내성적인 아이였죠. <박화영>과 <열여덟의 순간>의 두 10대는 저와는 너무 다른 인물이에요. 하지만 제가 살면서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관계를 맺을 환경과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다 제 안에 존재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그 모습을 끄집어내 극대화하려고 노력했어요.”

김도완은 얼렁뚱땅 말하는 법이 없다. 신인 배우들이 종종 ‘본받고 싶은 좋은 배우’의 예를 말할 때 실명을 언급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는 데 반해, 김도완은 거리낌이 없었다. 그건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배우의 상과 그의 욕구가 이미 선명하게 정립돼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조승우 선배님과 이병헌 선배님을 좋아했어요. 연기가 훌륭한 건 물론이고 소모적인 캐릭터를 하지 않는 분들 같거든요. 늘 다른 모습의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 저도 그렇게 안주하지 않고 싶다는 바람이 강해요. 예를 들 어 제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서 소위 ‘먹혔다’고 해도, 그 다음에 비슷한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에요. 제가 쌓은 필모그래피를 부수고 다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식으로 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 스마트한 청춘의 미래는 말할 때 그의 눈빛처럼 반짝이고 있을 게 분명하다.

 

황희

SBS <의사 요한>

tvN <아스달 연대기>

tvN <내일 그대와>

슈트와 벨트는 모두 코스 제품.

황희는 기시감을 주는 배우다. 올해 <아스달 연대기>와 <의사 요한>에서 장동건, 지성의 곁을 지키며 간간이 화면에 내비치던 황희는 낯선 얼굴임에도 자주 본 듯 익숙했고, 송강호나 최민식처럼 오랫동안 대중에게 연기를 보여온 배우에게서 느낄 법한 특유의 편안함을 주는 구석이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보다 앞으로 보여줄 연기가 많은 신인이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된 연기력이 황희라는 배우에게 어디선가 목격했다는 듯한 인상을 각인시킨 듯 하다. 황희는 올해는 미디어에서 ‘기대작’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은 두 작품 <아스달 연대기>와 <의사 요한>에 출연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다 마음의 병을 얻은 어머니 때문에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의사 요한> 속 유준이라는 캐릭터는 서사가 꽤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의사 유준을 어떤 캐릭터로 파악했는지 묻자, 그는 말로 대답하기보다 휴대폰에 적어둔 긴 메모를 대신 건넸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우울한 모양들을 유연하게 풀어내줄 수 있다는 것은 의사의 좋은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유준의 장점이 아닐까.” 이건 그가 적은 메모의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을 앞둔 일가족을 향해 “내가 안 아프게 빨리 끝내줄 테니까 줄 서봐”라고 감정 없이 말하는 <아스달 연대기> 속 무광은 어쩌면 유준과는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인물일 것이다. “무자비한 캐릭터였지만 무광을 연기하며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자유로움’이었어요. 이때를 기점으로 비로소 ‘제 것’을 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카메라나 스태프가 지키고 선 현장이 시야에서 지워지고 극 중 상황이 실제처럼 다가왔거든요. 무광부터 비로소 ‘믿어지는 연기’ 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믿음이란 단어를 힘주어 발음하는 그와 대화를 마치고는, 어쩌면 그는 기시감을 주는 배우라기보다 신뢰감을 주는 배우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황희의 이름을 확인하게 된다면 기꺼이 ‘믿고 볼’ 준비가 되어 있다.

 

이화겸

tvN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tvN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원피스는 스파타 제품, 레이어드한 스커트는 쥬시 꾸뛰르 제품.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와 인간의 영혼 계약을 모티프로 제작한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는 소재부터 파격적이었다. 2화가 끝나가던 무렵,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아 살고 있던 악마 ‘류’가 신들린 춤 실력을 자랑하지만 노래 실력은 영 형편없는 가수 ‘주라인’에게 살며시 손을 포개자 주라인의 본심이 깨어난다. 눈에 있는 대로 힘을 주며, 어깨를 세워 최대한 거들먹거리는 자세로. “너 아까부터 왜 계속 하품하는데? 내가 지루해? 나 주라인이야!” 푼수와 광녀 사이를 냉탕과 온탕 오가듯 연기한 배우는 걸그룹 헬로비너스 출신의 이화겸이다. 어디선가 본 여자애. 뻔뻔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그게 밉지만은 않은 여자애가 바로 이화겸이 연기한 주라인이었다.

주라인이 ‘어쩌다’ 탄생한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오디션 일화를 들려주던 때부터다. “다짜고짜 엉덩이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주책을 떨기 시작한 거죠. 의자에 앉아 있던 감독님에게 ‘어머나 여기 계신 줄 몰랐네요?’라고 말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쥐여줬어요.” 하지만 이화겸은 주라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미 2013년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를 통해 동성에게 마음이 이끌리기 시작하는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줬고, 2017년 드라마 <서클 : 이 어진 두 세계>에서 조직의 비밀을 알고 있는 철두철미한 비서를 연기했다. 그런 이화겸이 최근 가장 공들여 고민하고 있는 것은 12월 공연을 앞둔 체호프의 희곡 <벚꽃 동산>의 연극 무대다. “작년에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어요. 올해 동기들이랑 연극 <벚꽃 동산>을 같이 준비하면서 라네프스카야 역할을 맡게 됐어요. 집도 학교 근처로 옮길 만큼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지내요.” 제멋대로 돈을 탕진하다 가문이 몰락하며 과거에 젖어 사는 러시아 귀족. 히스테릭하지만 소녀 같은 순수함을 동전의 양면처럼 간직한 라네프스카야도, 여태까지 그랬듯 이화겸은 제 옷처럼 소화할것만 같다.

 

장도하

JTBC <나의 나라>

니트 베스트는 디올, 팬츠는 셀린, 아우터는 피어오브갓 제품.

JTBC 사극 <나의 나라>는 조금 묘하다. 고려 말을 배경으로 새 나라 조선을 건국하기 위한 이성계(김영철)와 이방원(장혁)의 됨됨이를 팽팽하게 그리지만, 주인공은 가상 인물이자 나라의 적폐에 환멸을 느끼는 세 젊은이다. 정사와 허구를 버무린 사극에 설현과 양세종과 우도환의 삼각 로맨스가 피어나려나 싶은 찰나, 냉혹한 정치 세계와 공들인 티가 나는 액션 신이 극의 지분을 꽤 차지한다. 분위기를 환기하는 조연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사이사이에서 나름의 역할과 이유에 따라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기서 예리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발견의 기쁨을 아는 당신이라면 바로 그 배우가 궁금할 것이다. ‘이화루의 칼’로 불리는 호위무사 ‘결’. 무표정하지만 듬직한 나무 같은 그는 장도하다 .

장도하에게는 <나의 나라>가 첫 작품이다. 그는 몇 편의 광고 촬영 경험만 있는 상태에서 2019JTBC의 야심작에 합류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오디션 때 많이 웃었어요. 그렇게 1차 오디션을 통과한 후 감독님이 어느 날 부르셔서 그러더군요, 저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싶다고.” 아무런 단서도 없는 낯선 배우란 오직 극 중 캐릭터의 인상으로 이해되기에 장도하 역시 결처럼 과묵하고 각 잡힌 인간일 것만 같다. 그러나 자연인 장도하는 잘 웃는 순한 얼굴로 아주 선한 느낌을 풍긴다. 밤에 한강이 흐르는 걸 보며 물결 모양에서 도토리묵을 떠올리는, 고향인 강릉의 눈 내리는 밤바다 풍경을 예찬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며 매회 울었다는 사람이기도 하다. 연예 산업 근처에 얼씬거릴 생각은 조금도 해보지 못했다던 그는 4년 전, 의경 생활 중 서점에서 전공 서적을 고르다 매니저의 눈에 띄었다. “선배들이나 주변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은 ‘자신을 잃지 말라’는 거예요.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든 저 자신인 채로 임하라는 말을 자주 곱씹어요. 저를 이끌어주고 알아봐준 주변인들에게 보은하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20세기 전래동화에서나 접한 ‘보은’이라는 말을 쓰는 이 남자. 장도하를 만난 날은 <나의 나라>가 첫 방송을 타기 이틀 전이었다. 현장 경험을 하니 머리가 하얘지더라는 순도 높은 신인이 결코 쉽지 않은 사극의 대사 처리를 낮고 안정적인 톤으로 해낼 때마다, 은혜를 갚겠다는 어느 배우의 다짐이 차곡차곡 쌓이는 걸 느낀다.

 

박지현

MBC <신입사관 구해령>, <왕은 사랑한다>

Olive <은주의 방>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영화 <사자>, <곤지암>, <반드시 잡는다>

점프슈트는 제인 송 제품.

2년 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에 출연한 박지현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또박또박 야무지게 말하면서도 부드러움이 있었던 그 말투 때문이다. 그건 캐릭터의 말투라기보다 배우 본인의 것이었다. 설정상 대부분의 장면에서 눈을 제외한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등장했지만, 얇은 천 너머에 맑고 우아한 기운이 어른거렸다. 박지현을 방송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정보와 함께 드라마가 아닌 프로필 사진으로 먼저 봤다면, 직업적 고정관념에 따라 그녀를 아나운서라고 짐작했을지 모른다. 박지현은 이후 정신병원 괴담으로 알려진 곳을 모티프 삼은 공포 영화 <곤지암>에서 잠시 빙의된 모습을 보여주더니, 올여름 개봉한 <사자>에서는 박서준과 안성기가 구마 의식으로 씨름해야 하는 귀신 들린 여자로 나타났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몸이 천장으로 솟았다가 떨어지고, 다시 짐승처럼 울부짖던 박지현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최근에는 천우희, 신하균과 함께 하는 스릴러 영화 <앵커> 촬영을 막 시작했다.

“저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생각하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저를 봤을 때 엽기적이라고 느낄 만한 행동도 가끔 하나 봐요(웃음). 이런 성격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을 거예요. 연기를 하면서 내가 어떻게 보일까, 이게 맞나 싶은 자의식이 자꾸 튀어나오면 안 좋을 테니까요.” ‘엽기적인 행동’의 구체적 예를 캐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것이 외모에서 연상되는 어떤 것을 적당히 배반하는 일이라면 그 또한 박지현의 매력이 될 것이다. 일단 11월 초 방송한 SBS <런닝맨>을 보니 예능의 판에 섞여 있는 모습도 제법 어울린다. ‘예능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차분한 여배우’가 게임에 열심히 임하면서 좌중을 웃길 때, 스무 살 때 몸무게가 78kg까지 나갔다고 고백할 때, 그녀가 작품의 바깥에서 좀 더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배우는 그냥 작품 속에서만 목격하는 게 낫겠다 싶은데 말이다. “이창동 감독님을 뵌 적이 있어요. ‘어디서 이런 배우가 나타났을까’ 하며 칭찬해주신 일이 기억에 남아요. 작품을 같이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연기를 계속했으면 좋겠다고요. 저는 선택받거나 선택받지 못하는 숱한 경험을 반복하면서 뭐든 너무 기대하지 말자는 결론을 얻었어요. 기대하다 실망하며 조급해지는 것보다는 연기하는 재미만 생각하는 게 나아요. 연기란 복잡미묘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재미를 쉽게 잃지도 않을 거고요.” 통찰의 달인인 이창동 감독이 오디션을 통해 일찍이 알아본 박지현이니, 그녀의 다음을 기대할 뿐이다.

 

김혜인

tvN <안투라지>

영화 <반드시 잡는다>

셔츠는 쟈니 헤이츠 재즈, 팬츠는 문 제이 제품.

“고등학교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죽어라 발레만 했어요. 연습하다 혼나더라도 울면 일이 커지니까 점점 참는 감정에 익숙해졌죠.” 아직 <안투라지> 속 서지안의 이미지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 배우 김혜인이 말했다. “김윤석이 주연으로 들어가기로 했대.” <안투라지>는 극 중에서 다짜고짜 실명으로 소환되는 배우 김윤석의 이름을 듣고는 정신이 번쩍 들어 집중하기 시작한 드라마였다. HBO에서 총 8시즌 방영한 미국 드라마 <안투라지>를 원작으로 한 한국판 <안투라지>는 연예계의 화려한 단면부터 가려진 이면까지 탈탈 털어 보여주는 ‘앞담화’형 드라마에 가까웠다. 수위 높은 대사로 리얼리티를 끌어올리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하게 달려가는 드라마에서 유독 청량감을 더해주던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는데, 김혜인이 연기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서지안이 그랬다.

숫기 없는 매니저 역할의 박정민에게 앞뒤 재지 않고 “저 진짜 좋아하세요?”라고 쏘아붙이는 서지안은 할 말은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무례하진 않으며, 그늘이라곤 없는 사랑스러움을 간직한 캐릭터였다. “발레와 다르게 연기는 감정을 표출하는 행위잖아요. 카메라 앞에서 처음 소리 내서 울었을 때 그렇게 홀가분할 수 없었어요. 2주 정도 날아다니는 기분으로 지낸 것 같아요.” 캐릭터에게 인생을 배운다는 김혜인은 그렇게 서지안에게서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법을 새겼다. 재작년 방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은 ‘슬기로운’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하게 된 김혜인은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을 즐길 준비가 끝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에 완전히 녹아들면 어떨까 생각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신뢰감을 주는 배우라는 말이 듣고 싶어요. ”

 

양지일

tvN <나인룸>

영화 <레슨>, <잠몰>, <맨, 홀>

터틀넥은 코스, 오버사이즈 재킷은 베트멍, 팬츠는 셀린 제품.

도시의 음험한 밑바닥, 하수도로 몸을 숨긴 ‘대준’은 맨홀 너머로 여성의 속옷을 훔쳐보며 매일을 살아간다. 어느 날, 맨홀 구멍 사이로 떨어진 칼자루가 대준의 머리로 떨어져 의식을 잃고, 시간이 흘러 눈을 떴을 때 대준의 눈앞에 여성의 시체가 놓이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2018년 허현웅 감독의 단편 영화이자 올해 칸 영화제 쇼트필름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된 작품 <맨, 홀>의 줄거리다. 양지일은 추악한 욕망의 끝이 얼마나 지저분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맨, 홀> 속 주인공 대준을 연기했다. “칸에 초청받는다는 것은 배우로서 남다른 경험이잖아요. 영화제에 도착해서는 직접 디자인한 명함을 뿌리며 신나게 영화를 홍보했어요.”

일찍이 영화 <레슨>, <잠몰> 등을 통해 독립영화 신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양지일은 유독 몇 겹으로 포개진 굴곡진 서사를 가진 인물을 연기해왔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자랐거든요. 사람들 눈에도 저의 그런 모습이 비치는 것 같아요.” 때로 능청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배우의 연기를 보면 이는 배우의 타고난 기질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후천적 경험에서 길어온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때가 있다. 양지일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와 처음 악수를 나눌 때 스쳤던 ‘눈이 열려 있다’는 인상도 그가 그토록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는 또 다른 ‘주석’이라고 추측해 본다. “눈이든 목소리든 결국 그 사람이 가진 본질이 중요해요. 연기는 ‘나’ 안에서 맡은 배역의 일면을 발견하고 이를 증폭시키는 과정이거든요.” 도대체 ‘피핑 톰’ 대준과 양지일의 교집합은 무엇인지 설명하라는 농담을 던지자 “녹음기를 끈 상태에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능청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주변 사람들은 저보고 솔직하다고들 해요. 자극적인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요.” 무엇도 담고 있지 않은 듯하지만 얽히고 설킨 복잡한 감정이 읽히는 눈, 실로 ‘배우의 눈’을 밝히며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