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패션위크 In Mi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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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 비교적 잠잠했던, 그래서 더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4대 도시 패션위크. 뉴욕, 런던, 밀란, 파리로 떠난 더블유 에디터들이 직접 보고 겪은 4개 도시의 기록.

유쾌하고 아름다워!

전 세계 소수의 매체에게만 허락된 구찌 백스테이지. 한국에서는 오직 더블유만 취재 가능했다. 어마어마한 착장 수를 자랑하는 쇼이니만큼 크기부터 남다른 백스테이지! 개성 넘치는 모델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귀여운 외모의 자랑스러운 한국 모델 김동현과 이승찬도 반갑게 한 컷!

웨스 앤더슨의 향기

밀란 패션위크의 상쾌한 첫날 아침을 맞이한 장소는? 다름 아닌 프라다 폰다치오네. 다채로운 동시대적 예술의 맥락을 짚어내는 이곳에서 영화 감독 웨스 앤더슨이 부인 주만 말루프(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와 함께 큐레이팅한 <Il Sarcofago Di Spitzmaus E Altri Tesori> 전시 오프닝을 즐길 수 있었다. 웨스 앤더슨은 이미 폰다치오네의 유명한 카페 ‘바 루체(Bar Luce)’를 디자인하며 프라다와 인연을 맺은 인물. 그 공간엔 앤더슨 내외가 이번 전시를 위해 선별한 537점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채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영화적 세계만큼이나 독창적이고 유쾌한 동시에 지적이고 때론 괴기하기도 한 작품들은 이곳을 찾은 관객들에게 패션을 넘어 강렬한 문화 예술적 기류를 안겨 주었다.

국가대표 스타일리스트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지미추와 손을 잡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라 그 의미가 큰 협업의 첫 아이템이 밀란에서 공개됐다. 다이아몬드를 모티프로 한 운동화 ‘더 하이라이티드(The Highlighted)’는 네온 컬러와 다이아몬드 형태의 밑창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이번 협업을 위해 정윤기 대표는 지난 1년간 비밀리에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미팅을 거듭했다고 한다. 둘의 협업은 운동화뿐만 아니라 펌프스 등 다른 아이템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이 바닥이 이래

이번 시즌, 밀란을 대표하는 빅 쇼는 바닥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날 선보인 프라다는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볼 법한 색색의 타일 바닥으로 쇼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더니, 요즘 가장 핫한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의 대니얼 리는 시그너처인 거대한 위빙 장식으로 쇼장 바닥을 꾸몄다. 그런가 하면 밀란 패션위크 대미를 장식한 구찌는 무빙워크를 설치했다. 움직이는 기계장치 위에서 미동조차 않는 블랭크 의상 모델들, 암전, 빠른 속도로 무빙워크를 걷는 모델 등 스토리를 가미해 쇼의 완성도를 높였다.

밀란 먹방 퍼레이드

패션 4대 도시 중에서도 가장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밀란! 파스타 하나만으로도 군침 도는 이곳에서 황홀한 버섯 향을 맛볼 수 있었다. 풍미가 뛰어난 블랙 트러플과 화이트 트러플을 얹은 파스타와 리소토 등 트러플로 창조할 수 있는 온갖 요리를 맛보며, 또 어떤 날은 큼직한 버섯 하나 잘 구워낸 애피타이저에 감탄하기도 한다. 해산물의 천국인 밀란에서 맛보는 신선한 굴과 새우, 랍스타 파스타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펜디 젤라토 팝업 스토어에서는 아이스크림 장인이라 불리는 로마 브랜드인 스테콜레꼬와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바쁜 일정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도. 참, 비 내리는 두오모 성당을 지나며 허기를 채운 길거리 핫도그의 여운도 잊지 못할 거다.

이야기가 있는 공간

몬테나폴레오네에 위치한 토즈 매장이 영화 스튜디오와 세트에서 영감을 받아 ‘토즈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이 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서 브랜드의 스토리를 전하고, 디지털 요소를 적극 활용해 각종 전시회와 행사를 여는 복합 공간으로 꾸릴 예정이다. 그 오프닝을 알리는 자리에는 스칼라 극장의 발레 무용수들이 아름다운 공연을 펼쳐 화제가 되었다.

진짜가 나타났다

베르사체 쇼에서는 관객 모두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바로 쇼 피날레에 제니퍼 로페즈가 정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것. 20년 전, 그래미 어워즈에 입고 등장해 구글에 이미지 섹션을 만들게 한, 바로 그 화제의 드레스 말이다. 구글과의 영민한 협업으로 완성한 피날레 덕분에 베르사체는 940만 달러에 달하는 바이럴 효과를 냈다.

칼은 떠났지만

칼 라거펠트가 떠난 뒤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가 준비한 첫 여성 메인 컬렉션에는 젊음과 경쾌함이 가득했다. ‘해가 뜰 무렵 온기에 젖은 어느 여름날’을 주제로 한 이번 컬렉션에는 핑크, 그린, 옐로 등의 화사한 컬러 팔레트, 굵직한 깅엄 체크와 플로럴 패턴이 등장해 이전보다 훨씬 페미닌한 무드가 강해졌다. 그야말로 여심을 저격한 실비아! 쇼가 끝난 뒤 백스테이지에서 그녀는 안도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밀라노에 뜬 한국의 별

밀라노팀은 그야말로 ‘동분서주’한 패션위크를 보내야 했다. 3명의 에디터 모두 셀레브리티와 촬영이 있었으니까. 이하늬와 페라가모, 수주와 람보르기니, 손나은과 미스터앤미세스 이태리까지, 그야말로 ‘슈퍼 매치(Super Match)’의 순간들이었다. 수주는 람보르기니를 타고 프라다 쇼에 참석했고, 이하늬는 밀라노의 한 아티스트 공방에서 특별한 하루를, 손나은은 브레라 거리 구석구석을 걷고 또 걸었다. 밀라노팀의 피, 땀, 눈물이 담긴 화보와 영상은 더블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씨의 즐거움

쇼가 끝나고 진행되는 리씨(ReSee)는 무척 특별하고 소중한 기회다. 하루 혹은 이틀 전, 세상에 선보인 작품을 가까이서 보고, 만지고, 심지어 입어볼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쇼에선 무심코 지나쳤던 귀여움과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구찌에선 디테일 천재 미켈레다운 재미난 아이템과 룩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립스틱을 탄약처럼 꽂을 수 있는 장갑과 미니 백, 입는 순간 소화가 잘될 것 같은 부채표 활명수 셔츠에선 웃음과 탄성이 터지기도. 특히, 베개를 캐리하는 재미난 백팩은 기면증이 의심되는 나에게 필수 아이템이었다. 펜디의 테리 소재 토트백이나, 돌체앤가바나의 앵무새 선글라스, 보테가 베네타의 유리구두 역시 쇼에선 보지 못한 반가운 아이템이었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정환욱
디지털 에디터
진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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